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1) 어린 가지에 흰점이 나 있고, 마주 보는 잎이 다정해 보인다.
어떤 책에 보면 「소태나무」의 유래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쇠태’라는 이명으로 미루어 보아 소의 태/태반처럼 쓴맛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한다. 고 했다. 소의 태반이 그렇게나 쓸까? 그 맛이 얼마나 쓴지는 모르지만, 소태나무처럼 지독하게 쓴지 궁금하다. 소의 태반 맛을 본 사람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정말로 그렇게 쓴맛은 생전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소태나무의 잎을 잘근잘근 씹어보면 쓴맛에 인상이 찌부러지고 침을 뱉고 난리를 떨게 된다. 그 쓴맛이 정말 한참을 간다. 물로 입을 가시어도 맹 그렇다. 양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게 된다. 어쨌든 이 쓴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영원토록 잊지 못하지 싶다.
새재길에서 소태나무로 장난도 쳤다. 해설을 하면서 조곡관 가는 중에 보면 소태나무가 몇 그루 있다. 그 앞에서 쉴 겸 잠시 서있는 동안, 소태나무 잎을 따서 몇 번 씹는 시늉을 하면서, “맛있네.” 하면, “뭐가 그렇게 맛있어요?” 하면서 궁금해 한다. “이게 피부 미용에 그리 좋다 네요.” 반응이 즉각이다. 귀가 번쩍 뜨이는지 눈이 동그랗게 된다. 피부란 마법인가, 남여 동지들이 최면에 걸린 듯 피부, 피부 한다.
특히나 아리따운 아지매들이 놀란 듯, 신기한 듯, 웃음을 머금은 채, ‘이게 웬 횡재냐!’ 쾌재를 부른다. 다가와선 “정말 그래요?” 맛 좀 보자고 하신다. 남자들이야 손만 내밀뿐이지만. “이걸 자근자근 일곱 번 정도 씹고 얼른 뱉어야지 오래 씹으면 제가 못 알아봅니다.” 경고의 말씀이 공허하게 들리는지, 일곱 번도 쓴데, 한 피부 하는 미모 분들은 백설 공주가 되려는 욕심에 스무 번이나 오물거린다. 이러시오면 아니 되옵니다. 어딜 가나 탐욕이 탈이다. 이내 팔짝팔짝 뛸게 뻔해서 그렇다. 역시나 기겁을 하고 뱉는다. 누구를 원망하랴! 캑캑거리며 침을 뱉어도 쓰고, 물물 하면서 물을 마셔도 쓰다. 얼른 비상약 자이리톨 껌을 두 알씩 돌려야 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아이고, 야!” 하고 웃어 제킨다. 역시 쓴 맛의 할배는 「소태나무」다.
‘숲 해설 연수’를 받으러 온 연수생들에겐 꼭 시음을 하게 한다. 보고 듣고만 해선 반쪽만 알게 된다. 보고, 듣고, 냄새도 맡고, 만져도 보고, 조금씩이나마 맛을 봐야 대강을 알게 된다. 「소태나무」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아이가 칠팔 명이 딸린 옛날에는 어머니의 젖을 오래 먹을 수가 없었다. 잘 먹지 못한 어머니들은 젖이 적었고 아예 안 나올 때는 옆집 아지매 젖을 빌려야 했다. 한 살 터울의 연년생 경우에는 예외 없이 일찍 떼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때 사용한 것이 소태나무의 잎이나 껍질의 액이다. 어머니의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또한 먹고 싶어도 먹질 못하고, 젖배를 곯은, 너무나 일찍 쓴 맛을 본 선배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참 안 됐다.
소태나무의 학명: Picrasma quassioides(D.Don)Benn.
영명: Indian Quassiawood
일명: ニガキ
중명: 黃棟木황동목
* Picrasma: 희랍어 picrasmon(苦味)에서 유래. 지엽에 강한 쓴맛이 있다.
* quassioides: ‘Qyassia속과 비슷한’ 의미
* 잎이 호생(어긋나기)이고, 잎가가 물결형이고 잔잔한 톱니가 나 있다.
* 개화는 오뉴월에 녹색 꽃이, 결실은 구월에 붉은 색이다.
* 수고는 10~12m 정도로 수형은 원형이며 낙엽활엽소교목에 속한다.
* 잎과 수피에 quassin 성분이 있어 매우 쓰고 그 독성 때문에 구충 및 건위제로 사용하며 생약 명은 고목 또는 태실이라 적혀 있다. 끝. 2020.11.22.일.
※ 참고 서적
* 김용식 외 20인, 『최신 조경 식물학』, 도서출판 광일문화사, 2009.
첫댓글 마주보는 잎이 다정하다
동물도 그렇겠지만, 식물의 세계는 보면 볼 수록 오묘하고 신비로워.
이목구비도 없는 생명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해.
한 마디로 불가사의하지. 붙박이 식물들의 삶이 경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