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잎·줄기 수분 많고 연해
꽃대 올라오면 억세고 쓴맛 강해져
변비·가래 등 예방에 효과
꽃다지의 뿌리잎은 어릴 때 땅바닥에 붙어 자라고 뭉쳐난다(전남 구례).
모르면 잡초, 알고 나면 나물이라는 말이 꽃다지에 해당한다. 꽃다지는 돈 한푼 안 들이고 우리 밥상에 올릴 수 있는 들나물 중 하나다.
이맘때 벌써 새싹이 제법이다. 설마 아직 새싹이 나오지 않겠지 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때를 놓치기 일쑤다. 남녘에서 봄소식이 전해오면 좁쌀만 한 꽃봉오리가 생기고 잎과 줄기는 억세진다.
꽃다지의 잎과 줄기는 자잘한 잔털로 빈틈없이 뒤덮여 있다(강원 평창).
여느 풀이나 나무보다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난다. 이전 해 가을 싹을 틔우고 겨우내 웅크리고 있다가 잽싸게 자란다. 생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새싹이 나온 지 한달 남짓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논밭이나 풀숲·길가 등을 가리지 않는 무던함이 있다. 해가 온종일 들고 물 빠짐이 잘되는 환경을 좋아한다. 냉이처럼 토질과 환경을 까다롭게 가리지 않고 무리 지어 자라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생김새는 냉이와 전혀 다르다. 키는 20㎝ 안팎으로 50㎝ 정도 자라는 냉이보다 훨씬 작다. 또 수염 같은 잔뿌리가 수십 가닥으로 땅속 깊이 내린다.
줄기잎과 거의 동시에 꽃대가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는다(강원 춘천).
잎은 어릴 때 장미꽃 모양으로 뭉쳐나 있다. 뿌리잎은 연한 자주색을 띠다가 차츰 녹색으로 변한다. 넓은 주걱 모양으로 너비 2~4㎝, 길이 8~15㎝ 정도다. 줄기잎은 어긋나고 좁은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다. 줄기와 잎은 빈틈없이 털로 뒤덮여 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름은 생김새에서 비롯됐다. 꽃대 끝에 가지를 많이 치고 그 끝마다 자잘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꽃이 차례로 하나씩 피고 닫아가는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고 주장한다. 또 코딱지나물로도 불린다. 잎이나 꽃잎이 코딱지처럼 작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꽃다지는 노란색 꽃이 피기 시작하면 쓴맛이 강하고 억세진다(강원 평창).
부드러운 식감과 쌉싸래한 제맛을 보려면 꽃샘추위를 감수해야 한다. 어르신들은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어느새 꽃대가 올라와 억세고 쓴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2~3월 꽃봉오리를 맺고 자잘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어린잎과 줄기는 수분이 많고 연하다. 살짝 데친 다음 다진 마늘과 간장, 깨소금 등을 넣고 무쳐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비빔밥이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쌉싸래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쓴맛이 거북살스러우면 찬물에 우려내면 된다. 또 꽃대를 꺾어 진달래처럼 화전으로 요리해 먹으면 노란색 꽃이 눈맛과 입맛을 더한다.
꽃다지는 무리를 지어 자라므로 꽃밭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강원 평창).
씨앗은 한방에서 약재로 쓰인다. 변비와 가래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하지만 찬 성질이 있어 속이 냉한 사람은 배탈이 날 수 있어 주의한다.
농경지에서 자라는 꽃다지를 방치하면 잡초지만, 잘만 이용하면 안전한 먹을거리가 된다. 이번 기회에 감미료나 조미료를 가능한 한 적게 넣고 고유의 쓴맛과 부드러운 맛을 살려 가족 밥상에 올려보면 어떨까.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첫댓글 어디 가나 지천으로 나오는 꽃다지. 올해는 꼭 꽃피기 전에 나물로 무쳐 먹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