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목 외 1편
최춘희
밤의 천변에서 새 울음소리 들려온다
얼음송곳 부리로 심장에 구멍 뚫는다
외따로 흐르는 강물이거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기대
목숨 부리는 모든 것들
허재비 그림자 향해 물수제비뜨다
생의 한가운데 돌진하는 검은 새,
도움닫기 하듯 빛의 속도로 미끄러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날개를 접고 반환점을 돌아
물살을 거슬러가고
내딛는 걸음마다 밤공기 찢는 저 울음소리
내 안의 내가 피나도록
물의 과녁을 쪼아댄다
새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새들이 아침마다 날아와요
비가와도 빗속을 뚫고 날아와
창가에 앉아 있어요
새들에게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아픈 것들의
울음이 흘러 나와요
먼 곳에서 이곳까지 날아와
무엇을 알려 주려는 걸까요
새들은 날기 위해, 무거운 모든 것
버려야했어요
공기처럼 투명한 날개 안에
버려진 것의 비명소리, 입을 틀어막은
슬픔이 흘러 내려요
백년 후, 혹은 천년 후
박제된 새의 날개가 발굴되고
그 날개 짓 당신의 하늘로 날아오르면
알 수 있을까요
덧대고 덧댄 상처의 흔적
만져볼 수 있을까요
약속처럼 날마다 새들이 날아와요
새들의 잿빛 그림자 속 갇힌,
나를 꺼내 햇빛에 말려야겠어요
최춘희
경남 마산 출생. 1990년 《현대시》로 등단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졸업
시집 세상 어디선가 다이얼은 돌아가고 종이꽃 소리 깊은 집 늑대의 발톱
시간 여행자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봄의 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