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씨앗연구소 회원들과 당진마스터가드너와의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우리씨앗연구소(소장: 김선주)에서는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널리 확산시키며 우리의 문화와 생물 다양성, 지속성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김선주 대표는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이하 전씨협) 박영재 회장과 함께 2018~2019년엔 정미면, 대호지면, 면천면 지역 농가를 방문해 토종씨앗 214점을 수집했습니다. 이어 2023년엔 면천면, 순성면, 합덕읍, 우강면, 신평면, 송악읍, 당진읍, 고대면 등 113농가를 방문해 257점을 수집했다고 해요.
당진지역에서 257점의 토종씨앗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토종씨앗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고 지켜오신 어르신들이 있어서 가능했는데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토종씨앗을 수집해서 보존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257점의 토종씨앗을 지켜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늘은 토종씨앗 수집 현장에서 A부터 Z까지 함께 해 온 전씨협 박영재 대표가 특별히 함께 해 주셨는데요. 그동안 당진에서 수집한 토종씨앗의 특성과 재배방법, 요리법에 대한 강의도 함께 했습니다.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회원들과 함께 2023년에 수집한 씨앗 중 선별된 전략작물로 채종포를 만들어 형태 특성 조사와 모종·씨앗 나눔도 하고 있다고 해요. 오늘 마스터가드너에 나눔할 씨앗은 우리나라 토종박인 동아박입니다. 우리나라 토종박은 대체로 밤에 꽃을 피우는데 동아박은 낮에 꽃이 핀다고 해요. 동아박은 거름이 많이 하기에 우리 조상들은 퇴비간에 심었다고 합니다. 동아박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동아깍두기, 동아정과 등이 있다고 해요. 4월 20일경 심어 수확은 7월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동아박은 과육이 두툼하고 슴슴해 박속낙지탕에 넣어도 좋다고 해요. 토종박이지만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에서 더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위 수수는 꼬부랑 수수와 찰수수예요. 조선시대 규합총서에 조상들이 오곡밥에 수수를 섞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수수는 오랜기간 재배돼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수수를 재배할 때는 물빠짐이 좋은 땅을 선택해야 하며, 콩, 땅콩 같은 콩과 작물과 윤작을 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찰수수는 천연허브로 밥에 넣었을때와 볶았을때 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조청을 만들때 수수대가리를 넣으면 엿기름 잡내가 없어지는데요. 수수를 볶아서 가루를 내 커피와 블랜딩하는 걸 시도해도 좋다고 합니다. 콩을 가지고 커피와 블랜딩하는 곳도 있지만 콩은 텁텁하고 깔끔한 맛이 없어 수수로 하는걸 추천한다고 하네요.
꼬부랑 수수는 그늘을 제공하기에 밑에 수박이나 참외를 심으면 좋다고 합니다. 꽃 작물로는 홍화를 심으면 좋다고 해요. 홍화에 진딧물이 많이 생기는데 이럴땐 밑에 메리골드를 심으면 진딧물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마스터가드너들은 당진농업기술센터 텃밭전시 공간에 그동안 시민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토종작물을 식재해 홍보할 예정이라고 해요. 토종식물을 식재하고 어디서 수집됐는지를 설명하는 푯말도 설치해 당진의 토종을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박영재 대표는 당진을 대표하는 토종작물인 베틀콩과 당진쑥갓, 산나물 종류인 어수리, 취나물, 어른들이 엄마나물이라고 하는 삼잎국화(신선초)를 식재할 것을 권유했는데요. 특히 다년생인 산나물은 안정적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나물류와 부추는 뿌리째 뽑아서 분주해서 나눔을 하면 좋다고 해요. 나물류와 피마자는 묵나물로 해서 먹으면 씹는 식감에 고기맛이 난다고 합니다. 층층잔대, 수원잔대 등을 식재할때도 작물마다 파종시기와 수확시기를 구별해 이어짓기를 하면 좋다고 해요. 곰취, 곤달비 등 반그늘에 식재하는게 좋다고 합니다.
쥐이빨을 닮은 토종쥐이빨 옥수수는 팝콘을 만들면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고소한 향이 일품인데요. 토종 옥수수라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아 아이들 건강간식으로도 최고랍니다. 일반 옥수수처럼 삶아 먹어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정말 좋아요. 자주색 쥐이빨 옥수수도 있지만 노란쥐이빨 옥수수도 있답니다.
위 사진에 있는 콩은 완두콩 종류로 인두마마예요. 원래는 인도마마로 불리었는데 인두마마로 불린다고 합니다. 완두콩은 요오드 성분이 있어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아 이유식으로 활용하면 좋다고 해요. 요리법으론 갈아서 푸딩처럼 활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완두콩은 내한성 작물이라 감자 심기전에 심는다고 해요.
흰 강낭콩과 자주색 강낭콩입니다. 강낭콩은 내한성 작물이라 감자심기 전에 직파하면 좋다고 해요. 조나 기장은 6월말이나 7월초에 심으면 된다고 합니다. 수확시엔 끝부분이 노랗게 익기 시작하면 베어서 말리면 후숙이 된다고 해요.
위 사진은 흰가지와 자주색 가지입니다. 신사임당의 가지도에 흰가지 그림이 있었던 것처럼 가지는 우리 선조들이 좋아했던 채소중 하나인데요. 흰가지는 껍질이 두꺼워 맛은 별로지만 모든 작물은 흰것이 약성이 좋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우리씨앗연구소 전현수 고문이 식재한 흰당근인데요. 가을에 파종해 이른봄에 캐서 잎과 함께 데쳐서 집간장과 누룩 소금 두가지로 양념해 먹으면 향도 강하지 않고 달큰해 맛이 좋다고 합니다.
한편 우리씨앗연구소는 2023년 ‘우리도 재배품종 발굴 및 보존 지원 촉진 사업’으로 당진의 9개 지역에서 수집한 토종씨앗을 2023년에 성과공유회를 통해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 기탁했는데요. 성과공유회를 통해 용의눈팥, 긴자루조롱박, 흑보리, 키작은밀, 아주까리밤콩, 붉은 강낭콩, 그루팥, 종콩, 재팥, 마가목, 옛날목화 등 한 해 동안 진행한 토종종자 수집 과정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당진의 대표 고유토종 씨앗 배틀콩으로 콩나물을 키워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배틀콩은 충청도 사투리로 ‘배틀하다’(고소하다)는 맛이 나서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녹갈색 종피를 가졌으며 탄수화물이 많은 밤콩 종류로 상대적으로 풋콩일 때 지방비율이 적정량 있어 밥해 먹으면 좋다고 해요. 그래서 배틀 풋콩을 까 놓으면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칠맛과 향이 좋다고 합니다.
배틀콩은 일반콩보다 작아 콩나물로 기르면 상품성도 좋고 맛도 좋아 콩나물 키트로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해요. 배틀콩은 2018년에 당진시 정미면 농가(유ㅇ분, 당시 83세)에서 재배되던 2점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당시 수집된 2자원은《KSL180896(K271391→IT346983)와 K271365》 로 국립유전자원센터(종자은행)에 기탁되었다고 해요.
괴산군 흙살림연구농장에서는 우리씨앗연구소 김선주 대표에게 배틀콩을 분양받은 후 순계분리 육성한 자원(HSsb2022036)을 2023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특성을 조사를 했다고 하네요.
재식밀도는 이랑간격 105cm, 포기간격 40cm로 휴립멀칭 위에 1주 1본식으로 했다고 합니다. 23년 6월 12일 72구 포트파종 후 6월 24일에 정식해 10월 30일에 잘 자란 4포기를 베어 두었다고 해요. 건조 후에 경장, 분지수, 절수, 꼬투리수, 100립중을 조사했고 10a 수량성은 38포기의 평균값으로 했다고 합니다.
당진 재래종 배틀콩은 유한형의 생육습성을 갖고 있는데요. 꽃색은 흰색, 꼬투리색은 검은색, 종피색은 갈색인 중립종이라고 합니다. 성숙기는 10월 20일경 만생종이며, 꼬투리수는 400여 개로 매우 많다고 해요. 100립중은 23.3kg으로 중립종이며 10a 수량성은 277kg으로 재래종 콩 중에서는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당진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고유한 형태적 특성과 우수한 재배특성을 갖는 배틀콩에 가치를 두고 계속 증식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강의를 마치고 육묘장에 도착했습니다. 일주일전에 파종한 당진약파가 싹을 틔웠네요. 약파는 움파로 자랄때 향이 제일 좋아 지금 약파장을 만드는게 좋다고 해요. 약파장은 향이 좋아 샐러드를 만들거나 두부를 찍어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약파장과 달래장을 상품화 할때는 조그맣고 예쁜병에 넣어 판매하면 좋다고 해요.
쥐이빨 옥수수도 파종하고 흰당근과 흰강낭콩, 자주 강낭콩도 파종하고 묘종교육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급격한 산업혁명과 녹색혁명, 개발 등으로 우리 삶에서 토종씨앗은 설자리를 잃었는데요. 토종씨앗은 다양한 환경변화와 천적, 병해충을 견디며 살아오면서 건강한 먹거리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지켜준 뿌리와도 같습니다. 똑같은 작물에도 품종이 있듯 같은 품종이라도 농사짓는 환경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른데요. 획일적인 환경에서도 세상의 모든 씨앗은 획일적이지 않은 유일한 존재감을 뽐내며 토종이라는 전통성과 고유성을 지켜왔습니다.
오늘 토종씨앗 모종작업을 하면서 토종씨앗과 토종농사의 계승은 물질로서 ‘씨앗’만 아닌 ‘씨앗의 정신세계’까지 전하는 것이라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앞으로 당진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토종씨앗 관련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함께 다루면서 생태적 관점과 경험을 함께 당진시민들고 나눈다고 하니 우리씨앗연구소의 멋진 행보를 응원합니다.
김선주 대표는 “모든 회원들이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 씨앗도서관은 회원들이 씨앗을 생산해 저축하고 나눔을 하는 것은 물론 묻혀 있는 토종씨앗을 발굴하며 다양한 토종씨앗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씨앗연구소에서는 앞으로 토종씨앗학교를 운영하며 토종씨앗을 알리고, 수확한 작물로 맛의 기억을 찾아 나누며, 과거로부터 미래세대로 토종 종자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우리씨앗연구소: 충청남도 당진시 어리로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