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들의 섬 제주. 제주의 심방(무당)들은 신들을 노래로 불러 모셨다. 마을의 평화와 가정의 안녕, 그리고 하늘이 열리고 땅이 생기고 인간이 생긴 내력은 심방들이 풀어놓는 무가(巫歌)에 스며있다.
제주에선 조상대대로 굿을 해왔고 심방들은 무가를 익혔다. 심방들은 문헌으로 기록되지 않은 제주의 역사와 작은 마을의 세세한 내력을 외워 후세에 전했다. 지금의 오키나와인 유구왕국(琉球王國)의 역사가 무당에 의해 구술전승(口述傳承)된 방식과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 옛 심방들이 풀어헤친 무가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1950~1960년대에 제주에서 녹음된 무가를 현대음향기술로 복원, 「제주도무가(巫歌)」란 이름의 CD를 출반했다. 무가 19곡이 13장의 CD에 담겼다.
이번 출반된 「제주도무가(巫歌)」엔 고(故) 고봉선 심방의 음성으로 채록된 구좌읍 송당리본향당의 내력을 담은 본풀이인 '송당본향당본풀이', 표선면 토산리에서 뱀신을 모시는 내력인 '토산알당본풀이'가 수록돼 있다.
또 마을의 내력뿐만 아니라 집을 지을 때 들어온 목재(木材)에 묻어온 액을 풀어주는 '성주풀이', 문신(門神)의 내력인 '문전본풀이', 장례에 따른 액을 풀어주는 '귀양풀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부르는 '철갈이' 등도 실렸다.
이와 함께 고(故) 안사인·김만보·홍상옥 심방 등을 비롯, 안사인 심방의 친척들로부터 기록된 무가도 되살아났다. 저승의 심판관인 시왕을 맞아들이는 '시왕맞이', '맞이굿'과 '놀이'의 중간 형태라 할만한 '삼공맞이', 익살맞은 도깨비영감을 모시는 노래로 소박한 가면의례의 성격을 띤 '영감놀이' 등이 실려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굿이 한 때 미신으로 치부돼 제주의 무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당시 제주의 젊은 학자들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여러 무당들을 방송국에 모시고 무가를 릴테이프와 녹음테이프로 기록했었다고 전했다. 이 자료들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돼 일반인에게 대여됐었다.
그러나 릴테이프와 녹음테이프는 여러 번 재생할수록 음원이 훼손되고 재생매체도 구하기 어려워 일반인이 쉽게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에 따라 이러한 자료들을 영구히 보존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의 음원을 보정해 디지털파일로 전환, 음반을 냈다.
1960년대에 녹음작업에 참여했던 민속학자 현용준씨(제주대 명예교수)가 당시를 회상하며 해설집을 만들어 음반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제주도무가」는 CD와 해설집뿐 아니라 음원이 디지털파일로 보존돼 있어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 (http://www.nricp.go.kr) 오른편 '영상자료관'→'예능민속관'→'희귀국악음반'에서 들을 수 있다. 비매품. 문의=국립문화재연구소로 무형문화재연구실(042-860-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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