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약초산책 88>
구내염 · 온열병 · 소아경풍 - 대나무(竹葉, 竹茹, 竹瀝)
구내염이란, 입술 안쪽 구강 내 어디든 발생하는 점막의 부스럼이다. 한의학에서는 구창(口舌生瘡) 또는 구감(口疳), 구미(口穈)라 칭한다. 구내염의 발생원인에 대한 서의학적 예시는 피로, 스트레스, 영양부족, 헤르페스바이러스나 칸디다곰팡이균에 의한 감염, 면역력 저하, 약물 부작용 등을 꼽는다. 자체로 큰 병은 아니어서 치료는 항바이러스제, 항히스타민제, 진통제, 영양제, 스테로이드 연고, 구강세정제 등을 사용한다.
한의학에서 심은 화(火)를 다스리고 비는 습(濕)을 주관하는데 경락상 심장은 혀로 비장은 입으로 개규(開竅, 구멍이 트임, 정신을 깨움)한다. 비위의 습과 심의 화가 엉기면 번열(煩熱)하므로 잠을 못 자게 되고 진액이 말라 갈증이 오래 가면서 구창이 발생한다. 물론 간경의 화열도 심장과 비장 사이에서 구강의 염증에 관여한다. 예컨대 오지(五志, 喜怒思悲恐)의 울체가 화로 변하면서 발열하는데 차차 인후부, 기관지, 폐로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오장육부와 전신의 열로 커질 수 있다. 습열은 모두 상초를 훈증하여 얼굴이 붉어지고 설태가 누래지며 맥은 빠르고(數脈) 긴장(緊脈)한다. 또 하초의 신이 허해져서 열이 머리로 뜨는 경우(上熱下寒 또는 虛火)도 구강과 두부 전체의 부스럼, 소양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보면 구내염은 단순 염증이라기보다는 체내 불균형(열, 습, 기혈허약, 음허 등)에서 온 전신적 현상이니 작은 병이라 할 수 없다.
구내염의 한의학적 치법은 심장의 열을 내리고(죽엽 3, 황련 2) 혈열을 식히며(목단피 2) 비위의 습을 닦고(창출 석창포 각 3) 진액을 보충하며(생지황 또는 맥문동 5) 소변을 원활히 하면서(목통 5) 여기에 간기(肝氣)의 울결이 있을 때는 시호 2를, 허화(虛火)가 있을 때는 현삼 또는 지골피 3을, 장의 열로 변비가 생겼을 땐 대황 1~2를 추가한다. 보통 생후 6개월부터 6세의 아이들에게 간간이 나타나는 열성 경기로, 사지가 오그라들며 구토·설사를 하고 자주 놀라며 소변이 누렇고 눈곱이 끼는 소아경간(小兒驚癎)이나, 여름철 기온이 매우 높을 때 과다한 일을 하여 탈수 저혈압 체온상승이 일어나는 열사병 그리고 두통, 어지럼, 피로, 무력, 메스꺼움, 근 경련, 구갈, 혈압상승, 의식혼란,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온열병, 혓바늘이 돋고 혀가 갈라지는 증 외에 구토와 딸국질에도 이 처방전이 유효하다.
대나무는 ‘竹’이라 하여 벼과에 속한 다년생 왕대와 솜대, 맹종죽 등을 주로 약으로 쓰는데, 왕대라 불리는 참대(참죽, 20m 이상 자라고 대통의 직경도 5~10cm로 가장 큼), 보통의 대나무로 오죽(烏竹)의 변종인 솜대(어릴 때 줄기에 흰 가루가 덮여 있어 ‘분죽’이라 부르기도 함), 참대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작고 죽순을 얻는다 하여 죽순대로 불리는 맹종죽(孟宗竹)이 있다. 키가 6~7m 자라고 줄기가 가는 편이며 마디에서 세 가지가 나오는 해장죽이 있고 키 작은 조릿대(산죽), 제주조릿대, 섬조릿대, 이대 등이 있는데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竹’은 잎 모양을 본떠 생긴 이름이다. 죽엽의 성미는 달고 맵고 담(淡)하고 차다. 심, 위, 소장으로 들어가 청열제번(淸熱除煩, 열을 맑히고 번조함을 없앰), 생진이뇨(生津利尿, 진액을 생성하고 오줌을 잘 누게 함)하여 주로 상초의 열을 잘 흩는다. 따라서 열병으로 인한 진액손실, 번열, 구갈, 열병 후기의 여열을 없애며, 심화(心火)를 다스려 심장과 표리관계인 소장을 잘 통하게 하여 아래로 소변을 맑히는 효도 있다. 특히 죽엽권심(竹葉卷心, 줄기에서 처음 나와 대롱처럼 말려있는 연한 잎)은 효력이 우수해서 온열병 또는 신혼섬어(神魂譫語, 정신이 혼미하고 헛소리를 함)에 단미로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죽엽의 효능과 함께 소개되곤 하는 담죽엽(淡竹葉)은 같은 벼과에 속하지만 대나무가 아니라 숲 그늘에서 자라는 초본 ‘조릿대풀’의 생약명이다. 효능은 죽엽의 전반적 효능과 유사하며 그 적용질환 역시 거의 같다.
대나무는 다양하게 처리하여 약재로 사용하는데 솜대 줄기의 외피를 제거한 뒤 중간층을 실오리처럼 깎아서 말려 쓰거나(竹茹, 불면 허번 토혈), 죽간을 잘라 쪼갠 것을 비스듬히 놓고 불을 놓아 흘러내린 체액을 받는다(竹瀝, 열담 지한 지갈), 그밖에 죽엽의 효능은 동맥경화, 고혈압, 혈액순환, 숙취해소, 위장질환, 중금속 배출, 스트레스 완화, 부종, 습진에도 응용되므로 여름철의 건강차로 생활화 할만하다.
현대 약리학에서는 죽엽 추출물의 항산화작용이 연구되어 있으며, 신체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기간에 상부위장관의 출혈을 유발하여 위 점막의 손상을 일으키는 ‘스트레스궤양’에 대하여 억제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엽의 메탄올 추출물은 항고지혈, 항콜레스테롤, 항비만 효과를 보이며, 당뇨 합병증 개선작용, 항염증작용, 혈관보호작용 및 세포고사 억제작용, 항암작용도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