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은 편지
가까운 미래사회를 그린 존스감독의 영화에는 "아름다운 손 편지 닷컴"이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이 회사에는 "편지작가들이 근무하며 고객들에게 아름다운 손 편지를 대필해 준다
여기서 쓴 편지는 반드시 부쳐진다.부치지 않은 편지란 없다.
고객이 발신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편지를 부치는 자는 편지를 쓰지 않은 자이다.
발신자는 자신이 "쓰지않은 편지"를 부치는 것이다 편지의 아이러니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이 노래는 그가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곡이다. 그가 죽기 전날밤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김광석은 대단한 독서가이기도 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순간 늘 책을 읽었다. [부치지 않은 편지]는1987년 정호승의 "새벽
편지"라는 시집에 수록된 詩이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山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어쩌면 모든 詩가 삶과 세계의 모순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부치지 않은 편지.부르지 않은 노래. 전하지 않은 말들. 상기하지 않은 기억의 파편들
분출하지 않은 희망. 포효하지 않은 울분.을 감내(堪耐)하며 의미를 전하고 있지 않은가?
모순은 古事에 등장하는 창(矛)과 방패(盾)의 관계처럼 바로 그 "관계"라는 조건 때문에 어느
한쪽이 절대성을 주장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상황이다.
모-순은 상호 배제의 구조가 아니라 공존의 구조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모순적 공존의 구조를 감내해야 한다. 사람은 모순적 상황으로부터
도피함으로서 해방되거나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렇다고 모순의 구조를 파괴할 수도 없다
▷"모순의 감내"는 철학자 헤겔에게도 진정한 과제였다. 변증법의 과정에서 자유정신이 궁극적
으로 추구하는 것은 "모순의 헤겔이 아니라 모순"을 감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헤겔에게
모순"은 절대자의 본성이다. 다시 말해 神 또는 절대자는 모순의 구조를 내적으로 완벽하게
포용하는 존재이다.
삶의 한 고비에서 김광석도 모순의 한쪽을 버리려 하거나 모순적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거나
하는 자신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김광석이 작고하기 얼마전 부터 시인들의 시를 노래로
부르는 방대한 작업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인생 이정표를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모순의 감내를 표현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그의 내지르는
듯한 창법은 많이 고찰되어 왔다. 그러나 외적으로 내지르는 창법의 이면에는 소리를 내적
으로 응집하는 듯한 창법이 있다.◁
이 둘 사이는 소리의 변증관계를 이루며 서로 상승효과를 내기도 한다
인고(忍苦)의 심연으로 응집되는 소리.어쩌면 그 소리가 김광석이 모순을 감내하는 詩의 비극적
우아함을 표현하며 들려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도 소리의 응집과 발진은 교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김광석이 歌唱을 위해 가사를 미세하게 변형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이는 가창의 유연함만을 주는 게 아니라 의미의 유연함 또한 가져온다.
김광석이 시도한 언어의 변이(變異)가 주는 의미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모순세계의 특징은
의미의 불확정성에 있기 때문이다.
김광석은 불현듯 찾아온 삶의 끝자락에서 "부치지 않은 편지"의 모순을 가슴 가득히 안고 길을
떠나려 했는지 모른다. 이제 그를 이렇게 이해하고 보내야겠다.
山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그대 잘가라!
김용석/영산대학교 인문학 자유전공학부 교수.철학박사
http://cafe.daum.net/daum1000
공감/책속의 한줄
첫댓글 나에게 오는 느린 편지를 받으려
오래전에 써서 넣어 두고 왔던 간절곶
큰 우체통 속에 든 편지가 생각 났습니다 이밤 꽃씨의 발아를 기다리듯...
님의 글 속에 무겁고 경건함의 산을 입에 물고 갑니다
김광석 님의 노래 다 좋지요
꽃강님! 낭만적이시군요. 간절곶 풍경 본적이 있는데...가보고싶군요
_()()()_
물래방아 처럼 돌고 도는 모순적 사회 구조속에 순수한 이탈을 꿈꾸었지만,
가면 갈수록 더 커져만 가는 허탈함, 숨길수 없는 본능의 질주, 앉고 갈수도 없고,
속 시원히 때어 버릴수도 없는 조롱속에 풀리지 않는 가식 덩어리들 등등...
뭐 이런것들이 그를 감내 하게 어려운 상화으로 몰아 넣지 않았나 합니다.
저는 김광석이란 가수를 일본에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알게 되였지만 ,
그의 노래에는 다른 일반 가수들에 비해서 뭔가 고뇌에찬 인생의 쓸쓸함에
대한 특별한 내용이 있음을 느꼈지요.암튼 젊은 나이에 요절이라는 아픈 단어를
남긴 그에게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즐겨보는 복면가왕! 정말 노래실력들에 감탄할 지경입니다.외출했다가도 복면가왕을
보려고 시간맞춰 귀가합니다.음악이란 그 시대의 공기,파장.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이글을 쓴 김용석교수의 김광석예찬론을 다쓰려면
몇회를 써야할듯 합니다..
그런데....지프님! 건강 잘 챙기시고 하고 싶은 취미생활.등
활력있게 사시길...물론 잘 관리하실줄 알지만....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