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길’ 보다 더 험 한 길
오늘은 11월 첫째주일입니다. 어느 덧 금년도 두 달 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점점 어두워 가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도처에서 전쟁의 소문이 들려오고 한반도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우리의 경제는 더 어려워져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 가운데, 남은 두 개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 한하운의‘전라도 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다, 낮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 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길, 전라도 길.’
이 시는 나병 시인 한하운의 글로, 소록도의 나환자 요양원으로 가면서 읊은 나환자의 서글픈 이야기입니다.‘가야할 길은 천리도 더 남았는데 발가락은 두 개 밖에 없으니 어떻게 가야 하느냐’라고 하는 절박한 절규가 들어 있습니다. 이 시는 어쩌면 나환자에게 만이 아니라, 황혼이 짙어 가는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시인은 해는 다 되어 가고 길은 먼데 두 개 뿐인 발가락으로는 걸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생에게 우리 주님은 친히 찾아오셔서“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 11:28-30)하셨습니다.
비록 두 개 남은 발가락으로는 불가능한 일 일지라도 우리 주님은 능히 해결 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당시의 소록도 나환자 요양원은 소망이 없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면, 멸망으로 향해 가는 죄인의 길과 너무도 닮았습니다. 반겨주는 자 없는 지옥의 멸망 길이 아니라, 오늘도 애타게 부르시고 나병보다 더 어려운 죄를 치료하시고 고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사 1:18)
재주 있고 유능한 사람만 부르시는 것이 아닙니다. 목마른 자도 부르시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도 부르십니다. 돈 없는 자도 부르시고 헛된 일로 수고하는 사람도 부르십니다.“내게 듣고 들을지어다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을 것이며 너희 자신들이 기름진 것으로 즐거움을 얻으리라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의 영혼이 살리라”(사 55:2-3)
오늘 우리에게 있어 나병환자의‘전라도 길’보다 더 험한 인생길에도 주님의 부르심은 소망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복된 길로 나아가게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이 길 만이우리가 영원히 사는 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