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맥스터에서 새로운 하드디스크 규격인 U-ATA/133을 발표한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흐른 현재에도 이 U-ATA/133 규격은 하드디스크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ATA 하드디스크 규격으로의 대표적인 위치는 U-ATA/100가 갖고 있습니다.
사실 신형 메인보드들이나 IDE 컨트롤러들 중에서는 U-ATA/133 모드를 지원하는 제품들이 상당히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U-ATA/133 인터페이스가 보급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에 있습니다. U-ATA/133 기술 규격을 처음 발표했던 맥스터는 일찍부터 U-ATA/133 용 하드디스크를 출시한 바 있지만 그 외의 다른 대부분의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아직까지 U-ATA/100 인터페이스용 하드디스크만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언듯 생각하면 그 동안 U-ATA/33 부터 시작되어 U-ATA/66, U-ATA/100 까지 차례대로 순조롭게 인터페이스 개선을 해왔던 업체들이 왜 U-ATA/133 부터는 인터페이스 채택을 미루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먼저 U-ATA/133이 인텔의 표준 규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U-ATA/100까지는 인텔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한 인터페이스로서 인텔은 물론 비인텔 칩셋 제조업체들도 모두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였으며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도 역시 순차적으로 하드디스크 규격을 개선해왔습니다. 하지만 U-ATA/133은 맥스터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규격으로 VIA나 SiS 등 비인텔 메인 보드에서만 지원되고 있으며 인텔 칩셋을 사용한 메인 보드에서는 사용이 불가능 합니다. 또한 다른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로서는 경쟁업체인 맥스터에서 발표한 규격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 못마땅하게 느껴진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 U-ATA/133이 U-ATA/100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임시 방편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U-ATA/33에서 U-ATA/66으로의 개선이 이론상 100%의 속도 향상이었고 U-ATA/66에서 U-ATA/100도 50%의 속도 향상이 있었습니다. 반면 U-ATA/100에서 U-ATA/133은 33% 속도 향상만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 하드디스크의 속도라는 것은 인터페이스의 속도뿐 아니라 하드디스크의 내부 데이터 전송 속도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U-ATA/100 용 하드디스크라도 제품에 따라서 속도 차이가 매우 큰 것이 바로 데이터 전송 속도의 차이입니다. 만약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인터페이스의 한계 속도를 넘게 되면 병목 현상이 일어나서 제대로 데이터 전송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한계 속도 내에서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높아지는 만큼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단, 인터페이스에서 지원되는 속도 한계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이고 실제로는 최고 속도의 약 60% 정도를 넘어가게 되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U-ATA/100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하드디스크라면 내부 데이터 전송률이 60MB/s 정도까지는 효율적인 전송이 가능하지만 그보다 데이터 전송률이 높아지게 되면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보다 빠른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출시되었던 하드디스크들은 U-ATA/100 모드내에서 충분한 데이터 전송을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빠른 인터페이스의 지원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 입장에서 만약 몇년 후를 보고 인터페이스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굳이 제조공정을 바꿔가면서 임시용으로서의 느낌이 강한 U-ATA/133 규격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좀 더 획기적인 인터페이스를 채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때에 등장한 것이 시리얼 ATA입니다. 시리얼 ATA는 최초 1세대 규격이 초당 150MB/s의 전송속도를 지원하여 기존 U-ATA/100 모드에 비해서 50% 정도의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이 시리얼 ATA의 발표로 기존 ATA(IDE)규격들을 패러렐 ATA로 부르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시리얼 ATA는 또한 기존 패러렐 ATA 방식에 비해서 훨씬 설치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패러렐 ATA용 케이블이 40개 선으로 이루어진 넓고 납작한 모양이었던데 비해 시리얼 ATA의 케이블 선은 불과 6개 가닥의 둥글고 짧은 선으로 이루어져 설치가 간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리얼 ATA는 기존 패러렐 ATA와 완벽한 호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소프트웨어들도 아무런 문제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시리얼 ATA도 1.0 규격이 처음 발표된 것은 지난해 8월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인터페이스의 필요성 문제 등으로 빠른 보급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인텔에서는 기존 시리얼 ATA 1.0을 발전시켜 서버나 네트웍용으로서의 사용이 가능한 시리얼 ATA II 규격을 발표하여 보다 높은 시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4년경 발표된 예정인 2세대 규격에서는 300MB/s의 훨씬 빠른 전송 속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최근 시리얼 ATA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나 하드디스크들도 조금씩 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하드디스크의 내부 데이터 전송률이 패러렐 ATA용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체감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로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진다면 길어도 1년 정도안에 확실한 속도 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하드디스크 관련 업체들은 사실상 시리얼 ATA로의 전환을 대세로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시장과 비교해 본다면 인텔에서 표준으로 추친하였던 RDRAM이 호환성이나 기존 제조업체들의 생산라인, 단가문제 등을 이유로 DDR SDRAM에 밀려서 아직까지 시장에서 제대로된 자리를 잡지 못하는데비해 시리얼 ATA는 호환성등의 문제가 전혀 없고 거의 모든 관련 업체들도 지지하는 인터페이스로서 앞으로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