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태는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엄마의 얼굴도 실제로 본 것을 기억하는 건지 사진으로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인지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쨋든 엄마와 의미있는 대화나 교감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지태의 엄마는 지태가 5살 때 죽었지만 지태가 20살이 넘은 후에도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정확히 들은 적이 없었다.
딱 한번 지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아주 어렵게 아버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아파서 돌아가셨다." 라고 짧게만 대답했다.
지태도 그다지 궁금하진 않았기에 그 후로 다시 묻지 않았다.
지태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무엇보다도 어려워했다. 아버지가 특별히 엄하고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저 지태에게 아버지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이었다.
지태에게 어린시절 기억에 남는 사람의 표정이란 아버지의 무표정이었다.
지태의 아버지는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든 사람이기도 했지만 얼굴을 보여줄 때에도 그 얼굴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태가 무엇을 잘 하든 무엇을 잘 못하든 아버지는 크게 칭찬을 하지도 크게 야단을 치지도 않았다.
지태는 워낙 어렸을 적부터 익숙해온 일이라 아버지가 크게 섭섭하지도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그저 유일한 아버지가 편하지 않을 뿐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태를 맞이하는 것은 늘 고요함 뿐이었다. 오후의 낮은 햇살이 마루를 비출 때의 멈춰있는 공기,
공중에 떠 움직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들이 지태의 머리속엔 늘 집에 대한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혼자 숙제를 하고 혼자 밥을 해먹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자연스러워진 일이었고 언제부턴가 그것이 제일 편하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있을 때에는 어서 일을 보러 나가주시길 은근히 바랐다.
친구들과 같이 웃고 때로는 싸우고 화해하고 웃으며 뛰어노는 것을 지태는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과 교감을 나누며 '무표정'이 아닌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지태에겐 견디기 힘들었다.
누군가 웃어주면 괜히 심술이 나서 친구의 얼굴을 무표정으로,
그에게 가장 익숙하고 안정된 상태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화를 내고 호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친구들과 아무런 교감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집안에 무겁게 가라앉아 움직이지 않는 공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지태에겐 가장 편했다.
어느 날 그 움직이지 않던 공기를 마구 휘저으며 순이가 지태의 앞으로 나타났다. 지태가 12살이 되던 겨울에 아버지의 오랜 친구로 초대되어 웃고 떠드는 그 가족은 지태에겐 재앙처럼 느껴졌다.
어서 빨리 그들이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무엇보다 지태에게 거의 폭력적일 정도로 많은 말을 걸어오는 순이가 가장 당황스러웠다.
지태는 늘 그랬듯이 자신만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순이를 무표정으로 만들려고 시도 했지만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얼굴에 박힌 순이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지태의 저항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순이는 이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도망치는 지태를 붙잡아 질문을 퍼부었다.
그날 밤 그 몇 시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몇 살 어린 그 소녀로부터 받은 미소의 공격은 치명상을 입혔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거야.”
그 후 지태는 학교를 마치면 가끔 모든 것이 정지해있는 무표정의 집으로 가는 대신 버스로 몇 정거장이나 되는 먼 길로 돌아 걸어 순이네 집으로 향했다. 운 좋게 순이를 만날 때면 있는 힘 다 짜내어 그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자랑하는 것으로 말문을 텄다.
그때 지태의 향한 순이의 반가워하는 눈빛과 깔깔거리는 웃음을 지태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했다.
"오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될 때까지 친하게 지내자!"
지태가 구구단의 어려운 구단을 알려주다가 순이가 내뱉은 그 말에 순이는 지태에게 하나뿐인 친구가 되었고 가족을 갖지 못했던 그에게 가족이 되었다. 남들은 말하기도 전에 엄마에게 느껴야할 것들을 지태는 사춘기가 다 되어서 순이에게 처음으로 느꼈다. 지태에게 순이는 처음으로 따뜻한 사람의 표정이었고 처음으로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 몸이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 순이는 지태에게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순이였지만 지태는 예전 순이의 그 말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마음속 황폐함을 이제껏 버틸 수 있었던 건 순이가 아직 자기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고 언제든 다시 웃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첫댓글 이런 얘기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었어야 그 영화속의 지태를 이해할수 있는데 하나도 안나오고 그냥 다짜고짜 싸이코마냥 순이랑 철수 괴롭히고....그래서 난 첨에 지태 존나 미워하다가 이거보고 마음돌림
아 이노래만 들으면 아련해져ㅠㅠ
아이고...ㅠㅠ
환경이중요함니다
헐...................이거 진짜야? 영화가 다 표현 못 한 부분인거네?
원래 시나리오 쓸 때는 영화에 표현되지않더라도 등장인물의 과거와 미래,주변환경 다 짜야돼 ㅋㅋㅋㅋ
아. 영화가 진짜 생각치도 못한 것 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엄청난 수고가 있네ㅠ
욕해서 미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태야 썅놈새끼라고 해서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노래랑 들으니까 아련돋아
영화속에서 순수병신이던데...
헐..이런사연이....ㅠㅠㅠㅠㅠ흡.........
아 불쌍한 아이였네...ㅠㅠ
영화에 지태 이야기가 조금 더 들어가 있었으면 지태 쌍것이라고 욕하진 않았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 미아내 지태야 으허허허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시나리오 캐릭터설정인거같애
맞아 이거 알고나서 슬펐어 ㅠㅠ
진짜 늑대소년 영화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 이거...지태가 진짜 순이를 좋아해서 아무리 버릇없는 룸펜이어도 순이 앞에서는 어쩔줄 모르고 좋아죽는 캐릭으로 보이도록 했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순이가 짐승같은 애한테 웃어주고 안아주는거 보고 빡도는걸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냥 이뻐서 치근대는 걸로만 보여서 그냥 소유욕강한 미친놈으로만 보임. 이거보면 지태도 불쌍한 캐릭인데...
지태가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진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듯... 이런 부분을 베이스로 깔아서 순이에 대한 진심을 좀 보여주고 왜 그렇게 순이한테 집착할수밖에 없는질 보여주고
그리고 좀더 고민하고 주저하는 악역으로 그렸으면 훨씬 작품성도 살았을텐데
삭제된 댓글 입니다.
순이가 아프면서 병원비,수술비로 재산이 줄어들고 지태네 아빠가 순이네 아빠 회사 뺏어서 아빠 자살하는 바람에 순이가 그게 다 자기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에 삐뚫어져서 성격이 바뀐듯..
영화보며서욕했는데...그랬구나
존나 아련 ㅜ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그랬구나... 영화에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면 좋았을텐데..
무표정소년으로 영화 만들어줘 ㅠㅠㅠㅠㅠㅠㅠ 너 미워해서 미안해 지태야 ㅠㅠ
지태개불쌍ㅜㅜㅜ
찜하고 보고싶다...
헐 지태야 미안....엄청 미워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태 이런.................................................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지태 ㅠㅠㅠㅠㅜ
지태야.......그런과거가있었구나......ㅜㅜ그래도너의행동은 의심할만했었어 그렇지않니..?ㅜㅜㅜㅜ
헐 이렇게 사연있고 꽤 괜찮은 남자가 왜 영화속에선 개썅비호감이었던거야ㅠㅠㅠ
헐 ..ㅠ 지태야 미안 지태 이런 애였구나..철수 슥기 지태 왜 죽였냐............아오ㅠㅠㅠㅠㅠ 지태랑 순이 이야기 만들어도 존나 재밌겠댜..ㅠ
지태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 위의 사진은 약간 유지태나.....박해일 분위기 난다
세상 모든 악역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라더니ㅜㅜ....
영화볼땐진짜 찝빨이었는데불쌍...
근데 왜 그 따구로 싸가지가 없니
난 세상 모든 개새끼들이 다 이런 거 같아.........들춰보면 다들 안타까운 사연이 있고, 보듬어줄 사람 없어서 저렇게 된 거지만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
개새끼는 개새끼지
지태 역할맡은 배우가 예전에 인터뷰에서 지태 캐릭터가 잘 설명된 부분이 편집되서 아쉽다고 한 거 본거같음.. 지태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순이한테 집착하는지 조금 더 설명해줬으면 그래도 납득은 가는 캐릭터였을텐데 영화에서는 걍 썅놈;;;; 연기 너무 잘해서 더 개새끼같았어
홀지태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발 하지만 넌나쁜놈이긴했어 근데 이러면어쩌자는거시바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
진짜 극단적인 개새끼로 나왔지..ㅋ이런거 조금이라도 보여줘야 조금이라도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하지 왜 납득이 안되는 쓰레기를 만들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