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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나는 약국에서 일함!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쉬운게 아니라 힘들어서 고민해보니, 일의 강도보단 손님들의 성질머리가 일의 퀄리티를 좌우한단 걸 깨달았음
그래서 정리 할 겸 💊약국 손님 유형💊을 써보기로 했다
안물어볼거같은데 혹시 궁금한거 있음 댓글 환영^^
1. 👶아기 손님
💙희망편 :
귀엽다. 보통 엄마들이 애기 손에 처방전을 쥐어주면 그걸 들고 데스크로 와서 내민다.
이때 꼭 "감사합니다^0^" 라고 에버랜드 톤으로 받아줘야 한다. 안그럼 내가 냉혈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힘들어도 꼭 웃어줌... 난 내향인이라 자연스럽게 웃기 힘들어서 마스크의 힘을 빌리는 편...
가끔 당연하게 비타민 내놓으라는 되바라진 애기들이 있다곤 하던데 아직까지 그런 애기는 못 봤다.
💢절망편:
소아과에서 부터 귀가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르며 들어옴
거진 다 주사맞고 오거나 콧물흡입당해서 기분이 언짢은 상태라 악을 쓰며 운다.
부모가 달래도 안그침..
이럴때는 약 빨리 만들어서 빨리 보내야 한다.
아 그리고 애기들 구라 안치고 맨날 아픔. 1주일에 병원 2~3번씩 옴. 엊그제 온 애 또오고 또오고 또옴
어제 약 줬는데 왜 안낫지? 라는 의문이 가득함
2. 🤗어린이 손님
💙희망편 :
부모가 심부름 훈련시켜서 오는 7~10세의 아이들.
50프로 확률로 계좌이체를 한다.
데스크에 오면 전화걸어서 본인 엄마를 바꿔줌
거진 다 입금 계좌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대체로 이 아이들은 무난, 조용조용하고 착하다. 보고만 있어도 편안해짐.
💢절망편:
엄마가 바꿔달래요~ 하면서 전화넘겨주는 경우...
그냥 오시는게 서로 두번일 안하는건데 가끔 바쁠땐 난감함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복약지도가 복잡하니
몇시간 뒤에 엄마가 복약 다시 알려달라고 약국으로 다시 전화 거는 일이 흔하다. 바쁠때 전화오면... 좀 많이 힘들다ㅠ
3. 👦👧청소년, 중고등학생 손님
걍 남녀 다 무난한데 대체로 말을 잘 안함.. 목소리 듣기 힘듦
소리내서 인사하는 학생은 한번도 못본듯
안하거나 해도 고개로만 꾸뻑 함
뭘 되묻는다거나 질문도 안하는편
대답도 끄덕끄덕으로 대체하는 학생들이 압도적임
보통 소화계통 약을 많이 처방받음. 학업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정
남학생들은 어디서 놀다가 까져서 빨간약 찾으러 들른경우가 많다.
지들끼리 약바르면서 엄살부리며 끼아악! 악! 같은 소리 내는데
보고있으면 진짜 학생같아서 웃기고 풋풋함.
4. 👦20대 남자 손님
애초에 20대 남손님이 드물긴 하지만...
종종 발기 부전 약을 타간다.
팔팔정이나 구구정을 자주 줬음. 약 때문에 신경쓰이는지 보통은 그냥 조용히 받고 빠르게 나간다. 인사는 꾸벅꾸벅 잘 받아주는 편.
5. 💼30~40대 남자 손님
신도시 젊은 아빠 스타일이 많다. 보통 소아과 다녀와서 우는 아기와 또래 아내랑 같이 있음
스냅백 쓰고 불독 맨투맨 입고 금목걸이 하고있거나
장발로 길러서 상투처럼 묶은 자유로운 스타일 남자들도 종종 보임.
이런 스타일은 대부분 유쾌하고 단순해서 좋다. 목소리도 커서 딕션도 좋고 질문도 대답도 깔끔하고 시원시원함
왜그런진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남자손님들이 카드도 두손으로 주고 깍듯함. 의외지만 아직까지 진상 못봄
일할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타입임!
6. 👨50~60대 아저씨, 할저씨
💙희망편 :
사람 좋게 허허 웃으며 인사도 우렁차게 해줌
스몰톡 하면서 가벼운 얘기도 자주 함. 보통 장기처방 약 받아가는데 포장 안하고 약통째로 가져가면 할 일이 줄어들어서 기분좋음ㅜㅜ
손 아프게 ptp 안까도 되니까!
그리고 약값 가지고 실랑이 안함. 쏘쿨맨
💢절망편 :
다짜고짜 전화해서 약배달 해달라고 소리지르고 떼쓰는 할배들 있음
대학병원에서 전자처방전 넣어놓고 약국에 연락도없이 왔다가
대뜸 "내 약 다됐지? 줘." 이러는 인간들 있음
지가 설명 제대로 안들어놓고 전화해서 복약지도 안했다고 불법 어쩌고 소리지름.
약봉투랑 영수증 안줬다고 며칠뒤에 갑자기 전화해서 달라고 함;;
예전에 영수증 안줬다고 전화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할배 (지가 안가져감)
집앞까지 영수증 갖다줬는데 고맙단 소리도 없이 눈앞에서 종이만 받고 대문 쾅 닫음 ;
성질이 저러니까 병이 안낫는거임
또 진짜 예민하고 성격 나쁜 할저씨 가끔 오는데, 직원들이 그사람 나가면 약먹어도 머리카락이 안나는 이유가 있다고 욕 함
여담으로 저런할배들은 어째 아들도 다 똑같이 싸가지가 없더라
여담: 탈모약중 일부는 남성호르몬때문에 임산부나 여자들이 맨손으로 만지거나 흡입하면 안됨
프로페시아 처방 나오면 포장 돼있어도 괜시리 신경쓰이던데.. 이 사실을 안게 얼마 안돼서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탈모약 만진 적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남.
가끔 좀 찜찜함
7. 💼20~30초 여자 손님
대부분은 피부나 소화계통, 상비약처럼 가벼운 약 사감
근데 뜸하게 다이어트 약(디에타민) 타거나
스틸녹스(수면제), 우울증 약 타가는 분들도 종종 보임.
이분들은 약 껍데기를 잘 안가져가심. 약 받으면 껍데기 까서 버려달라고 함
특히 다이어트 약 타가는 사람중에는 예민한 분들이 있어서 응대할때 주의하는 편...
수면제랑 우울증약 처방은 체감상 80퍼 이상이 여성분들이라 마음이 아픔....
이 나잇대도 가끔 까칠한 사람은 있어도 큰 진상은 아직 못봄
8. 30~40대 여자손님
💙희망편 :
귀엽고 착한 애기들과 같이 오심
가끔 커피나 빵 사다주시는 고마운 천사분들이 있음ㅜㅜ 일단 어머니의 성격이 착하고 매너있으면 100퍼 확률로 그 애기들도 착하고 예의바름ㅇㅇ
애기 엄마들이 애한테 관심도 많고 케어도 잘함
이 분들은 올때 갈때 애기랑 같이 안녕하세요~안녕히계세요~ 꼭꼭 해줌
복약지도도 경청하고 카드도 바닥에 안던지고 손으로 주심ㅠㅠ 천사 그자체
이런 분들은 애기들 물약 정량보다 좀더 넉넉하게 마니 담아드림 ^^
항생제도 새거 까서 바로 제조해서 줌
💢절망편 :
ㅅㅂ.ㅅㅂㅅㅂ 무사와요 너무싫어요 살려주세요
진짜 이 나잇대 진상 걸리면 하루가 죽고싶어짐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쥐잡듯이 지랄함
100퍼 확률로 애도 싸가지없고 인상 안좋음.
애들 시끄럽게 떠들어도 안말리고 폰질만 함
약국 집기들을 지 물건처럼 달라고 함
휴지, 물티슈, 물주세요 기본에 애 유치원 가야되니까 1회분 약병에 타주세요~ 이러고 있음. 자기가 타면 되는걸 꼭 약사랑 직원을 시킴
제일 짜증나는건 소아과 대기하면서 약국을 키즈카페처럼 씀. 지 애새기들 소리지르고 물건 부수고 있는데 저얼대 안말림.
시끄럽게 굴고 민폐 끼치다가 소아과에서 호명하면 인사도 없이 걍 나가고 약 사러 절대 다시 안옴^^
진짜 양심도 돈도없는 그지같음;
솔직히 이 나잇대가 약국 진상의 80퍼 이상인데,
자기 애 먹는 약에 뒤지게 민감해서 약 성분에 대해 청문회 열고 약사 피드백 지옥 가두는 애 엄마들 종종 있음
뭐 하나 꼬투리 잡으면 전화해서 왜요? 왜그래야 하는데요? 아니 근데~ x848323번 반복함
한강 가고싶던 적 많음
난 이런 부류는 물약 딱 정량만 줌 ㅅㅂ
항생제도 걍 오전에 보관하던거 말아서 줌 (약효나 성분 차이 없으니 오해ㄴㄴ)
+ 마감시간인데 어슬렁어슬렁 와서 처방전 내미는 사람들 있음
뛰어오면 그나마 양심있는 편...
근데 꼭 늦게오는 사람들은 50퍼 확률로 다자녀 가족이거나 온가족이 다 아파서 처방전 3~5개를 한꺼번에 내밀고 감.. 가끔 살짝 뛰어내리고 싶음
일찍일찍 안다니고 왜 문닫을때 오는지 모르겠음 ㅠ
최근 약국 정시퇴근 확률이 10퍼도 안됨
암튼 이러고 약 늦게나온다고 뭐라고 안하면 좋겠음
조제실에선 전쟁중인데 이건 약국 일 안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이 기계에서 뚝딱 나오는줄 알지만...
물약 : 왕 큰 시럽 통에서 애기 약병에 직접 짬
가루약 : 알약을 일수에 맞게 센 후, 빻거나 믹서로 갈아서 직접 고르게 분포 후 약포지에 내림. 분포 안맞으면 재조정하느라 시간 걸림
알약 : 7일치 까지는 손으로 세서 분포함. 삼면이 약으로 가득찬 선반에서 해당 약을 직접 찾아와야 함
때때로 약을 반으로 잘라야 하는 과정 있음
장기포장 약은 ptp 까거나 몇십몇백개씩 갯수세느라 오래 걸림.
+ 추가 약품 포장과 약사님의 2차 검수
암튼 이런 수작업이구요, 장기포장은 약바약이지만 우린 기계가 자판기식 아니고 반자동식이라 분포도 사람이 해서 오래걸림ㅠ 넉넉히 기다려주세요..
9. 🦱50~60대 어머님 손님
큰 특징 없음. 대체로 무난하며 남편, 자식들 영양제 상담을 자주 함. 성분에 관심이 많고 보고있으면 우리 엄마같아서 잘 해드리고 싶음
고르는 영양제 보면 대부분 본인거 없고 남편, 딸,아들, 부모님꺼라서 마음 찡해짐
10. 👵70~80대 할머니 손님
가끔 손주들과 오는데 체력이 달리셔서 애들을 통제 못하는 모습 볼때마다 짠함ㅜㅜ
혼자 오신 분들은 보통 혈압 관련 장기 처방 약이 많아서 30~90일치 약 포장을 자주 한다.
ptp(통 말고 은박에 들어있는 것) 약이 포장 들어오면 지옥이 펼쳐진다.
손으로 빨리 까다가 손가락 베이거나 손톱 밑 찔려서 유혈사태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좋은 분들은 가끔 먹을거 싸서 가져와주심ㅠㅠ 넘 감사....
💙희망편
연세가 연세니까 염색약도 자주 사감
친구분들끼리 6호 할까 7호할까 호호홓 하시는데
이럴땐 샘플 머리카락 보여드리고 같이 머리 만지면서 색깔 골라주면 좋아하심 ^-^
"6호가 좋을것같아요! "
"그치? 7호는 넘 시꺼멓지?"
"그래 이거로 하자! " "언니 잘 골랐네~~"
이러면서 분위기 화기애애 해짐ㅎㅎ 난 이런 대화할때가 제일 재밌고 행복함 ㅎㅎㅎ
💢세미 절망편
할머님들은 드링크 (박카스, 광동쌍화, 비타500, 판피린 등) 를 자주 찾는다.
계산 할 때 50퍼 확률로 "박카스가 7천원이야??"
"ㅇㅇ약국은 6천원이던데?"
같이 가격에 대한 불만을 자주 표한다.
또는 영양제류를 구입하면서 깎아달라고 한다. 돈에 민감하다...
처음엔 저희도 남는게 없다는 말로 회유했지만 이젠 낌새 보고 진상 기운이 느껴진다 싶으면 소액 깎아주고 빨리 보내버림
가끔 바쁜데 안 가시고 말 시키는 분들이 있어서 난감
근데 이게 또 재밌는게... 약사랑 약국 직원들 npc취급 하시는지 진짜 별 얘기 다 하시는데 가끔 할머님들 치정극이나 유산 물려주는 문제 등등 도파민 도는 얘기 개많아서 조제실 뒤에서 약 까는 척 하면서 듣고있으면 진심 흥미진진함
웹툰보다 재밌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다보니 엄청 길다..
약국은 잡일도 어마무시하게 많지만, 나는 사람상대가 더 힘들었음ㅠㅠ 눈 뜨면 일 나가기 싫고 그렇지만... 가끔씩 오는 착한 손님들 때문에 그나마 일할 기운이 나는 것 같음 😂😂
참고로 혹시 오해할까봐..! 소아과 비율이 높은곳이라 자연스레 해당 손님들의 얘기 지분이 많은것임!
+생각나면 또 추가함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 무도에서 김가연이 관찰한 그거같아 엄청 세세하게써놨닼ㅋㅋㅋㅋㅋㅋ공감 난 상비약 위주로 사감 ㅋㅋㅋㅋㅋㅋㅋ
나 입사초에 프로페시아 맨손으로 ptp까서 atc에 심었잖아..^^ 약국장님은 말해줬는데 약국장님 안계실때 남근무약사남이ㅋㅋ 말을 안해주셔가지고ㅋㅋ 지가 까기 귀찮아서 여자인 내가 까는거보고도 입닫고있었던듯 ㅈㄴ짜증나 그게 여자한테 안좋은약인지 몰랐지 나는 약사가 아닌데 지가 말해줘야지
ㅋㅋㅋㅋㅋ소아과 항생제 강박적으로 사가는 사람 있어 애기 걱정 됨
항우울제 수면제 봉투껍데기 버려달라는거 나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