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조선,중앙,동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파기하고 서버를 유출하고 자료를 몰래 옮겼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정국이 촛불집회로 들끓던 시기, 이런 기사는 모든 언론에 도배됐고,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꼼수가 있어 노무현 대통령이 몰래 자료를 빼돌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료 유출이 불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기록물을 열람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당연한 권리였습니다.
자신의 기록물을 보기 위해서 봉하마을에서 대통령기록관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수차례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달라고 요구했지만, MB정권의 대통령기록관은 그 요구를 뭉개버렸었습니다.
' 노무현은 안돼, 그러나 MB는 괜찮아'
아이엠피터는 예전 포스팅에서 MB도 퇴임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신의 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기록관이 있는 분당이나 세종시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꼼꼼하신 가카께서는 이런 블로거의 속셈을 이미 간파하고 2010년 자신의 퇴임 후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2010년 MB는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 요구가 있을 경우 대통령 기록관의 장은 전용회선,열람전용 컴퓨터 등 열람장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요구했을 때는 들은 척도 안 하고 보안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던 MB정부는 가카의 한 마디에 바로 법을 바꿨습니다. 보안 시스템이 2008년이나 2010년이나 별 차이 없지만, 전용선에 열람 장비까지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안 제18조 ' 전직 대통령에 의한 열람'을 보면 이미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편의 제공을 하지 않은 MB정부는 퇴임 후 자신도 당할 수 있으니 아예 법을 바꿔 버린 것입니다.
만약 온라인 열람이 문제가 된다면 충분히 사전에 봉하마을에 양해를 구하고 조만간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MB는 노무현 대통령은 손과 발을 모두 묶어 놓고, 자신만 유유히 빠져나가는 참으로 간교한 짓을 한 것입니다.
' 남긴 것이 없는 수상한 MB기록물'
MB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자신이 훨씬 많은 대통령기록물을 남겼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고, 자신은 기록을 철저히 남긴 대통령이라고 홍보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2008년부터 2012-13년까지 이명박 정권이 남긴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중요한 청와대 자료가 대부분 없기 때문입니다.
▶ 온나라시스템 자료 0건
MB정권은 참여정부의 청와대 이지원 시스템을 바꿔 '위민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을 보면 위민시스템 자료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문서를 주고받은 온나라시스템의 기록물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입니다.
청와대의 '위민시스템'은 청와대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 조직과 문서등을 주고 받을때는 반드시 온나라시스템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 기록물이 단 한 건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 청와대, 정무,민정수석실 종이 문서 0건
전자문서가 없다면 종이 문서라도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MB정권이 생산한 대통령실 비전자기록물의 문서를 보면 그 숫자가 미비합니다. 2008년 대통령실 문서는 총 65건입니다. 전자문서가 아무리 보편화했어도, 1년에 나오는 종이 문서의 양이 적어도 너무 적습니다.
정권의 중심부인 청와대 정무,민정수석실의 종이 문서는 2008년,2009년,2010년,2011년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2012~13년까지 세부 내역이 없어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그때도 없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온나라시스템'을 이용해 문서를 주고받는 시스템입니다. 정부 문서를 네이버나 다음 메일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온나라시스템은 참여정부 말기에 시작된 획기적인 온라인 시스템입니다.
이 자료가 없다면 청와대의 지시사항이 종이 문서로 각 정부 조직에 뿌려졌다고 봐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청와대 정무,민정수석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자문서도 종이문서도 없다면 도대체 MB정권은 어떻게 각 정부조직과 연락을 취하고 문서를 주고받았을까요? 무슨 70년대도 아니고 전화 내지는 독대만 해서 운영했다는 말 자체는 신빙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료 파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 대통령기록관의 수상한 봉인해제'
대통령기록물은 한번 봉인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제되거나 함부로 열람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 기록을 제공받기 위해 대통령 기록관을 방문했을 당시, 지정서고에 보관돼 있던, 봉하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이 해제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2010년 3월 2011년 8월, 두 차례 시스템에 접속한 흔적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2008년 검찰은 봉하마을에 대통령기록관 이관한 자료 이외의 자료가 있는지 3개월이나 조사했고, 반납한 사본과 보관 중인 대통령기록물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2008년 10월 검찰 입회하에 대통령 지정기록 특수서고에 있던 기록물은 봉인됐습니다.
<만약 참여정부가 대화록을 누락했다고 한다면, 당시 조사했던 검찰을 수사하면 된다. 그들이 조사하고 입회했으니, 결국 누락이라는 전제 조건은 성립되기 어렵다.>
대통령기록관은 봉인을 해제한 이유를 이지원 시스템 사본의 구동 여부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청와대 이지원 자료가 있는데 굳이 그것을 확인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또한, 항온,항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스템에 접속했다는 변명도 무슨 조선 시대도 아니고 중앙컴퓨터로 통제되는 시스템에서 그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대통령기록물 봉인이 해제된 시기가 김선진 당시 청와대메시지기획관리실 행정관을 대통령기록관장으로 불법선임한 시기라는 사실을 보면, (임상경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은 법으로 정해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MB에 의해 면직됐다) MB정부의 기록물 관리에 대한 의혹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 도대체 어떻게 MB는 남북대화록을 봤을까?'
NLL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진실은 국가기록원이 자료가 검색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조건 없다고 발표한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로 밝혀졌다)
대통령기록관에 없다는 남북정상 회의록을 이미 본 사람은 여럿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MB입니다.
MB는 퇴임하기 전인 2013년 2월 4일, 조선일보 양상훈 편집국장,박두식 정치부장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2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기에서 MB는 자신이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의 대화록을 분명히 봤고, '국격이 떨어지는 내용이라 안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MB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본 것이 불법일까요? 아니면 합법일까요? 정답은 '불법'입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중 보호 부분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을 보는 것은 불법입니다. 물론 일부 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볼 수는 있습니다.
비밀기록물이라고 해서 차기 정권이 전직 대통령의 기록을 토대로 정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현직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 열람인가권자만이 열람할 수 있는 기록물이 있습니다. 그러나 MB가 봤다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열람을 위해서는 국회의 찬성과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결국, MB는 국가기록물을 함부로 열람한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MB측은 대통령기록물 열람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많지 않느냐"라고 했는데, 도대체 대한민국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이렇게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국가기록원은 물론이고 관련자가 처벌받아야 하는 중대 범죄이다.
또한, 국정원 보관본을 MB가 봤다면, 어떤 의도로 대화록을 봤는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여 범죄 여부를 파헤쳐야 한다.>앞서 현직대통령이 볼 수 있는 기록물을 '비밀기록물'이라고 했는데, MB는 비밀기록물을 단 한 건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왜 MB가 자신의 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단 한 건도 보지 못하도록 막아놨는지 반드시 추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간 MB는 노무현 대통령이 기록물을 파기하고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실제로 그가 볼 수 있는 기록물은 만여 건 가까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볼 수 있었지만 기록이 없다고 해놓고, 자신의 기록물은 절대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MB의 꼼수는 알면 알 수록 대단합니다.
<어쩌면 MB는 자신의 퇴임 후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다른 정권으로 바뀌었을 경우를 대비했거나, 정권 심판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MB가 어떤 자료를 파기했고 (민간인 사찰,촛불집회, 국정원 기록) 어떤 자료를 봉인 해제하여 봤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MB가 대선 전에 대화록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박근혜 후보 측에 넘겨줬는지, 그 연관 관계를 추적한다면 이명박근혜의 연관성을 충분히 파헤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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