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6. 2 주일예배설교
유일한 소망이신 하나님(역대상 29:10-19)
지난주까지는 열왕기하를 살펴보았고, 오늘부터는 <역대상>을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자.
A. 특징 및 기록관점
역대기는 히브리 성경에서는 본래 한권의 책이었지만 70인역(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본)의 번역자들이 역대상과 역대하 두 권으로 나누었다. 역대기는 사무엘하와 열왕기상·하에 기록된 내용들과 중복되는 내용들이 나타난다. 역대상은 사무엘하의 내용과 중복되고, 역대하는 열왕기상·하의 내용과 중복되는 내용들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동일한 시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기는 사무엘-열왕기와는 다른 관점에서 기록되었다. 사무엘-열왕기서는 죄에 대한 심판을 강조하는 선지자적(=신명기적) 관점에서 기록되었고, 역대기는 위로와 소망을 강조하는 제사장적 관점에서 기록되었다. 그 이유는 기록시점과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무엘-열왕기서는 포로공동체(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에게 주어지다보니 그들이 왜 바벨론 포로로 잡혀갔는지에 대한 이유를 죄에 대한 심판의 측면, 즉 선지자적 관점에서 기술하게 된 것이다. 한편 역대기는 귀환공동체(바벨론 포로생활에서 약속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주어졌다. 그들은 하나님의 약속대로 약속의 땅으로 돌아와 성전과 성벽을 재건했지만, 자신들은 여전히 바사(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있고 과거 다윗시대의 찬란했던 영광이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이 아직도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인지, 그리고 다윗에게 주셨던 언약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지는 신앙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에 본서는 다윗과 맺은 언약의 유효성과 신정국가로서의 참된 영광이 회복될 것을 변증함으로써 그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기 위해 성전을 중심으로 제사장적 관점에서 기술하게 된 것이다.
B. 구조 및 내용
역대상은 아담부터 포로시기까지의 선민의 족보(1-9장)와 다윗의 통치(10:1-21:17), 그리고 다윗의 성전건축 준비기사(21:18-29:30)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거기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선민의 족보(1-9장)
1-9장에는 몹시 지루하리만큼 자세한 족보이야기가 나타난다. 그러면 이것이 기록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류역사의 시초부터 바벨론 포로 이후까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선택하시고 보존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즉 이것은 다윗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 족보를 다시 나누면 1장은 아담에서부터 야곱까지의 족보에 대한 것이고, 2-9장까지는 야곱, 곧 이스라엘의 후손들의 족보가 유다집안을 중심으로 소개된다. 이것은 본서가 다윗왕조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중에서 다윗과 솔로몬을 비롯한 유다지파에 대한 소개(2:2-4:23)와 제사장을 포함한 레위지파의 족보(6:1-81)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이 두 지파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유다지파를 제일 먼저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윗과 맺은 언약의 유효성을 강조하고, 유다지파를 통해 메시야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레위지파의 족보를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서가 성전예배를 중시하는 <제사장적 관점에서 기록>되었음을 보여준다. 특별히 9장에는 바벨론 포로 이후에 돌아온 사람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그들에게 족보를 찾아주어 그들이 분명한 하나님의 언약백성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하여 돌아온 사람들 중 일반평민들(3-9절) 중에는 남 왕국 유다와 베냐민 지파와 함께 북 왕국 요셉 자손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의 후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역대기 기자가 가지고 있는 ‘온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윗의 통치(10:1-21:17)
10:1-21:17에는 다윗왕의 통치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하지만 다윗과 사울과의 분쟁, 압살롬의 반역, 밧세바를 범한 다윗의 죄에 대한 기록은 생략한다. 대신 다윗이 사울 왕 때에 방치되었던 법궤(대상 13:3)를 예루살렘에 안치시킨 일(15-16장), 성전을 건축하려는 다윗의 소원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 대신 다윗 왕조를 영원히 견고케 해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17장) 등을 강조하여 기록한다. 이것은 다윗 왕을 부각시킴으로써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왕위의 정통성이 계승되고 있음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다.
다윗의 성전건축 준비기사(21:18-29:30)
21:18-29:30에는 다윗의 성전건축 준비와 그와 관련된 예배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사무엘하에는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본서에는 이러한 내용들을 첨가시킴으로써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왕위의 정통성이 계승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다윗은 솔로몬이 성전을 지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춘다. 성전을 건축할 터(21:18-25)와 모든 재료와 사람에 관한 준비(22장), 성전에서 예배하기 위한 레위인들과 제사장들, 찬양대, 문지기들(23-26장), 그리고 군대와 행정조직을 정비한다(27장).
본서의 마지막(28-29장)은 다윗이 솔로몬을 후계자로 세워 성전건축을 당부하고 온 백성에게 솔로몬을 도와 그 일을 완수하도록 권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로써 성전건축은 평강의 왕이라는 뜻을 가진 솔로몬에게 위임되는데, 이것을 구속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참 성전은 다윗의 자손이요 평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질 것을 예표한다고 할 수 있다(마 26:61, 27:40, 막 14:58, 요 2:19, 고전 3:16-17, 6:19, 계 21:22).
C. 적용
우리가 인생에서 극한 환난을 만나고 그것이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가끔 “나는 과연 하나님의 사랑받는 언약백성인가?”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자세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윗과 영원한 언약을 맺으신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이요, 유한한 우리 인생의 유일한 소망이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당하는 환난으로 인해 절망하지 않고 소망가운데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