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무대]
ㅡ미션ㅡ
한해를 못 넘기고 (11월 30일) 별이 졌다. 영화 '007 살인 번호'를 시작으로 시리즈를 이어 온 제임스 본드 역으로 활약한 영국 출신 배우 숀 코네리(90)가 먼 곳으로 떠났다. 007에서 완벽한 임무 수행을 한 것처럼 또 다른 세상에서 명배우로 이어가길 빈다. 그가 출연한 007 시리즈만 7편이라고 한다.
눈 인상이 강한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7편을 선보였다는 첩보 영화 007은 마치 미래 사회를 예측한 듯하다.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현실로 이어진다. 내가 소년 시절이어서 당시엔 그가 출연한 007 영화를 보지 못했다.
용문산으로 가을 소풍 가는 날 산길을 걸으며 체육 선생으로부터 007 시리즈 영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아슬아슬하고 스릴이 있는 영화 스토리를 흥미있게 들려준다. 언제 007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청년이 되어 극장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2대 째 본드가 '조지 라젠비' 인 줄 몰랐다. 이후 007 시리즈는 3대 본드 '로저 무어'와 '티머시 달턴', '피어스 브로스넌'과 '대니얼 크레이그'로 이어진다.
70년대 후반부터 로저 무어가 출연한 007 시리즈 일곱 편을 흥미롭게 보았다. 로저 무어의 첫 출연한 작품은 '007 죽는 것은 놈들이다'라고 한다. 스릴 만끽으로는 따라올 영화가 있을까! 배경에 주제 음악이 한 몫을 더 한다. 입체 음향으로 들으니 환상에 빠진다.
로저 무어에 반한 계기가 있다. 007 시리즈 10번 째인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처음 관람했다. 스키를 거꾸로 타고 절벽으로 내려오면서 낙하산을 펼치는 장면이다. 오늘 유투브 바이트를 빌려 40여 년 전에 본 그 영화를 또 다시 본다. 여러 번 보았어도 여전히 흥미롭다.
첩보원의 권총과 신무기들, 매회 바뀌어 출연하는 본드 걸의 미모에 매혹당한다. 랄라 딘, 킴 밀스, 앨리슨 월스, 리지 워빌, 튤 라는 영국 출신이다.
이브린 드로그(프랑스), 반 야(홍콩), 비 바(케냐), 라우라 하지바게리(그리스), 코 코(나이지리아), 챠이 리(중국) 등은 외국 출신이다(이하 생략).
이들의 늘씬한 키와 미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된다. 인기 있는 명화는 시리즈로 제작된다.
티모시 달턴이 주연한 시리즈 두 편 이후로는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다. 크레이그 모습은 못 보았는데 기회가 되면 차분히 볼 생각이다.
명화는 개봉관에서 여러 달 동안 상영한다.
그 시절에는 즐길거리가 없어 밤을 새우며 소설을 읽거나 영화보는 게 낙이었다. 인기가 좋았던 명화는 몇 년 후 앵콜 상영하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스타들의 시련과 좌절을 가끔 접한다. '대부' 시리즈에서 열연한 40년생 '알 파치노'가 알콜 중독으로 잠시 고생했던 소식에 마음이 어두웠다. 연기력이 좋아 각종 상을 많이 받은 스타다. 지금은 노년의 세월을 잘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대리 만족하는 내가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 여운이 오래 남는다. 어려움을 인내한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다.
ㅡ노을ㅡ
70년대에 활약한 스타들은 대부분 작금에 세상을 등진다. 늘씬한 키에 보석의 눈을 가진 오드리 헵번은 93년도에 우리 곁을 떠났다. 흙에 묻힌 그의 눈이 너무 아까웠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여배우다.
미국 여행 때 캘리포니아 허리우드에서 그들이 남긴 핸드 프린팅에서 온기를 느꼈다.
빠삐용에서 대활약한 스티브 맥퀸, '대부'의 갓화더 마론 브란도가 떠날 때 명배우도 죽음에 약함을 알았다. 나의 우상인 로저 무어도 3년 전(2017년) 90세로 타계했다. 내게 설레임과 기쁨을 자주 선물한 배우다.
악역ㆍ밉상으로 자주 조연으로 등장한 리처드 킬(39년생)은 2014년(74세)에 생을 마감했다. 극중에서 끈질기게 죽음을 견뎌내던 인물이 진짜 떠났다고 하니 허무하다.
영화 61편을 찍으며 건재를 과시한 '커크 다글러스'가 104세로 올해 세상을 하직했다. 그의 장수 비결이 궁금하다.
당시 영화관 입구에서 파는 출연진 배우들의 프로필이 담긴 프로그램을 (200원~600원) 관람 때 구입한다. 관리 소홀로 많이 없어졌다. 책꽂이에서 가끔 꺼내 펼치면 영화를 즐기던 추억이 회상된다. 또 사라질까봐 오늘 사진으로 남긴다.
ㅡ옛 시절 회상ㅡ
아내와 연애할 때 함께 본 영화 '실버스트릭'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끈질기게 데이트를 방해하고 미행한 7살 된 사촌 처남(영규)을 따돌리기 위해 천원짜리로 해결한다. 군시절 카튜사에 복무해 영어에 달인이 된 처남이 이젠 쉰을 넘긴 중년에 접어들었다.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디스코 춤으로 스크린 무대를 휘어잡아 대스타가 된 존 트라볼타와 '스타탄생'의 매부리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이젠 노년에 접어들었다. 요즘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청아한 노래 소리를 듣는다. 약숫터에서 길어올리는 샘물같은 음정은 노벨상 대상이다. 시간은 스타들을 매어두지 않는다.
영화에 미친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흘린다.
"영화 구경 할 돈으로 그 당시 말죽거리에 호박밭 한뙤기 사 놨으면 그 자리에 CGV는 제대로 지어놓을텐데!" 다 지나간 시절 탓해 무엇하리!
즐김도 한 때다. 공자는 "즐기되 빠지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가을 들판의 곡식을 지키던 허수아비는 낮잠, 하늘을 날던 새가 없어지면 활은 창고로. 임무수행을 마친 그들은 한가롭다.
조선 중기 작가 성운成運(1497~1579)의 허수아비 (虛父贊)한 수 읊고 간다.
"짚으로 살을 대신하고 새끼로 힘줄을 대신해
사람 형상 하고 우두커니 서 있네
심장도 없고 뱃속도 텅 비어
이 넓은 천지간에 보도 듯도 않는 허수아비여
앎이 없으니 싸울 일이 전혀 없겠구나."
만인에게 즐거움도 주지 못하면서 쌀 몇 가마니 더 축내고 구차하게 살다 갈려고 애쓰는 나. 허수아비 같은 모습으로 살았던 지나간 시절의 내 모습과 스타들의 활약상을 필름으로 잠시 되돌려 본다.
세월이 무상하다.
2020.12.03.
첫댓글 영화의 역사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글입니다.
함께 올려주신 포스터 사진에서
멋진 스타들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추억의 영화 속으로 안내해주신 지허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와..요즘 코로나로 인해 영화를 많이 못 보게 되어 아쉬웠는데 시험이 끝난 후 여유로울 때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영화를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고 있으니 저도 그때 그 시절의 영화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앎이 없으니 싸울일이 전혀없겠다, 는
허수아비의 무심(無心)
새겨 봅니다
작가님의 007 추억!
새롭게 더블어 추억 해 봅니다
멋진 시절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