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 1769~1821).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불과 15년 만에 유럽 역사를 바꿨다.
나폴레옹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천하의 영웅이다. 부하들을 다루는 데 천부적 재주를 지녔다. 병사들은 지옥에 뛰어들라는 명령에도 즉시 따를 태세가 되어 있을 만큼 그에게 헌신적이었다. 천하의 나폴레옹도 전장에선 병사들과 똑같이 차디찬 음식을 나눠 먹었다. 나폴레옹 군대는 하루 26km를 행군했다. 배낭 무게는 무려 25kg이 넘었다. 그래도 군소리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카리스마 넘치는 교주였고, 부하들은 교주를 신봉하는 신도였다.
나폴레옹이 등장할 무렵 프랑스는 시민혁명 이후 혼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주변 국가들은 혹시 혁명의 불길이 자기네 나라에도 옮겨 붙을까 노심초사하며 서로 동맹을 맺어 프랑스 혁명군을 압박했다. 그래서 프랑스 국경에는 늘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았고 이 때문에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이 무렵 나폴레옹이 나타나 주변 동맹군과 전투를 벌였다. 프랑스 국민들은 권좌에 대한 욕심 없이 오로지 조국을 위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했고, 그를 구세주로 생각했다. 심지어 베토벤은 그를 위해 〈영웅 교향곡〉을 만들기까지 했다. 나폴레옹은 유럽 전역을 누비며 용맹을 떨쳤다. 당시 유럽은 나폴레옹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프랑스 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가 그를 통해 여러 나라에 자연스레 전파됐다.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섬의 아야치오에서 이탈리아계 소지주인 샤를 보나파르트와 명문가 출신 어머니 레티치아 라몰리노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아야치오는 프랑스의 영토가 아니었다. 나폴레옹에게 프랑스어는 외국어였기 때문에 평생 동안 철자법에 서툴렀다. 그는 이탈리아인에 가까웠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나폴레옹은 파리에서 군사학교를 다닐 때 정식으로 프랑스인이 됐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는 코르시카에서 국민군 부사령관에 올랐으나 3번의 군대 이탈과 이중 국적 문제로 휴직하기도 했다. 나폴레옹의 끝없는 권력욕은 결국 철퇴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814년 4월 황제에서 물러나 엘바 섬에 유배됐고, 1815년 2월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를 접수하고 백일(정확히는 136일)천하를 시작했지만 워털루 전투의 패배로 운명이 판가름 났다. 프랑스 정치권은 더 이상 그를 신임하지 않았다. 대서양의 외딴 섬 세인트 헬레나로 유배된 나폴레옹은 1821년 5월 5일 그곳에서 51세의 나이로 영웅적 일생을 마치게 된다.
나폴레옹은 ‘땅꼬마’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키의 대명사처럼 회자된다. 단신(短身)임에도 부하들을 휘어잡아 세계를 호령하고 정복했다는 사실은 그를 더 드라마틱한 영웅으로 만들었다. 일부에선 작은 키가 그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른바 ‘나폴레옹 콤플렉스’설이다. 물론 나폴레옹을 틈만 나면 깎아내리려는 영국인의 ‘심보’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다? 아니다. 키가 작다는 것은 부검 이후 그의 키가 ‘5피트 2인치(157.5cm)’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온 말이다. ‘5피에 2인치’를 영국식 피트 단위로 부르면서 와전된 것이다. 프랑스의 옛날 길이 단위인 ‘피에(1피에=32.48cm)’는 영국의 ‘피트(1피트=30.48cm)’보다 2cm 정도 길었다. ‘피에’와 ‘피트’는 엄연히 길이가 달랐던 것이다. 피에의 길이도 프랑스, 그리스, 로마, 이집트 등 나라마다 달랐다.
나폴레옹의 키는 영미식 피트로 환산하면 약 ‘5피트 6인치’로, 167.6cm이다. 당시 프랑스 성인 남성의 평균 키가 164.1cm였으니 나폴레옹은 평균보다 3.5cm나 더 컸던 셈이다.
2009년 영국 일간지 〈타임스〉 인터넷판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10가지 오해’라는 기사에서 나폴레옹의 실제 키는 18~19세기 평균 키였다고 소개했다. 한발 양보해서 나폴레옹의 키가 157cm가 조금 넘었다고 해도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다. 《혁명의 시대》(에릭 홉스봄 저)에 나오는 나폴레옹 시대 징집병의 체격에 대한 통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이 1797년 점령지인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바와 그 주변 지역에 세운 리구리아 공화국에서 징집된 신병 가운데 72%가 150cm 이하였다.
나폴레옹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검은색 삼각모다. 만약 나폴레옹이 작은 키 때문에 콤플렉스를 느꼈다면 모자를 세로로 각을 세워 키가 커 보이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굳이 가로로 쓴 것을 보면 그의 키가 작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폴레옹은 황실 근위병을 이끌고 다니며 전쟁을 했다. 황실 근위병은 프랑스 군대 정예 중의 정예다. 그들은 키가 평균 180cm가 넘었다. 나폴레옹이 그들 속에 있으면 작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다만 나폴레옹의 체격은 빈약한 편이었다. 그 시대 군인들의 평균 체격보다는 작았던 것 같다. 나폴레옹의 전기를 쓴 크로닌의 견해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좋은 신체 조건이 요구되는 병과(兵科)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키는 작지만 실제보다 커 보이는 ‘다부진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키는 작지도 크지도 않았지만 몸집은 별로였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