불한당이라도 어디 단점만 있겠는가!
솔향 남상선/수필가.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은근히 걱정되어 고민하는 때가 있다. 소위 문제아라 해서 말썽을 부리는 학생이 있다. 그런 학생은‘내놓은 자식’으로 얘기할 정도여서 지도가 어렵다. 집에서도 학교서도 사고만 치는 불량아로 통하는 불한당 격이라 하겠다. 우리 반의 K라는 학생이 바로 그런 학생이었다. 오나가나 말썽만 부리는 학생이니 담임하기가 어려웠다. 반 전체를 통솔하기보다 학생 하나 지도하기가 더 신경이 쓰이고 힘들었다.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질책만 당하는 학생이니 내가 새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인정받지 못하고 신뢰를 잃은 학생이니 우선 믿어 주고 장점을 발굴하여 칭찬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주일간 여유를 두고 학생의 장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보기보다는 깔끔하고 주변 정리정돈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우선 신발장 청소를 시켰다. 너무 깔끔히 잘 해 놓았다. 기특하게도 딴 학생보다도 일찍 등교하여 신발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놓았다. 기회는 이 때다 싶어 학생들 전체 앞에서 극구 칭찬하고 기를 살려 주었다. 조기 등교하여 책임감 있게 청소해 놓았다. 헌신적 책임감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었다.
학생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동안 혼만 나다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칭찬을 받았으니 살 맛 나는 얼굴이었다. 가뭄에 단비같이 기가 살아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칭찬 앞에서는 고래도 춤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 학생은 잘하는 것을 찾아 인정해 주고 신뢰감을 갖게 해 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학생은 말썽만 부리고 살았기에 다른 선생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칭찬이란 걸 받아 본 적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러기에 장점을 찾아 인정해 주고 신뢰감을 주는 걸로 기를 살려 주어 주었다. 문제아란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었다. 사랑으로 교화시키면 개과천선(改過遷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단점이 있어도 장점도 있는 것이다.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워 주면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침 전에 읽었던‘댠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하라’는 ‘유단취장(有短取長)’이 떠올랐다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과 그 부인에 관한 이야기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의 집 마당에는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 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한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마당에 그늘도 많아지고, 장마 때면 늘 젖어 있어 마당이 마를 날이 없었다.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으로 한 그루를 베어 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를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본 거였다. 밉게 보면 못 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
"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구나." 』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장점은 보려 하지 않고 보이는 단점만 지적하여 그를 나무라고 비난한다면, 그 사람의 장점은 빛을 잃고 더욱 의기소침해 질 것이다.
유단취장(有短取長)이라!
사람은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볼 줄 알고 취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반 K라는 학생이 문제아가 된 것은 학생의 장점은 보려 하지 않고 단점만 보려 했기 때문이다. 소위 한두 번 잘못으로‘낙인찍혀서’학생의 잘한 것도 잘못한 것에 싸잡아서 모든 면을 부정적으로 보려 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 때의 잘못으로 소위‘찍혀서’잘한 것이 있어도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불신받고 살아온 것이 다. 문제아란 명예롭지 않은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거였다. 불신이란 것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불신이란 말을 하다 보니 논어에 나오는‘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떠올랐다.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홀로 설 수 없다.’즉 ‘신뢰가 없으면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니 대인관계에서 믿음과 의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라 하겠다.
아무리 사고뭉치 문제아라 해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인정해 줘야 한다. 잘 한 것이 있어도 인정해 주지 않고 과거의 잘못, 소위‘찍힌 것’으로 인해 밉게 본다면 한 사람을 완전히 버리게 되는 것이다. 잘해도 어차피 불신당하는 것 아무렇게나 해버리자는 식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때엔 개과천선의 의지도 희망도 없는 것이다. 나락의 길로 떨어질 파멸의 길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K 학생은 내가 장점을 찾아 칭찬에 인정감을 주고 신뢰해 주었더니 잘 따라왔다. 문제 학생으로 찍혀 사고만 쳐서 고등학교 졸업도 못할 뻔 했던 학생이 4년제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었다. 신뢰 회복으로 새 사람이 되었다. 개과천선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사람은 장·단점 그 어느 한 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점이 있다 해서 그 사람 전부를 색안경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단점 가운데에도 장점을 취할 수 있는 유단취장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리 주변엔 단점이 많은 자신이 상대에겐 완벽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족 간에도 이웃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사제 관계에도 그렇단 말이다. 관용, 아량, 이해, 배려, 사랑이 부족했던 자신을 반성하면서 오늘도 새로운 삶을 위하여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다.
‘불한당이라도 어디 단점만 있겠는가! ’
상대가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장점은 있게 마련이다.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찾아 취할 수 있는 유단취장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 속담에‘의붓 자식 소 팔러 보낸 것 같다.’는 말이 있다. 도무지 믿음이 없어 마음이 안 놓임을 이르는 말이니 우리는 약속을 잘 지켜 신뢰를 잃지 말아야겠다.
에머슨의 명언에
‘자기 신뢰가 성공의 제1의 비결이다.’
라 했다. ‘무신불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오늘 따리 성호 선생
부인의 유단취장의 지혜가 그리워진다.
첫댓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바라봐주신 선생님이 진정한 참 스승님이십니다 :)
,유단취장,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하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남상선 수필가 형님 오랫만입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였네요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