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삼 월의 끝자락이야. 달이 뜨고 해가 지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물결이 치듯, 많은 일이 있던 달이었어.
오늘 아침 집 밖을 나서며 몰라보게 높아진 햇빛의 밀도에 완연한 봄이 왔음을 실감했어. 아마 얼마 가지 않아 벚꽃이 만개할 거야.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매년 봄이 찾아올 때면 잊고 지내던 사람들의 안부가 새삼스레 궁금해지곤 해. 음... 요새 넌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난 언제나처럼 내 일상의 예쁜 부분들로만 치장해놓은 인스타에 행복을 쥐어짜고, 평소엔 가격 때문에 선뜻 사먹지 못하던 레드벨벳 케익을 덥썩덥썩 포장 주문해가는 귀여운 사치도 부려가며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고 있어.
아마 이렇게 어영부영 살다보면 또 정수리에 함박눈 맞는 날이 찾아오겠지.
오늘은 한 주의 항해를 시작한 너를 위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
오늘 네게 들려줄 곡은 귀로 듣는 수필편지 같은 노래들이야.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네게 들려주고픈, 그런 곡들.
새 화분을 들이던 날 점을 친다 이제 살아가는 법을 좀 알지 않나 처음 기르던 꽃들이 말라갈 때에는 난 이유를 알지 못했네
내 목을 축이고 남은 물을 줄 때엔 내 그늘을 넓히고 남은 빛을 줄 때엔 나는 피고 꽃은 지고 나는 살고 너는 살지 못하고 난 이유를 알지 못했네
권나무, 화분
널 위한 나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어 하지만 잊진 않았지 수많은 겨울들 나를 감싸 안던 너의 손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엔 또다시 살아나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달님, 있잖아요 제가 좀 더 어렸을 적엔 매일 엄마 아빠 품에서 정말 행복했어요
달님, 왜일까요 어느 날부터 엄마는 매일 숨 죽여 울었고 우리 집엔 매일 비가 왔어요
유난히도 하늘이 맑던 날 우리 아빤 떠나신다 했어요 울먹이는 나를 붙잡고서 약속 하나 하자 말하셨죠
그믐달이 백 번째 뜨는 날에 다시 돌아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그믐달이 백 번째 뜨는 날에 두 손을 맞잡고 나들이 가자고
박소은, 그믐달
아침부터 비 내리던 날 거리는 검게 물들어 가고 비틀대며 걸어가던 난 무심코 뒤 돌아본다
토옥 톡 떨어지는 빗방울 그 사이로 하나 둘 지나가는 사람들 그 사이로 그대는 지나가고 내 마음은 지워가고 신발은 젖어가고 내 볼도 젖어가고
이영훈, 비 내리던 날
오늘은 조금 돌아가도 지하철 말고서 버스를 타고 창 밖에 비친 멍한 얼굴 귓가엔 멜로디 어둑한 저녁
한 정거장 일찍이 버스에서 내리고서 타박 발걸음 내디면 조용한 밤 산책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구나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구나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이상하지
오지은,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늘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날씨가 추워 겨울이불을 보낸다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늘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귤을 보내니 맛있게 먹거라
엄마는 늘 말씀하셨지 내게 엄마니까 모든 것 다 할 수 있다고 그런 엄마께 나는 말했지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말이라고
강아솔, 엄마
아픔이 없는 행복은 없다고 그대 나를 달래주지만 아픔만으로 가득한 날도 있어 홀로 새는 바로 이 밤처럼
떠나버릴 거예요 난 따라올 생각 마요 아주 멀리 영영 떠날 거니까 숨어버릴 거예요 난 괜시리 찾지 마요 이번에는 꼭꼭 숨을 거니까
아픔이 없는 행복은 없다고 그대 나를 달래주지만 작은 아픔도 난 참을 수 없어 슬픔을 난 이길 수 없어
언제부턴가 내 등 뒤론 자꾸 시린 바람이 따라 붙어 도망쳐 봐도 이미 내 눈은 함빡히도 젖어 있었네
9와 숫자들, 눈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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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내게 지상낙원이었어. 고마워, 안녕.
첫댓글 고마워 가사들이 좋아서 들어보고 싶다
지우지 말아줘.. 오랜만에 음악 듣다가 울었다 개운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면서 나아갈 힘이 난다 ! 고마워!
분위기 최고로 조앙
서두 세번읽었다... 별거 아닌데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
와 너무좋다진짜
와 진짜 너무 좋아...힐링된다아❤️
와 노래취향 개좋아... ㅠㅠ 고마워
고마워 사랑해❤ 덕분에 하루가 행복하다 도토야 행복하자!
가사 진짜 좋다💕
지우지말아조!!!
앞부분 말이 너무 예뻐 글쓴아❤ 글이 힐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