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음료, 고로쇠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수필반 신효선
유난히도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2월 하순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인생이 되는 거라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추위가 물러가고 얼어붙었던 대지가 봄을 준비하는 2월은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시기다.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의 전령사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고로쇠가 나오기 시작한다. 고로쇠의 어원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骨利樹(골리수)에서 유래한다.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달곰한 고로쇠 물은 고로쇠로도 불린다.
나는 관절이 좋지 않은데 고로쇠 물이 관절에 좋다 하여 챙겨 마신다.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나무는 오래된 고목이 많아 맛과 향이 담백하고 깨끗하며 자연을 담아 좋다 한다. 올해도 작년에 주문했던 곳에 연락해서 한 상자를 주문했다.단풍나무 일종인 고로쇠나무는 산지의 숲속에서 자라는 낙엽 큰키나무로 중국 중부, 일본, 러시아에도 널리 퍼져 있다. 고로쇠나무는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백운산 등 전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물이 잘 빠지고 해발 100~1,800m 고지의 고산에서 잘 자라며 깊은 산에 많이 서식한다. 줄기는 높이 10~30m로 크게 자란다. 잎은 물갈퀴가 달린 개구리의 발처럼 5~7개로 크게 갈라지고, 홑잎으로 손바닥 모양인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은 연한 황록색으로 5월에 꽃을 피운다.
고로쇠 물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기 직전, 꽁꽁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영양분과 미네랄을 땅속 수분과 함께 뿌리로 빨아들인 수액이다. 고로쇠 수액 채취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남쪽부터 시작하여 대부분 2월과 3월 사이에 이루어진다. 고로쇠 물은 당분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칼슘, 칼륨, 마그네슘, 염산이온, 황산이온 등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골다공증, 관절염 완화 및 개선에 좋다. 고로쇠 물은 따뜻한 방에서 짠 오징어, 쥐포 등을 먹으며 땀을 흘리면 좋다고 한다.
1990년경 맥반석 원적외선을 쬐는 게 유행일 때가 있었다. 나는 관절염으로 고생을 많이 할 때였는데, 주위에서 맥반석 원적외선을 쬐면 좋다고 해서 맥반석 불가마에 자주 다녔다. 고로쇠 물이 나올 때면 친구들과 맥반석 불을 쬐면서 마시곤 했다. 맥반석을 가열하면 고단위 원적외선이 방출되어 인체 깊숙이 침투하여 피하지방질을 분해하고 각종 통증을 완화해 준다. 고온에서 쬐어도 따가움이나 답답함이 전혀 없다. 신체 이상 부위에 혈흔 자국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으나 곧 진정된다. 땀을 많이 흘린 뒤에도 끈적임이나 냄새가 없다. 혈관 내 혈전을 분해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체내에 축적된 노폐물, 중금속, 과잉 염분 등을 분해 배출하여 신장과 간장 기능에 부담을 줄여주고 뇌파를 안정시켜 성인병에 효능이 있다. 이로써 체질개선과 피부가 좋아지고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는 고로쇠 수액 구매가 지금처럼 인터넷 판매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지인을 통해 주문하였다. 지금은 상품화가 잘 되고 판로가 다양하여 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고로쇠에 대한 전설도 있다. 통일신라 말 도선 국사가 백운산에서 오랫동안좌선(坐禪)을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가지가 찢어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졌다고 한다. 그때 찢어진 나뭇가지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목을 축이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물을 마신 뒤 무릎이 펴지고 몸이 좋아져 도선 국사는 이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불렀다 한다.
고로쇠 보관 방법은 나무에서 나오는 당이 있는 생물이므로, 차갑고 서늘하게 냉장 보관하고 개봉 뒤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마셔야한다. 자연이 주는 맑고 투명한 물, 고로쇠 수액은 많이 마셔도 부작용은 별로 없으며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는 정말 좋은 천연 음료다.
온갖 생명들이 얼어붙은 땅을 조심스레 밀어내고 얼굴을 내밀며 제 존재를 드러내는 봄, 우리는 고로쇠와 같이 맑고 투명한 마음을 갖고, 매사에 감사하고 베풀며 살아가면 행복한 나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8.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