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직전에 봉우리 위에는 콘센트 군막사가 있고 그 아래에는 군 막사를 헐은 자국이 있어 우회하여야만 했다.
분한 땅이 보이는 곳이고, 완전히 철거할 수 없는 것은 여기가 최전방의 산이라 다시금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건 뭔가. 문수산 정상을 검은 그물 같은 것으로 덥혀 있지 않은가. 다음은 그 설명이다.
.
-이곳은 문수산 정상부(해발 376m)로 옛날에 문수산성 장대(將臺)가 있었던 지역으로 복원을 위해 발굴 조사하는 중입니다. 장대(將臺)란 산의 정상부에 지은 망루로서 장수가 주변의 정세를 파악하여 지휘하던 곳을 말합니다.
그동안 문수산성 장대지를 발굴하다 보니 삼국시대 기와 조각과 고배 등이 발견되어 숙종 때 문수산성을 쌓기 이전에도 산성이 있던 것으로 추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아울러 장대지 기단부에 사용된 전돌들이 발굴되어 조선시대 전돌축조법에 중요한 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수산 정상 전체가 검은 비닐 그물로 덮여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그래도 그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아 놓고 쫓기듯이 급히 내려오는 바람에 문수산의 멋인 정상에서의 경치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북한산에 있는 동장대 같은 장대가 완성되는 훗날 다시 한 번 와서 못 다한 전망을 보고 싶다.
하산길도 성터를 따라 염강 너머 강화를 굽어보며 내려가는 가파른 길이었다.
정상에서 400m 지점에 헬기장이 있고 거기에 이 산에 셋 있다는 암문을 중심으로 성벽을 복원하여 놓았다.
암문(暗門)이란 성벽에다 누(樓) 없이 만든 문을 말하는데 남문에서 오를 때 가장 높은 봉 근처에서도 보던 것과 달리 완전히 복원하여 놓았다.
이정표는 8각 전망대로 해서 문수산산립욕장으로 가겠느냐 아니면 문수사로 가겠느냐고 묻고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문수사 길로 들어선다. 가보지 못한 곳이요 이 문수산의 이름의 유래가 된 절이기 때문이었다.
문수사 길 반대쪽은 김포대학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문수사도 그렇지만 정상에서 보던 멋진 부도(浮屠)도 보고 싶어서였다.
*. 문수사 이야기 헬기장에서 문수사까지는 내리막길로 500m라는 이정표와 달리 너무 멀었다.
드디어 나타난 문수사는 다른 절의 암자보다도 더 작고 초라하였다.
-신라 혜공왕 때 창건 되었다는 문수사(경기유형문화재 제91호)는 한국불교태고종에 속하는 절이다. 옛 당우는 전쟁에 소실되고 현재 당우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과 요사체가 있는데 그 사이에 허물어진 고탑을 모아 세운 5층 석탑과 그 탑의 뒤에 연화좌대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보다 이 절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 주는 것이 그 아래에 있는 '풍담대사부도 및 비'다.
문수사풍담대사 부도는 조선시대 고승 풍담대사의 사리를 모신 묘탑(廟塔)이고 그 옆에 있는 비는 풍담대사의 행적을 기록한 비였다.
*. 길을 잃고 이렇게 나의 문수산 답사를 거의 다 마친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홍예문으로 다시 돌아가 8각정 정자 전망대로 해서 산림욕장을 가고 싶었으나 그곳은 자주 갔던 길이라서 그냥 하산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강화 풍물시장에 가서 인삼막걸리에다가 가을의 별미라는 전어회가 불현듯 먹고 싶었다.
전어 구운 고기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 하지 않던가. 그 맛을 한번 보면 부자도 가난뱅이도 '錢[돈]'을 아끼지 않고 먹게 된다는 '魚[물고기]'라서 전어(錢魚)가 아닌가.
무심코 부도를 지나 직진하여 가다 보니 이상하다. 분명 낙엽이 덮인 길인 것 같은데 갈수록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산에 가면 이정표 대신에 있던 리본을 못 본 것이다.
수많은 낙엽이 길을 덮었을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문수산은 많은 사람이 오는 산이 아이어서 낙엽이 길을 덮은 것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가 '길을 잃었구나 '하였을 때는 벌써 20분 가까이 내려왔을 때여서 뒤돌아갈 수도 없었다.
낙엽이 쌓인 곳은 모두가 길 같았다. 그러나 사람의 흔적 하나 없다는 생각에 미치니 모두가 길이 아니다. 이렇게 길 밖에서 길을 찾으면서 길 '道(도)' 자를 생각해 봤다.
길을 잃고도 이렇게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은 저 아래 해병대 막사에서 신병들의 훈련 소리와 개 짖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 군부대를 피해 가려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그런 내 앞에 드디어 나타난 사람의 자취는 버려진 사이 다병이었다.
이어 나타나는 밤나무 숲. 까먹은 밤송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밤을 따러온 인적일 뿐 길이 없다. 사람 흔적이 있으면 길이 있으리라 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러다. 그만 훈련 중인 부대 내 운동장에 들어가고 말았다.
해병 신병들이 공중 로프를 타는 유격 훈련을 하며 기압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의 산행은 단독산행이 많아서 만약에 길을 잃는 경우를 대비해서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하고 다닌다.
스틱 2개, 호루라기, 좋은 성능의 손전등, 5m 정도의 비상로프, 비상식( 건빵, 미숫가루, 검은 콩 중 한 가지), 지도와 나침반, 휴대폰 등이다.
집에서 떠나올 때 문수산 지도를 복사하여 오렸더니 이름난 산이 아니라서 적지 않은 등산 서적을 가진 내 서재에도 없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가급적이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 한다.
계곡을 향해 내려가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가급적이면 주위에 있는 능선을 향할 것이다. 계곡은 낭떠러지가 있음에 유념하고 사람의 흔적이나 개 짖는 소리 쪽을 향할 것이다.
이젠 강화풍물시장에 가서 인삼주에 전어화를 먹는 일만 남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