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종자돈을 가진 샐러리맨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소액(3,000만원) 부동산재테크에 관해 책을 낸 적이 있었다. 필자의 책에 소액 경매투자가 유망하다는 내용의 일부 글을 읽고 자신 있게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던 독자들이 그 결과를 친절(?)하게 메일로 계속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수십 통이 넘는 투자 실전사례를 통해 경매투자에 관한 후기(後記)를 접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실제사례를 공개하려 한다.
전반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경매시장은 꾸준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경매에 부쳐 지는 부동산물량이 늘고 있고, 초보투자자들의 경매참여 열기로 낙찰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해 45만여 건이 경매시장에 나왔고 낙찰가 총금액이 10조원을 넘은 큰 장의 파고 속에서 소액투자자들은 여전히 희망과 기대를 갖고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그 중에는 종자돈 투자로 두 세배 시세차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해 보증금을 포기하거나 오히려 비싸게 낙찰 받아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무수하다.
비율로 따지면 경매 투자해 성공한 사례가 60%, 큰 이익이 없거나 오히려 비싸게 낙찰 받은 경우가 30~40% 정도에 달한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 중 1억 미만이 전체물량의 77%에 달하고, 5천 만원 미만의 소형 매물이 30~40%에 달하기 때문에 종자돈으로 경매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부동산의 틈새재테크로써 차익을 얻으려고 과감하게 뛰어드는 소액투자자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
시장의 특성상 경매로 낙찰이 되면 반드시 이득을 얻는 자(값싸게 낙찰 받은 자와 배당받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경매의 하자나 함정을 안고 산 낙찰자와 보증금을 건지지 못한 세입자)가 있는 만큼, 투자자의 노력(발품, 손품, 입품)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돈 버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수년째 경매시장에 몸담아 일하면서 느낀 점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다양한 매물검색 후 반드시 실전 투자경험자로부터 자문을 받고 입찰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매물건에는 음과 양의 양면성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베테랑들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종자돈의 귀중함을 안다면 경매에 참여하기전 먼저 기초적인 경매시장의 이해와 까다로운 권리분석 요령을 터득하고 개별 부동산의 물건분석을 완벽히 마친 다음 입찰을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정확한 시세파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마를 써내야 이익이 날 것이라고 계산한 다음 소신껏 입찰해야 경매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다.
값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는 무모함으로 겁 없이 달려들었다가 물건상 하자나 함정을 안고 허둥대는 낙찰자가 수없이 많은 만큼 종자돈으로 경매시장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는 아래의 실제 성공과 실패사례를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 성공사례 ●
■ 호재지역 인근 경매토지에 입찰해 ‘이삭줍기’
충남 서산에 사는 자영업자 박 모 씨는 충청권 개발에 따른 호재에 자신감을 얻어 경매를 통해 서산 외곽의 농지(전) 300평을 낙찰 받았다. 지역 내 호재를 감안해 첫 입찰에서 감정가(3천200만원)보다 약간 더 써내 단독으로 입찰해 낙찰 받았다.
땅의 모양이 길쭉한 자루형이라 마음에 걸렸지만 도로의 접해있는 면적이 넓어 자신 있게 낙찰 받았다. 경매 낙찰 후 1년이 지난 요즘 인근 중개업자들로부터 수차례 8천 만 원 넘게 되팔아주겠다고 연락을 받고 있다. 투자시기가 적절하고 운이 따라주기는 했지만 지역사정에 정통한데다 개별 부동산의 가치를 알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3천 만 원대 소액투자자로서는 대박 중의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 재개발지역 내 소형 지하 다세대로 ‘대박’
서울 월계동에 사는 보험회사 영업사원 김 모 씨는 소형다세대 투자로 재미를 보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지하 다세대는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 없는 찌꺼기 물건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씨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진흙 속의 진주만 골라내 한 해에 수 천 만원의 고정적인 시세차익 올리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의 12평형 지하 다세대를 감정가의 90%인 3천8백 만 원에 낙찰 받았다. 재개발지역 내 소형 다세대주택이나 임대가 수준이 높은 지역 내 소형 다세대만을 골라 입찰하고, 호재가 있다면 감정가의 90%로 다소 높은 값에 낙찰 받는 게 김 씨의 주 전략. 현재 아파트입주권이 나오는 재개발 매물로 시세만 8천 만 원을 넘어서는 우량매물을 시세의 반값 이하에 낙찰 받은 것이다.
■ 비인기지역만 골라 저가 입찰해 짭짤한 ‘시세차익’
경기 부천에 사는 이 모 씨는 비인기지역만 골라 입찰해 시세의 반값에 낙찰 받은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되파는 급매로 빠지는 기법으로 적은 돈을 굴리는 소액재테크에 재미를 붙인 사례. 인천의 20평형대 다세대를 반값에 낙찰 받아 급매물로 되팔고, 일산 외곽에서 상가의 일부 층을 다세대로 개조한 오피스텔 매물을 감정가의 60%에 낙찰 받아 1년 세를 주다가 되팔아 종자돈으로 샐러리맨의 1년 치 연봉을 거뜬히 버는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씨의 경매공략법의 핵심은 남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비인기 외곽지역 내 소형매물을 값싸게 낙찰 받는 대신 환금성을 고려해 급매가격으로 되파는 것이다. 큰 욕심 없이 투자금액에서 제세 공제하고 한 해에 30%만 버는 데 재미를 들였단다.
■ 부도난 소형상가만 공략해 ‘반타작’ 차익
경기 분당에서 유통업을 하는 황모씨는 10평형 안팎의 집합건물 내 소형상가 경매투자에 재미를 붙인 사람이다. 전직 유통업 대표인 황씨는 대형건물 내 소형상가나 오피스가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되는 걸 알게 된 건 외환위기 이후이다.
수많은 부도난 건물들이 경매처분 될 때만 해도 몰랐지만 경매업체 회원으로 가입한 후 컨설턴트로부터 정보를 얻고 노하우를 얻은 후 직접 본인이 경매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특히 소규모 아파트단지 내 2층, 3층이 통상 반값 수준에 낙찰되는 걸 알고 대형 상가가 경매에 부쳐지면 미리 현장부터 둘러본다.
몇 천 만원 종자돈을 활용해 사고 팔기를 반복해 매년 2~3.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 침체시장에서 돈벌 기회가 더 많다는 걸아는 노력형 소액투자자이다.
◎ 실패사례 ◎
■ 시세파악 잘못해 높은 값에 ‘땅’ 낙찰
경기 의정부에 사는 박 모 씨는 대학교 부설 경매교육과정을 이수해 경매 이론의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적은 돈 투자에 나선 첫 출발부터 경매입문을 후회하고 있다. 문제는 파주에 있는 임야를 낙찰 받았으나 입찰가를 터무니없이 높이 써낸 것. 감정가(4천200만원)보다 무려 2천 만 원 높이 써내 낙찰 받았던 것.
입찰 당일 경매법정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해당 서류를 지켜보자 박씨는 한껏 욕심을 부려 낙찰금액을 높인 것. 12대 1의 경쟁을 뚫기는 했으나 현장중개업소 몇 군데에서 거래되는 땅값의 시세는 5천 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낙찰 후에야 알아냈다.
달랑 인터넷정보업체의 매물 란에 나온 유사매물의 호가를 기준으로 낙찰가격을 정했기 때문이다. 입찰보증금 1천200만원(보증금 20%의 재경매물건) 포기하고 경매시장을 떠났다.
■ 입찰 전 현장 방문 없이 명도에 문제 있는 주택을 낙찰
서울 잠실동에 거주하는 구 모 씨는 부동산중개업자이다. 실무경험이 많지 않은 중개사자격증 취득 2년차의 40대 초 K대 법학과 출신 인텔리중개업자이다. 중개업과 함께 본인이 직접 소액 재테크에 나서려고 경매물건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 상계동에 있는 허름한 소형 주택을 감정가의 73%인 4천5백 만 원 낙찰 받았다.
잔금을 내고 소유권 등기까지 마친 상태에서 명도 때문에 주택을 방문해보니 80대 병약한 노인 혼자만 거주하고 있다. 노인 소유의 주택이었으나 외아들이 사업자금 때문에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 썼다가 사업이 부도나 아들은 가출하고 노인혼자만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차마 노인혼자 계신 곳에 내가 경매로 산 주택이니 집을 비워달라고 하기에 가슴이 아파 등기를 마친 1년이 지난 현재에도 노인이 무상으로 거주하게 배려하고 있다.
■ 선순위 세입자 있는 아파트를 값싸게(?) 낙찰
경기 의정부에 사는 김 모 씨는 공기업을 명예퇴직하고 경매투자에 매력을 느껴 입문한 사례. 경매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경매투자 이론서 한권을 읽고 투자에 감(感)을 잡고 바로 경매투자에 나섰다. 환금성과 안정성이 좋다는 경매 아파트 입찰에 나선 것. 포천시 W아파트 24평형을 감정가(8,500만원)의 55%인 5,510만원에 낙찰 받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낙찰 후 배당요구하지 않은 선순위세입자가 버티고 있었던 것. 김씨는 세입자의 전세금 3,00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딱한 사정에 빠진 것이다. 결국 인수해야 할 전세금을 감안하면 값싸게 사기는커녕 시세보다 오히려 비싸게 산 격. 깊지 않은 실전 경매지식이 오히려 현장에서 투자에 실패하게 한 요인이 된 사례.
■ 상가위치 잘못 파악해 엉뚱한 상가 낙찰
서울 대방동에서 식당업을 하는 장 모 씨는 상가경매에 참여했다가 실제 상가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해 엉뚱한 곳에 위치한 상가를 낙찰 받았다가 입찰보증금만 날린 경우다. 신대방동 아파트 단지 내 1층 상가 8평형이 2회나 유찰해 최저가 5,200만원에 경매시장에 나왔다.
단지 수는 380세대로 적은 편이었지만 대로변과 붙어있어 투자목적으로 사뒀다 되팔기 위한 요량이었다. 집단상가일 수록 값싸게 낙찰되는 걸 확인했으나 문제는 상가의 호수 확인을 안 해 후면에 있는 구석진 상가를 낙찰 받은 것. 감정서상의 현장 사진을 확인했으나 비슷한 환경의 사진을 맹신했고 직접 호수 확인을 못한 불찰이었다.
결국 보증금 550만원만 날리고 잔금납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집단상가에 투자할 때는 정확한 경매대상의 호수를 을 확인하고 상권과 입지를 꼼꼼히 파악해야 하는 기본적인 투자 상식을 간과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