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1.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1요한2,18-21 요한1,1-18
말씀찬가, 말씀예찬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매해 마지막날은 감개무량(感慨無量)하지만 올해는 더욱 그러합니다.
말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해는 12월31일 성탄 팔일 축제 제7일로 끝내고,
내일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 시작인 첫날 1월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주님 성탄의 축복이 한해를 마무리 지으며 새해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성탄 축제가 계속되기에 끝도 좋고 새로운 시작도 좋습니다.
매해 마지막날 오늘 복음은 언제나 요한복음 서두 말씀인 로고스(말씀) 찬미가입니다.
무궁한 깊이의 말씀 찬미가는 하느님, 그리스도 예수님, 인간, 우주만물, 즉 모두의 신비를 알려 줍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절절히 깨닫게 하는 말씀 찬미가입니다.
본격적 말씀 찬미가의 자랑에 앞서 몇가지 기분 상쾌한 예화를 나눕니다.
1.만93세 영원한 현역의 예전 안동교구장 두봉주교님(1929-)의 공동휴게실 게시판에 붙은
투박한 친필 성탄 축하 카드가 반가웠습니다.
“최원장님과 공동체!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성탄되시고 그리고
멋진 새해 되십시오.”
‘멋지다’라는 말마디가 참 좋은 우리말입니다. 영어로 번역한다면 ‘grace(우아함, 자비, 친절, 호의, 은혜)’가
좋을 듯 하다는 진토마스 신부님의 의견도 생각납니다.
2.역시 70대 초반의 영원한 현역, 화순수도원 분원장인 김종필 뽈리카르포 신부의 장문의 성탄카드도
신부님의 순수와 열정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성경통독 8일 피정은 올해 12월 말로 제110차가 진행될 계획입니다.
아무쪼록 육화하신 주님 사랑으로 청안하신 중에 2022년을 잘 마무리하시고,
계묘년, 2023년을 새희망과 복으로 맞이하길 기도합니다.”
3. 요즘 제 고백성사중 보소 처방전 말씀은 동일합니다.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사랑하는- 형제님(자매님)!”(필리4,4).
써드리고 “웃어요!”란 붉은색 스탬프를 찍은 다음 조언입니다.
“연말연시 몇일동안 집중적으로 화내지 말고, 기쁨, 감사, 평화중에 웃으며 행복하게 사세요! 보속입니다.
그러면 위로부터 축복이 쏟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모두가 웃으며 명심하는 분위기가됩니다.
4.불세출의 가톨릭교회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노와 쌍벽을 이루는 '천사적 박사(Doctor Angelicus)' 성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성 토마스의 지혜와 사랑>이라는 신간 소책자를 구입했습니다. 다음 엮은이의 머리말 부분에서 웃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자층이 너무 얇아 겨우 300명 팔리는 것도 보장받지 못하오니,
가능하다면 원고는 무료로 허락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료로 허락받아 출간된 책이며, 다음 애제자 수련수사에게 준 권고 말씀이 좋아 나눕니다.
잠시 나누기전, 전에도 나눴던 감동적인 성인의 일화를 나눕니다.
세상 떠나기 얼마전 경당에서 성인과 십자가에 못박힌 분과의 대화를 동료 수사가 엿들었습니다.
-예수님;“토마스야, 너는 나에 대해서 참 잘 말했다. 무엇을 해주면 좋겠는가?”-
토마스가 주님께 드린 답변은 예수님의 친구들이자 제자들인 우리 역시 언제나 그분께 말하고 싶은
그런 답변이었습니다.
-토마스;“당신 아닌 어떤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주님!(Nothing but youself, Lord!)”-
얼마나 멋진 답변입니까! 아마 우리 모두의 답변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토마스 성인이 얼마나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일치의 삶을 열망했는지 깨닫습니다.
다음은 토마스 성인께서 사랑한 수련수사에게 준 충고입니다.
- 수련자 요한에게
1.대담하게 바다로 나가려 들지 말고 오히려 실개천을 통해 이르려고 해야 한다.
즉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2.더디 말하기 바라고, 저녁 늦게 대화방 같은 데를 드나들지마라.
3.양심의 순수성을 언제나 소중히 여겨라.
4.기도에 중단없이 전념하라.
5.지혜의 향연에 참여하고 싶거든, 독서실에 수집되어 있는 현인들의 저술을 사랑하라.
6.모든 이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라.
7.남들의 일에는 깊이 끼어들지 마라.
8.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말지니, 그것은 경멸을 낳기 쉽고, 또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9.결코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그런 담화에 끼어들지 마라.
10.무엇보다 할 일 없이 배회하지 마라.
11.성인들과 훌륭한 사람들의 모범을 본받는 일을 건너뛰지 마라.
12.말하는 이가 누구든 개의치 말고, 들은 바 좋은 내용을 마음속에 새겨 두어라.
13.읽고 듣는 내용을 이해하도록 힘써라.
14.의심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두어라.
15.그릇을 채우듯 ‘정신의 서가(書架)’에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정리해 두어라.
16.네 힘에 겨운 문제들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마라.
이런 방향을 정하고서 네 평생을 두고 만군의 주님의 포도밭에서 유익한 결실들을 내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바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너의 형제 토마스 수사가.-
얼마나 겸손하고 친절하고 자상하고 성실한 ‘말씀의 사람’인지 참으로 감동적인 가르침입니다.
오늘 요한복음 서두는 요한복음을 요약하는 “말씀찬미가”입니다.
요한공동체에서 찬가로 불렀을 이 은혜로운 내용을 우리도 찬가로 불렀으면 참 좋겠습니다.
참으로 인간으로 태어났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허무도, 무지도, 탐욕도 아니라, 인간의 본질은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말씀이, 사랑이 인간의 본질입니다. 오늘 말씀 찬가가 말씀 예찬이 너무 은혜롭습니다.
말씀은 명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사입니다.
1.말씀은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2.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이셨습니다.
3.세상 모든 것이 말씀이신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4.말씀은 생명이자 빛입니다. 생명의 빛입니다.
5.진리의 증언자 세례자 요한처럼 우리는 말씀의 빛을 반사하는 반사체일뿐 결코 발광체가 아닙니다.
6.말씀을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7.말씀이신 그분은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영광을 지니신 분입니다.
8.말씀이신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는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9.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고,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 말씀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인간의 본질은 말씀임을 천명합니다.
말씀과의 일치를 통해 날로 하느님을 닮아갈 때 비로소 참나의 실현이요 구원입니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적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아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 과제입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입니다.
평생 과제는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날로 깊어지는 일치의 관계를 통해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날로 말씀이신 주님을 닮아갈 때 자유롭고 부유하고 행복한 참나의 실현입니다.
인간의 불치병과도 같은 무지와 허무에 대한 근본적 처방도 말씀뿐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말씀 공부가 참사람이 되는데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1서의 말씀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마지막 때입니다.
안팎으로 그리스도의 적들의 공격입니다.
가면을 쓰고 공격하기에 분별의 지혜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룩하신 분에게서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았으니,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 그리스도를 알 수 있고, 날로 진리 말씀이신 그분과 날로 깊어지는 앎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늘 진리의 말씀이신 그분과의 일치를 깊이하는 것이 적 그리스도에 대한 최고의 처방입니다.
진리의 연인, 진리의 협력자, 말씀의 사람으로 시종여일, 한결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