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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코스에 따라 '설옥2구 → 관광농원 → 갈림길 → 괘일산 → 호남정맥 갈림길 → 금샘 → 설산 → 392봉 → 고인돌 바위 → 성륜사 주차장'의 7.7km 구간을 4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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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雪山]
높이: 526m
위치: 전남 곡성군 옥과면
곡성 팔경에 동악조일(動樂朝日)이요, 설산낙조(雪山落照)라는 말이 있다. 동악산의 일출과 설산의 낙조를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승으로 꼽은 것이다. 설산은 전남과 전북의 경계이자 곡성이 담양과 경계를 이루는 군 북서단에 솟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범상치 않아 예전부터 명산의 열에 끼었다.
이 산은 멀리서 보면 눈이 쌓인 것처럼 정상부 바위 벼랑이 하얗게 빛나 설산이라고 부르며 규사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그렇게 빛난다고 한다.
설산 자락에 있는 오래된 사찰로는 신라 원효대사와 같은 시기의 고승인 설두 화상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수도암이 있으나, 당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1928년 임공덕 보살이 창건한 암자가 현재 그 터에 들어서 있다.
이 설산 수도암에 있는 수령 200년이 넘는 매화나무와 잣나무 고목은 문화재자료 제14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 한국의 산하
12월 17일 일요 산행은 전남 곡성의 괘일산과 설산에 오르기로 했다. 이제는 정규 일정이 된 목요 오지 산행이, 순천의 제석산이라, 그걸 버리고 화요일 병풍산을 다녀온[산행기] 덕분으로, 토요일 산행이 가능해 오지 전문 산악회가 계획한 충북 청원의 구녀산과 좌구산을 연계해 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내산악회에서 신청 받는 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토요 산행을 버리고, 그동안 눈 여겨 봐왔던 곡성의 설산으로 변경했다. 소규모 안내산악회가 갖는 한계로 어쩔 수 없기는 하나, 신청 과정이 깔끔하지 못해 짜증 나는 사건이 이어져, 결국 산행을 포기하기는 했으나, 구녀산~좌구산 또한 언젠가는 가야 할 산이라, 설산과 순서를 바꾼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짜증 나는 사건을 잊을 수 있으니. 그렇다고 설산 신청 과정이 깔끔한 것도 아니지만!
최근 오르는 오지 산은 과거에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노닥거리다 발견한 산이 대부분으로 거의 다가 초면이다. 청원의 구녀산, 곡성의 설산 또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청원의 구녀산과 좌구산은 한남금북정맥 상에, 곡성의 설산과 괘일산은 호남정맥 상에 있다. 고로 정맥, 지맥 등 맥 산행에 관심 있는 꾼이라면 아는 산이나, 이어 달리는 산행에는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 다 초면이다. 말인즉 인기든 명산이든 각 기관이 선정한 산에 끼지 못한 좀 심하게 얘기하면 볼품없는 산이다. 그래서 등산객이 찾지 않아, 산행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거의 모든 산은 어떤 줄기든 줄기에 속하니, 모든 정맥과 지맥을 달리면, 오르지 않은 오지 산이 없지만, 연결에 매몰돼 산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도 있어 맥 산행은 피해 왔다.
하지만, 한국의 산하 설산 소개를 보면, 곡성 팔경 중 설산낙조(雪山落照)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산이고, 산세가 범상치 않다고 하니, 기대되는 산행이다. 다만 설산의 낙조가 곡성 팔경 중 두 번째임에도, 낙조를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설산(雪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게, 정상부 바위 벼랑이 하얗게 빛나서라지만, 산행 하루 전인 토요일부터 산행 일인 일요일까지 계속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라, 진정한 설산을 맛볼 수 있다. 다만, 설산과 가까운 강천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당일 영하 11도~8도, 바람은 3m/s라, 엄청나게 추울 예정이다. 고로 그동안 챙기지 않았던 모든 동계 장비를 들고 간다. 그리고 김밥은 배탈을 유발하는 얼음과자라 포기하고, 컵라면으로 준비한다. 사실 일요일은 김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아쉽게도 날머리 부근에 식당이 없어, 하산주는 귀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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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신사역 4번 출구에서 7시 10분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다른 때보다 더 여유 있게 기상해, 밤새 산행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하니, 달리진 게 없어, 예정대로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5시 55분경 준비한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동안 가지고 다니던 배낭은 스틱, 방석, 스패츠, 패딩 등을 넣기에는 용량이 부족해 좀 큰 배낭으로 바꿔 겨울 장비를 다 넣었더니, 배낭이 생각보다 더 무겁다. 와중에 뜨거운 물 1L가 든 보온병까지. 그나마, 버스 내에서 사용할 물건은 등산 중에는 들고 다니지 않아, 실제 등산 때는 좀 가벼워지겠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와중에 심설용으로 꼭꼭 감춰뒀던 한 짝당 1kg이 넘는 등산화까지 꺼내 신으니,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다.
몇 년 전에는 여기에 더해 텐트, 배낭, 버너에 코펠, 당연히 먹거리까지 어떻게 넣고 다녔는지, 당시를 신기해하며, 구산역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버스로 연신내로 가, 지하철역에서 6시 19분 오금행 열차를 타고, 6시 48분경 신사역에서 내렸다. 버스가 출발하려면 20분이나 남아 추운데,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역 구내를 관통하며 문을 연 가게가 있는지 확인했다. 없다. 김밥을 파는 세 가게 모두 쉰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지. 그리고 만약에 대비해 화장실에 들렸는데, 술에 취한 청춘들이 화장실을 장악 중이다. 그들과 시비가 붙지 않게, 조용히 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와, 좀 이르기는 하나, 지상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7시 3분경 계단을 올라가자, 왼쪽으로 정차해 있는 버스가 보인다. 응? 벌써 왔나, 깜짝 놀라 서둘러 올라가서 보니, 산악회 버스가 맞다. 앞차는 '선자령' 행, 뒤차가 '괘일산 설산' 행이다.
잘 아는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누고, 옆자리가 비어 그대로 버스에 탔다. 이후 옆자리에 배낭을 벗어 두고,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패드로 책을 보고 있으니, 버스가 예정보다 2분 정도 일찍 곡성을 향해 출발한다. 물론 죽전과 신갈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웠다. 달리는 버스에서 책을 보다가 잠이 들어 깨어보니, 예상대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어, 다시 책을 보다가 또 잠이 들어,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휴게소로 들어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휴게소가 아니다. 설마 여산? 맞다. 지난주에 들렀던 여산휴게소다. 일주일 전 병풍산행 때와 달라진 건 온 세상이 새하얗다는 거.
휴게소에 주차한 버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를 신고 내렸는데, 주차장이 온통 염화칼슘과 뒤범벅된 눈과 물이다.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 조심조심 화장실로 가, 볼일을 본 후, 일주일 사이 시조 공원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봤다. 역시 눈으로 온통 하얗다. 특히 정자 옆 잎을 떨어트린 나무에는 녹색 대신 하얀 눈꽃이 만발한다. 그걸 보자, 은근히 이번 산행에 기대가 된다.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산이나, 눈꽃은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소공원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조심조심 버스로 돌아와 책을 보고 있자, 버스가 출발한다. 그리고 인솔 대장이 산행 계획과 코스 지도가 인쇄된 종이를 나눠준다. 이 대장이 모든 안내산악회를 통틀어 아직도 이걸 나눠주는 몇 안 되는 대장 중 하나다.
인쇄물을 보며,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하는데, 의외로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는 산이라고 했다. 다만, 들머리인 설옥2구 마을회관에서 임도로 들머리까지 가서, 오른쪽의 들머리를 놓치고 계속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다. 내려가도 다른 길이 있어 좀 도는 거 거 외에 산행을 못 하는 위험은 없다는 말을 부연했다. 그리고 괘일산을 넘어가는 게 약간 위험할 수 있으니, 자신이 없는 사람은 괘일산 정상을 찍은 후 갈림길로 돌아와 우회로로 설산으로 향하라고 했다. 그리고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눈을 고려해 4시간에 30분을 더한 4시간 30분으로 한다고 했다.
애초 산행 전 날머리에 식당이 없는 걸 확인하고, 산에서 유유자적할 예정이었으나, 신사역에서 버스를 타는 순간 늘 제일 앞에 앉는 오지를 좋아하는 산꾼이 나를 보자, 날머리에서 1.4km 거리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3개 안내산악회를 오가며 같이 산행한 게, 아는 것만 총 26번으로 서로 얼굴은 익숙하나, 안면을 튼 건 지난 거창 오두봉, 기백산 연계 산행 후 하산주 자리다[산행기]. 서둘러 산행을 마치고 같이 식당으로 가자는 거다. 해서, 시간을 계산해 보니, 최소 1시간 반을 확보해야 한다. 8km 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하기로 결론짓고, 계속 책을 보고 있다가 10시 50분경 인솔 대장이 예상보다 30분 빠른 11시경 도착 예정이니, 준비하라는 안내에 등산화로 갈아 신고, 끈을 조인 후 이번 겨울 처음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리고 13시 30분으로 마감을 공지하고, 조금 지난 11시 정각 설옥2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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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등산 앱을 기동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빠른 산꾼은 벌써 임도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버스에서 스패츠를 거꾸로 착용했다는 걸 깨닫고, 좌우를 바꿔 다시 착용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거라 좌우가 헷갈린다. 그리고 GPS를 수신할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90m! 설산의 높이가 526m, 고로, 표고 차는 436m에 불과하지만, 인솔 대장이 나눠준 인쇄물에는 170m로 나와 있어, 아주 쉽게 오를 거로 생각했는데, 현실과 달라 잠깐 배신감이 들었다. 수직으로 예상보다 80m를 더 올려야 한다. 어쨌든 스패츠를 제대로 착용하고, 표고 차도 확인했으니, 선두의 뒤를 따라 후미에서 임도로 출발해, 위로 오르며 보니, 오른쪽으로 산이 보인다. 거리로 보나, 높이로 보나, 해발 440.5m인 괘일산으로 보인다. 아니면 괘일산은 그 뒤다!
치우기는 했으나, 아직 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임도로 고도를 높이며 가, 11시 12분 수도암 갈림길에 도착했다. 우회전하면, 왼쪽으로 '설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그 안내도를 보며, 노년의 산꾼이 아무도 듣지 않는 코스 설명을 한다. 괘일산에 관심 없는 등산객이라면 우회전해 임도로 설산 바로 직전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산행이 까만 소 인증 처가 있는 게 아니고, 오지를 좋아하는 산꾼을 대상으로 한 거라, 괘일산을 건너뛰는 일행은 없다. 안내도의 코스를 대충 훑어보고, 그대로 직진해 위로 50여 미터를 가자, 고개 정상 갈림길로 오른쪽으로 비포장 임도가 보인다. 여기가 인솔 대장이 몇 번이고 강조했던 그 고개다. 당연히 우회전 비포장 임도로 들어서자, 10여 미터만 눈을 치웠을 뿐 그 이후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정확히는 그 이후도 계속 임도지만, 사용 안 한지 오래되었는지 임도 중간에 잡풀이 무성하다.
잡풀이 무성한 임도로 들어서자, 미리 스패츠 착용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겁기는 하나, 심설용 등산화를 신고 온 것도! 오른쪽으로 보이는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잡풀이 무성한, 갈지 자를 쓰는 임도로 위로 가, 11시 23분 등산로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삼거리로 왼쪽은 호남정맥 무이산, 오른쪽도 역시 호남정맥의 괘일산으로 간다. 당연히 호남정맥 연결이 목적이 아니라, 괘일산과 설산에 오르는 게 목적이라, 우회전했다. 그런데, 이 길이 지자체에서 '토닥토닥 걷는 길'이라 명명한 등산로로 거의 산책로 수준으로 길이 넓고, 잘 정비되어 있다. 당연히 이정표도 잘 갖춰져,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고 인솔 대장이 얘기한 거였다. 그 토닥토닥 걷는 길에 올라서 20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며칠 간 내린 눈이 낙엽 진 나무에 쌓여 화려한 눈꽃을 터널을 만들고 있다.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이다. 약간은 기대하고 있었지만, 기대 이상이다. 당연히 다들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다.
혼자 보기 아까운 절경이라, 중간중간 사진과 동영상을 번갈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하다 보니, 기록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진을 보여주거나, 저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어느 순간부터 기록하는 걸 최대한 자제했다. 그리고 눈꽃 터널을 통과하다 보면, 가지를 잘못 건드려 눈이 떨어지거나, 기온이 올라가 얼었던 눈이 녹으며 떨어져,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머리에 떨어진 눈이야 툭툭 털어내면 그만인데, 옷으로 들어가는 눈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해서 가파른 경사를 오르느라 땀이 남에도 불구하고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정상으로 향해, 11시 44분 괘일산 정상 0.5km 이정표를 통과했다. 설산까지 남은 거리는 2.6km! 그 이정표를 통과하자,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가 바위가 깔린 암릉으로 바뀐다. 정상이 암봉이니 주의하라는 경고다.
암릉과 암봉은 그걸 타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지형 특성상 울창한 숲을 이루기 힘들어, 의도치 않은 전망대 역할도 한다. 물론 형태에 따라 사진에 목숨 거는 상황도 발생하지만. 그리고 모두가 감탄하는 그 바위틈에서 독야청청하는 소나무도 있다. 괘일산 또한 다르지 않아, 흙길에서 바윗길로 바뀌자, 왼쪽으로 전망대가 보여, 당연히 그리로 갔다. 정상의 높이가 440.5m에 불과한 산이라, 보이는 게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경치도 눈과 어울리니 달리 보이는 것도 있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 기록을 마치고 암릉 등산로로 돌아와,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데, 가야 하는 암릉이 더 절경이라, 물론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자제함에도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사진이 나와, 산행 후 정리하는 데 애를 먹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암릉 등산로로 정상을 향해 가, 11시 44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임도와 만난다. 수도암으로 향하는 임도다. 괘일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1km! 기록을 위해 이정표를 사진을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50m가량 가자, 앱이 괘일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그런데, 가다 보니, 왼쪽으로 '추락위험' 경고문이 서 있는 전망대다. 당연히 지나칠 수 없어, 동영상을 계속 촬영하며 전망대로 갔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암봉에 절로 감탄을 터트렸다. 그 모습과 거기서 보이는 주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암릉 등산로로 돌아와 계속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11시 49분 갈림길을 통과했다. 당시에는 인솔 대장이 괘일산을 넘는 게 쉽지 않으니, 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등산객을 갈림길로 돌아와 우회하라고 했던 그 갈림길이라 생각해, 당연히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 우회전했다.
앞선 산꾼이 우회전하는 걸 봤기에 아무런 의심이 없이, 5m가량 올라간 후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암벽이다. 여기를 올라가는 게 정규 등산로?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이미 앞선 산꾼은 올라갔다. 해서, 눈 쌓인 암벽을 기어 위로 가는데, 눈 덕분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암벽에 매달린 상태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할 수도 없어, 어떻게 든 위로 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왼쪽이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무등산 방향이다! 그리고 조금 더 가서 보니, 몇 개의 바위 뒤로, 정규 등산로를 구분하는 밧줄 가드가 보인다. 예상대로 여기는 정규 등산로가 아니다. 등산로는 갈림길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오른쪽은 암릉을 좋아하는 산꾼을 위한 길이다. 결과적인 얘기로 올라온 암벽이 아래 전망대에서 봤던 암봉이다.
어쨌든 등산로를 구분하는 밧줄 가드를 넘어 나오자, 앞선 산꾼이 주위를 배회하다가 나를 보더니, 사진에서 본 정상 표지가 없다는 거다. 그 사진을 본 적은 없지만, ‘이정표 기둥의 명패가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거밖에 안 보인다는 거다. 해서 같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표지를 찾다가, 조금 전에 넘어온 밧줄 가드 너머로 정상으로 생각되는 암봉이라, 다시 밧줄을 넘어, 그 방향으로 갔다. 역시 정상 표지는 없으나, 정상인 건 맞다. 그런데, 아래 전망대에서 본 암봉 끝으로, 역시 전망대다! 그 전망대에서 오른쪽 아래를 보니, 조금 전 암봉을 찍었던 전망대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이정표로 돌아와 정상석 대신 사진으로 남겼다. 그러는 사이 앞선 산꾼은 설산으로 떠나고 없다. 그리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와중에 막 도착한 82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山바보'와 여성 산꾼이 도착해 앞선 산꾼과 같이 사진에서 본 표지를 찾는 걸 뒤로 하고, 괘일산을 떠나, 설산으로 향했다.
괘일산 정상에서 설산으로 넘어가는 암릉 등산로가 위험하니, 자신 없는 등산객은 우회로 갈림길로 돌아가라고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강조했었다. 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떤 암릉이 나타날지 기대하며 갔는데, 바위 처마 아래 고드름 외에는 없다! 그래도 조금 더 내려가며 무언가 있을 거라 기대하며 갔지만, 북한산에서 흔히 보는 경사진 암벽이 다다. 그 경사진 암벽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자, 우회로 갑판 계단이다. 우리가 선두라, 여기까지 온 사람이 몇 안 되기는 하지만, 그 갑판에 아무런 인적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일행 중 우회한 등산객은 없다. 그 갑판 왼쪽으로 이정표가 있는데, 0.78km 직진하면 임도 끝이다. 괘일산이 끝나고, 설산이 시작하는 고개다. 어쨌든 이 길이 지자체가 명명한 '토닥토닥 걷는 길'인지, 길 상태가 처음 등산로로 접어들었을 때와 비슷한 산책로 수준이다. 그 길을 따라 설산을 향해 가는데, 앞으로 눈에 덮인 몇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저 중 가장 높은 게 설산이다. 그런데, 너무 가깝게 보이는 게 긴가민가하다.
임도 종점에 도착하니, 왼쪽 위로 정자가 있어, 그리로 갔다. 정자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그 앞 이정표에 의하면, 설산까지 0.9km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임도가 들머리에서 임도로 오르던 중 만났던 임도 갈림길에서 수도암으로 향하는 그 길이다. 남을 거리로 봤을 때, 정자로 오는 동안, 앞에서 버티고 있던 봉우리 중 하나가 설산이다! 정자를 떠나, 0.9km에 불과한 설산을 향하는 길목에서 보이는, 저 봉우리가 설산? 숲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2분 정도 가자, 이정표다. 갈림길도 아닌데, 이정표는 왜? 그렇다고 남은 거리에 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그 이정표를 통과해, 오솔길로 6분가량 가자, 이번에는 갈림길 이정표다. 우회전은 임도, 직진이 설산으로 0.4km 거리다. 직진은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으로, 마지막 깔딱 일 확률이 높다.
잎 대신 눈꽃을 달고 있는 숲 사이로 난 등산로 나무 계단을 다 오르자, 괘일산과는 달리 계속 흙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7분 정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가니, 저 앞으로 암봉과 그 앞에 설치된 철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두 명의 선두가 바위를 돌아가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보며, 철계단으로 접근해, 아무 생각 없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는데, 계단 정상에 비석이 있어, 자세히 보니, ‘금샘’ 표지석이다. 무언가를 닮았다는 그 샘이다. 그리고 금잔으로 그 물을 떠 마셔, 금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해서 촬영하던 그대로 금샘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배낭을 짊어지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아, 밖으로 조금 나와 배낭을 벗어 두고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어두워 내부가 잘 안 보인다. 해서 핸드폰 랜턴을 켜고 들어가, 평소 배낭에 달고 다니는 금잔으로 그 물을 떠 마셨다. 물론, 배낭을 내려놓을 때, 잔은 미래 분리했다. 그런데, 금샘 생김새부터, 진퇴를 거듭하고 물을 마시고 나오기까지, 호사가가 입방아 찧기 딱 좋은 모습이다.
대장이 버스에서 과거에는 누군가 금샘을 관리해 마실 수 있었는데, 지금은 관리가 안 돼, 마실 수 없다고 해, 유심히 샘을 관찰했으나, 들은 것과 달리 상태가 좋아, 금잔으로 떠 마셨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금샘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고, 위로 향하는 철계단으로 갔다. 와중에 금샘에서 노닥거리는 사이 일행 한 명이 도착했으나, 비좁아 들어오는 걸, 포기하고 바로 위로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 능선에 올라서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설산, 오른쪽은 수도암으로 가는 길이다. 임도 갈림길 지도에서 봤던 최단 거리 설산 길이다. 지자체에서 이정표를 세운 건 아니고 암자에서 세운 이정표다. 당연히 좌회전해 정향으로 향하자, 등산 앱이 설산 정상이 50m 내라고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40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설산은 우회전이고, 좌회전은 호남정맥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좌회전을 가리키는 이정표 지시가 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굳이 눈을 치고 볼 생각도 없었다. 산행기 등을 보면 호남정맥은 금샘 아래에서 갈라진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호남정맥 이정표는 못 봤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했으나, 호남정맥 갈림길은 찾지 못했다. 어쨌든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우회전해 정상으로 향하는데, 그동안은 보이지 않던 무등산 방향의 조망이 열려, 당연히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 12시 42분경 설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일행 셋이 점심이나, 간식을 먹고 있다가, 그중 하산주를 마실 식당이 있다고 얘기한 산꾼이 떡을 먹다가, 뭐 좀 먹고 가자고 해, 알겠다고 대답하고, 먼저 정상석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이후 주변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왼쪽 뒤로 보이는 무등산으로 생각되는 산도 기록으로 남기는 동안, 선배 산꾼은 컵라면에 물을 붓고, 익기를 기다리는 산꾼에게 날머리인 성륜사 주차장에서 45분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했다. 현재 시각 12시 47분, 성륜사까지 거리가 2.4km니, 1시 45분을 말하는 거다. 45분에 만나, 1.4km 떨어진 식당으로 향하면, 2시 도착. 그럼 1시간 30분 동안 하산주를 마실 수 있다. 이런 계산을 하고, 바로 나도 그 선배 산꾼의 뒤를 따라 성륜사로 향했다. 배낭에는 무겁게 들고 온 컵라면과 보온병에 든 1L의 뜨거운 물, 김치 등이 있으나, 지금 그걸 먹으면, 늦은 점심을 즐기는데, 방해될 거 같아 그대로 갔다. 결과적으로 그것들은 배낭에서 꺼내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가다 보니, 배가 좀 고프다. 그리고 이대로는 체력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배낭 허리띠 주머니에서 에너지바를 꺼내 먹으며 갔다.
하얀 눈이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감탄하며, 눈꽃을 즐기며 성륜사로 향하는 앞, 저 멀리 길게 늘어선 능선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지리산이다. 당연히 그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길목의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다가, 남은 거리가 궁금해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비법정 탐방로를 잘 표기하는 등산 앱은 성륜사 직전, 옥과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쳤으나, 대중적인 등산 앱은 갈림길까지 아직 좀 남았다. 정황상 옥과미술관 방향은 길이 두 개다. 하나는 비법정, 다른 하나는 법정! 일단 대중적인 등산 앱 기준 갈림길은 더 가야 하니, 안심하고 길을 재촉하다가, 설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뒤가 보이는 전망대를 찾았으나, 없다! 그나마 숲사이로 왼쪽이 보이는 전망대는 있어, 무등산이라 생각되는 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고개로 내려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하지만, 이정표는 우회전하면 성륜사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방향에는 어떠한 지시도 없고, 직진하면 성륜사 1.3km라고만 알려준다. 그리고 공식 이정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륜사에서 설치한 거로 보이는 이정표가 등산로는 직진이라고 강조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로 내려가는 걸 성륜사에서 싫어한다. 해서 이정표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가며, 산세를 보니, 산행 마감이 멀지 않은 게, 이번 산행 눈꽃 구경도 끝나간다. 아쉬운 마음에 남은 눈꽃이라도 기록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으며 가자, 앞이 탁 트인 전망대다. 그래서 그런지, 그 길목에 무덤이 있다. 앞에 보이는 건 지리산의 틀림없어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무덤을 지나자, 본격적인 급경사 하산이다.
한국 산이 다 그렇듯 약간 위험하기까지 한 급경사를 내려가자, 저 아래 고개에 넓적한 바위가 보이고, 앞선 산꾼이 그걸 사진 찍고 있다. 멈춰서 사진 찍는 모습이 무언가 중요한 게 있다는 얘기라 위에서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왜 여기에 멈춰 사진을 찍었는지 주위를 둘러봤으나, 넓적 바위 외에 별다른 건 없다. 아, 여기도 역시 갈림길로 우회전해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성륜사에서 세운 거로 보이는 눈에 파묻힌 '출입 금지' 경고문이 있다. 앞선 산꾼이 그거 때문에 멈춘 건 아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 뒤를 따라 하산을 계속했다. 부연하자면, 산행 후 산악회가 계획한 코스와 실제 코스를 검토하다가, 다른 건 다 같은데 '고인돌바위'는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저 넓적 바위가 ‘고인돌바위’다!
이제는 다 왔다고 안심하는 순간, 갑자기 앞에 작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한국 산은 끝나야 끝나는 거다. 봉우리라기보다는 작은 언덕에 올라서자, 곡성 소방에서 세운 이정표로, 그것에 의하면 이 언덕의 높이는 205m, 옥과미술관 뒤다. 어쨌든 다 왔다고, 기뻐하며 고개로 내려가자, 앞에 다시 언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언덕을 넘어가지 않고, 우회한다. 그 우회로로 5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이다. 직진은 지동 입구, 성륜사는 우회전해 내려가면 된다. 아무래도 식당은 지동 입구에서 가까우니, 직진하는 게 빠르겠지만, 식당 상호도 몰라, 선배 산꾼을 따라 성륜사로 내려갔다. 급경사 등산로로 아래로 내려가자, 오른쪽으로 거대한 건물이 보인다. 당연히 절집으로 생각하고 주시하며 가는데, 앞서가던 산꾼이 우회해 길을 만들며, 그 건물로 간다. 그런데, 저 아래 더 쉽게 갈 수 있는 코스가 보여, 따라가지 않고 계속 직진했다.
갈림길 이정표다. 그것에 의하면 오른쪽 건물은 절집이 아니라, 미술관이다. 현재 시각 1시 42분, 약속한 45분까지는 3분밖에 안 남았으나, 뒤에서 따라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미술관 쪽으로 우회전해, 급경사를 내려가서 보니, 설산을 등지고 있는 건, 미술관 관리사무소, 오른쪽 계단 위 거대한 건물이 옥과 미술관으로 알려진 '아산 조방원 미술관'으로 현재는 리모델링 중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성륜사로 향했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절로 가는 길이 없어, 숲을 헤치고 가자, 민간인은 가서는 안 되는 장소에 들어가고 말았다. 고택으로, 그 건물에서 나온 후 안 사실이지만, 승려의 참선하는 승방으로 안심당과 육화당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주위를 둘러보니, 산 중턱 지장 뒤에 대웅전이다. 당연히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대웅전을 향해 올라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사를 올라 대웅전 아래에 도착해 보니, 처마 끝에 기다랗게 매달린 고드름이 햇살에 녹아 하나씩 떨어지고 있다. 대웅전으로 향하다가, 그걸 맞으면 사망이다. 고드름 포탄을 피해 재빨리 처마 밑으로 들어가 처마 끝 아래를 보니, 고드름 파편이 널려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뒤로 돌아 대웅전 정문을 당겨봤으나, 꼼짝을 안 해 오른쪽 옆으로 가 문을 열고 본존불에게 신고했다. 그리고, 다시 문을 원위치하고, 대웅전 뒤 어딘가에 있을 산신각을 찾아갔다. 예상대로 작은 전각이 있으나, 산신각이 아니라, 설령각(雪靈閣)이다. 설산의 영을 모신 각이다. 일단 계단으로 올라가 설령각의 문을 열었다. 양각된 산신이 아니라 설령이다. 그리고 오른쪽에 산신도가 걸려있다. 어쨌든 설령과 산신, 모두에게 무사 산행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후 문을 원위치하고 높은 곳에서 아래에 펼쳐진 절집을 구경하는데, 선배 산꾼이 도로로 내려가는 게 보인다.
식당을 향해 서둘러 가는 거다. 성륜사에서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절을 관통하는 도로로 먼저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차장이 둘이다. 하나는 성륜사, 다른 하나는 옥과미술관, 당연히 날머리는 옥과미술관 주차장이다. 고로 잘못 왔다. 그래도 여기 온 기념으로 절집과 설산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이후 금강문을 통과해, 일주문이 있는 곳을 보니, 넓은 주차장에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주차해 있다. 아무리 급해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건 남겨야 해, 버스로 서둘러 가다가 뒤로 돌아, 일주문을 사진 찍었다. 그리고 버스에 접근해 보니, 산꾼은 아무도 없고, 기사는 문을 닫고 자고 있다. 쉬고 있는 기사를 방해할 생각이 없어, 배낭을 두기 위해 짐칸의 문을 열었다. 그 소리에 기사가 놀라 문을 열고, 나오며 벌써 왔냐고 묻는다. 해서 그렇게 됐다고 얘기하고 버스에 타 배낭을 벗어 자리에 두고, 기사에게 쉬라고 얘기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상황으로 보면 선배 산꾼은 주차장에 들르지 않고, 바로 식당으로 갔고, 버스로 온 건 내가 처음이다. 어쨌든 공식 산행 마감은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이다. 해서, 주차장 한쪽에 서 있는 '설산 등산 안내도'를 기록으로 남긴 후, 등산 앱의 기록을 캡처했다. 소요 시간은 3시간 2분 35초로, 목표보다 2분 35초 늦었다. 성륜사에 꽤 오래 지체한 결과다. 이제는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선배 산꾼이 버스에 들리지도 않고 서둘러 식당으로 가며, 상호를 문자로 보내와, 지도로 거리를 확인했다. 2.3km, 아침에 얘기한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지도가 빙 돌아서 늘어난 거리고, 지름길로 가면 1.7km 정도로 보인다. 해서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물론 길목에서 보이는 새로운 건 기록으로 남기며, 그렇게 가, 2시 23분경 왼쪽으로 식당이 보이는 곳을 지났다, 그리고 2시 26분경 도착했다.
3
2시 26분 식당에 도착해 먼저 간판을 봤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탕을 주문한 건, 통화를 했으니 알고 있었으나, 매운탕이 아닌 건 확실하나, 무슨 탕인지는 모른다. 해서 메뉴가 뭔지 궁금해 간판을 본 거다. ‘옥과백련 찜·탕’ 상호 오른쪽에 좀 작은 글씨로 '(구)옥과볼테기'라고 적혀 있다. 볼테기 탕이다! 그런데 볼테기가 뭐지? 돼지 부속이었던가? 음식을 가리지 않는 인간이라, 뭐든 문제 될 건 없고, 보면 알겠지! 그리고 외부에 화장실이 있을 거 같아, 건물 주변을 둘러보니, 예상대로 전력량계 상자에 화장실 위치를 알리는 안내가 붙어 있다. 그 지시대로 건물 오른쪽으로 가 볼일 보고 씻으려고 보니, 세면대가 없어, 그대로 돌아 나와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입구에서 스패츠와 등산화를 벗고 탁 트인 주방으로 가 손 좀 씻자고 하자, 많은 손님이 나와 같은지, 싱크대 수전을 돌려준다. 그리고 옆 핸드타월을 사용하란다.
하산주를 즐길 준비를 마치자, 정신이 돌아와 식당 안을 관찰했다. 100석이 넘어 보이는 식당 안에 주인장 둘, 손님 둘이 다다. 그리고 탕은 준비 중이나, 식탁에 밑반찬과 밥은 놓여있다. 그걸 확인하고, 어떤 메뉴가 있나, 벽에 붙은 차림표를 봤다. 볼테기와 아구, 연잎밥이다. 그리고 애들용으로 돈가스가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탕이 준비되는 동안 식당 한쪽 구석에 있는 난로 앞에서 불을 쬐는데, 산꾼이 나를 보고 이슬이와 잎새주가 있는데, 어떤 게 좋겠나 묻는다. 해서 현지 소주를 마시자고 했더니,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해 잎새주 두 병을 들고, 우리 식탁으로 갔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주인장이 준비가 끝난 탕을 우리 테이블 버너에 올린다. 이미 충분히 익힌 거라 바로 먹어도 된다고 해, 잎새주 병을 따고, 맥주잔에 따른다. 딱 두 잔 나온다.
선배 산꾼이 탕을 국자로 뜨는 동안, 내용물이 뭔지 봤다. 명태다! 볼테기가 반건조 명태였나? 사실 그렇게 알고 끝까지 먹었는데, 생각보다 국물이 칼칼하고 깔끔하다. 물론 고기 맛도 좋고, 이후 이 글을 쓰며 볼테기의 정체가 궁금해 검색했다. '볼' 얼굴의 볼이다. 볼테기는 볼의 사투리다. 그리고 명태가 아니라 대구다! 고로 대구 볼살이다. 어쨌든 최고의 안주와 소주라, 시간이 부족한 걸 아쉬워하며, 산행 후 하산주 문화를 주제로 토론하며, 잎새주 세 병을 마셨다. 이후 3시 30분 인솔 대장의 성륜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는 전화를 받고, 식당을 나가, 도로로 가 버스를 기다렸다. 물론 3시 20분경 바로 나갈 수 있도록 계산을 마치고,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3시 35분경 도착한 버스에 타자, 여기저기서 선배 산꾼에게 먹을 거 남겨오지 않았는지 묻는다. 인기 좋은 것도 피곤한 일이다!
좋은 안주와 좋은 술을 위해 페이스를 잃지는 않았으나, 평소라면 유유자적했을 전망대 등에서 서둘러 나오느라 약간 피곤한 상태에 갑자기 뜨거운 곳으로 들어가 잎새주 한 병 반을 마셨으니, 졸음이 몰려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실내등이 켜져 정신을 차려 보니,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이인 휴게소로 공주다. 현재 시각 5시 20분으로 대단히 빠르다. 그렇지 않아도 볼일을 봐야 할 거 같았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 바로 버스에서 내려 볼일 보고 와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조금 있어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달력이 필요한 사람 손을 들라고 해, 손을 들고 달력을 하나 챙겼다. 이 안내산악회는 해마다 연말이면 달력을 준비해 나눠준다. 그런데, 2023년 달력 없는 걸 보면, 2022년 연말에는 이 산악회와 같이 한 산행이 없다는 얘기다. 당시 끌리는 산행 계획이 없었나?
잠이 들었다가 실내등이 들어와 깨어보니, 신갈에서 승객이 내린다. 좀 있으니, 죽전이다. 이후 양재로 향하는 중 같이 하산주를 마신 선배 산꾼이 인솔 대장에게 정차지에 관해 불만을 토로한다. 거의 모든 안내산악회가 출발할 때 정차했던 곳에 다시 정차하는데, 이 산악회는 어느 순간부터 출발 때는 정차하지도 않는 양재, 강남 등에 정차하는 바람에, 나부터도 불만이 많았다. 인솔 대장이 시위 때문에 시청으로 가지 못해, 대신 양재와 강남에 정차한다고, 주인장을 대신 변명하지만, 쉽게 이해가 안 된다. 아예 다른 안내산악회처럼. 신사에서 마감한다고 공지하면 그만인 것을. 어쨌든 신사로 바로 가면 거기서 내리는 게 좋으나, 양재와 강남을 거쳐 간다면 양재에서 내리는 게 빨라, 7시 27분경 양재역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과 버스로 8시 30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최종 산행을 마감했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코스에, 하산주를 위해 ‘옥과백련 찜·탕’을 더한 '설옥2구 → 관광농원 → 갈림길 → 괘일산 → 호남정맥 갈림길 → 금샘 → 설산 → 392봉 → 고인돌 바위 → 옥과미술관 → 성륜사 → 주차장 (→ 옥과백련 찜·탕)’의 13.1km(램블러) 구간을 3시간 30분 동안 눈꽃과 함께한 산행이었다. 이동 3시간 25분, 휴식 5분! 핸드폰의 문제인지 등산 앱의 문제인지 실내로 들어가거나, GPS를 잡을 수 없는 곳에서는 GPS가 튀는데 이번 또한 마찬가지로 정확한 거리는 아니다.
임도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반겨주는 눈꽃에 감탄이 절로 나는 산행이다. 동행한 일행 사이에 회비를 더 내라면 더 내겠다는 농담이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
기상청 예보와 달리 따뜻한 날씨라, 아이젠, 스틱 등은 배낭에서 꺼내 보지도 못하고, 두껍게 껴입은 옷을 중간에 다 벗어 배낭에 넣어야 했다.
괘일산을 오르내리는 중 만나는 암릉과 암봉이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더한 산행이다.
다른 계절은 어떤지 모르나, 꼭 눈 내린 다음 방문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