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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전철에서 백마고지까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2012-11-20/짝재기양말
새벽..
아니, 아침 6시쯤 외출준비에 나섰다.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남영동 지하철1호선 남영역에서 북으로 북동으로 신탄리역까지..
지도상으로 어림잡아 80km가 훌쩍 넘는 거리..
지하철1호선은 청량리 지나 국철로 둔갑하고
의정부 지나 경원선으로 또 둔갑..
결국 동두천역에서 전철기차에서 3칸짜리 디젤기차로 옮겨 탄다.
수락산 지나 소요산 지나 신탄리역까지 하염없이..
이 역은 경기도 최북단 강원도 경계선에 있다.
철도중단점이 있는 이곳을 뚫고 ‘백마고지역’까지 철길을 놨다.
달리고 싶음이 졸라 마려운 철마의 원을 풀어준 것.
철길로 한 정거장 5.6km거리지만 경기도에서 강원도 넘어가는 지점이다.
강원도 철원.. 행정구역상 변경사항이나 강원도 땅이라니..
흐흐.. 여행이란 이처럼 돌연~ 떠나는 것이다.
스케줄 새끼줄 잡고 계획일정 세워 돈 챙겨가는 건 가짜여행이라나~
젊어서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 할 말이 없다는데..
요, 두 대목의 소절은 영국속담이라나 뭐라나~ 한다.
여기까지 어림잡아 3시간이 걸렸다.
지나쳐온 역은 37개쯤 되나~
군부대들이 널려있고 군대차량들도 많이 돌아다닌다.
지나쳐온 여러 메뉴의 부대들도 즐비했다.
철의 삼각지대라는 철원평야가 드문드문 보이는 뭔지 황량한 벌판..
백마고지가 멀리 보이는 곳을 목표로 걸어 1km쯤 갔다.
드넓은 들판을 터벅터벅 걷는 건 나 혼자 뿐~
까마귀 10여 마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날 반겨주는 듯하다.
멀리 철원 하늘엔 기러기 떼가 무수하게 날아가고..
지금이 이른 오전이지만 붉은 노을이 물드는 저녁이면,
기막히게 멋들어진 자연의 장관이 연출되리라~
음울함의 샘플 가수 ‘김정호’의 ‘외기러기’가 생각나는 건 당근~
외기 러~기 날아가~ 쉬는 곳이 어디냐~♪
구름아~ 물어보자 너만은 알고 있지..
어릴 적 옛 친구 지금은 무엇 할까~
내 고향~ 앞산에는 뻐꾸~우~기 울겠지..~♫
이 노래엔 야생조류 뻐꾸기랑 기러기랑 2종이 나오는 ‘새 노래’다.
걸음마로 도착한 곳은 백마고지 전적기념관으로
전적비랑 위령비랑 충혼비랑 추모비랑
Memorial기념관이랑 언덕 위에 상승각이란 팔각정이 있는 전망대다.
395m라는.. 산꼭대기는 없고 평평한 이상하게 생긴 산.
요 이름 없는 고지를 차지하려 국군이랑 중공군이랑
10일 동안 쟁탈전을 반복, 수10000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전투현장이다.
양쪽에서 쏜 포탄만 274,954발이라.. 그래 산이 저 꼴인가~
지금 저 평평한 마름모꼴 산꼭대기 양쪽에 있는
무슨 건물들은 GP(최전방초소)라 한다.
그 너머는 갈 수 없는 휴전선 북한 땅이라니 여기 위치도 민통선이다.
하~ 참, 어쩌다 내가 얼렁뚱땅 최전방까지 와버렸지?
난 인적 없이 한적한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상념에 잠겼다.
여기 이 지역에 주둔하는 국군은 보병5사단으로
60년 넘는 전투전통의 패배를 모르는 승리부대 ‘백마부대’라 한다.
사단본부도 내가 걸어온 그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터닝카밍하는 길에 논밭들판에 널려있는 돌맹이 하나를 주었다.
주먹만 한 돌맹이는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이다.
이곳은 추가령지구대에 한탄강유역이고 수백10000년 전에 화산용암분출지역.
철의 삼각지대라 철성분이 녹슬어들어 돌은 붉은 자주색이다.
거무틱틱한 걸 골라 여기 온 기념으로 ‘테이크-아웃’해가는 나의 여행전통..
바람 쐬러 이따금 제주도를 찾을 때가 많았다.
한번은 현무암 돌 몇 개를 가져오려다
공항검색대에서 적발되고 절대‘반출금지’라며 압수한다며 방방 떴다.
나 같은 사람들 봐주면 제주도가 없어진다나 뭐라나~
차~ 난, 어이없어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몇10000원짜리 문화상품권 2장을 주며 봐달라니 쓱 봐줬다.
우리 엄마는 튀니스 사하라사막에 모래 한 컵을
여행증거선물로 내게 줬는데 그럼 그런 식이면 사하라사막도 없어지겠네~
철원 현무암 돌덩이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려진다.
백마고지 역까지 오니 그제야 기차에서 내린
주로 늙은 여행객들이 백마고지가 어디쯤 있는가를 물어들 본다.
돌연, 선발대 척후병이 된 난 원주민인척 알려주고..
그들은 찾아가고 난 되돌아가는데 11시 좀 넘은 시간..
서울 가는 기차는 1시 반을 넘어서 있다.
이런~ 황량한 벌판에 새로 만든 기차역은 건물만 달랑~ 아무런 편의 시설이 없다.
2시간 반이나 기다려야하는데 앉아서 기다릴 의자하나 없다.
이런, 지라랄 현실.. 이게 바로 공무원 주도 전시행정이다.
가고 오고 먹고 쉬고 모든 편의상 인프라 제로..
좀 기다리다 신탄리역까지 가는 웬 농장트럭을 캐치, 히치하이크로 타고서 왔다.
나처럼 요령, 융통성, 상황판단 순발력 없는 인간들은 어찌하랴~
신탄리역 근처에서 집에서 나온 지 6시간 만에야
막걸리 1병에 어묵 한 그릇으로 점심처럼 때리면서 여유를 되찾았다.
기차에서 쏟아진 여행객들 갈팡질팡 헤매는 꼴을 보며..
고잉 카밍하는데 들어간 교통비는 고작 몇1000원 정도..
초특급 경제성이 있는 이 대목은 참 중요하다.
쾌적하고 편안한 정도는 빠르기만한 KTX는 쨉도 안 되는 여유로움을 가졌다.
기상상태가 장난이 아닐 때.. 비나 특히, 폭설내릴 때가 최고.
눈 내리고 난 다음에 가는 게 아니라
눈 내리고 있을 때 가고 달리는 요대목이 키포인트다.
오래전 폭설 중 영동태백선 탔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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