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억
한라산 영실 코스를 오르다 대면하지 못한 흰그늘용담을 찾았지만 끝내 모습을 보여주질 않았다.
번개 같이 특공 작전을 마치고 윗세오름을 지나 하산을 시작하여 노루샘 부근에 다다르니 새벽에 보이지 않던 흰그늘용담이 하나 둘 꽃잎을 벌리며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더기로 얼굴을 보여준다.
사진을 정리하다 꽃말을 찾으니 긴 추억이다.
영실 코스는 대학 2년 때인가 수학여행을 갔을 때 오른 코스이기도 하다.
영실 코스를 가족 여행을 포함 4~5번 정도 올랐는데 가끔씩 대학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수학여행 첫날밤에 숙소 부근의 나이트클럽을 갔었는데 음주가무가 영 빵점인 나는 슬그머니 학우들 몰래 빠져나와서 부근을 배회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제주의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홀로 즐기고 있는데 예쁜 여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연애라고는 한 번도 안 해 본 모태솔로였던 나는 수줍어서 묻는 말에만 답을 했었던 기억이다.
대구의 무슨 전문대생 이었는데 피부도 뽀얗고 지금으로 치자면 탤런트 뺨치게 예쁜 미모의 여학생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금세 친해져서 손도 잡고 팔짱을 끼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겼는데 일부 나이트클럽을 탈출한 학우들에게 들켜서 과 전체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었다.
새벽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두 학교가 내일 동일 시간에 영실에서 백록담을 오르기로 되어 있어서 백록담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그런데 백록담에 도착을 했을 때 수학여행철이라 수많은 학생들이 빼곡히 백록담을 점령하고 있어서 (이때는 백록담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장문의 편지를 써서 그 여학생의 학교로 부쳤는데 기다리던 답장은 끝내 오질 않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고 마음이 통하였었으니 지금 까지도 편지가 제대로 전달이 되질 않고 분실이 되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만약이라는 전제는 부적절 하지만 만약에 그 편지가 제대로 그 여학생에게 전달이 되었더라면 지금의 잔소리쟁이 아내가 아닌 그 여학생이 내 옆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40년도 더 지난 오래전 젊은 시절의 길고도 긴 추억이다.
첫댓글 ㅎㅎ....오묘한 추억과 함께 멋진 친구를 즐감합니다.
오~흰그늘용담에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군요
가슴속에 쌓아둔 그리운 추억을 흰그늘용담을 보고 다시금 꺼내놓으셨군요
저는 흰그늘용담은 대면전이라 자세히 살펴봅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 두고요.
인연이란 그런겁니다.
지금의 아내와는 필연이고요.
뭘 몰라~~
영실로 많이 올랐군요.
야생화에 관심이 없던시절 저두 5월에 영실로 올라 흰그늘용담을 봣던 기억이 있네요.
긴추억과 함께 멋지게 담아 오셔서 즐감합니다.
학창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흰그늘용담이군요.^^
흰그늘용담 예쁩니다~
학창시절 긴 추억까지 재밌게 봅니다~
흰그늘용담의 고운 모습을 봅니다.
아직 만나지 못해 덕분에 감사히 봅니다.
멋진 연애담에 귀한 꽃까지 올리셨네요.
편지가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그리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햇살을 받아 활짝 열렸네요..
풋풋한 청춘시설 분홍빛 추억까지..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