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 자동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사 자동차의 성능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업체마다 행사의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트랙이나 구조물에서 각 업체의
자동차 성능을 한계치까지 느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국산차 업체들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포함한 자동차
체험 행사 개최애 인색하다. 지금의 고객 또는 미래 고객에게 자사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산차 업체들은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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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축제다.(사진=크라이슬러코리아)
덕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입차 업체들의 브랜드 이미지가
빠르고 상승하는 반면, 국산차 업체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여기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관련 행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국산차 업체들이 이런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해 본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14
올 한 해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자사
자동차의 성능을 과시할 수 있는 행사를 가져 왔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말까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14’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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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는 참가비용만 있으면 누구나 포르쉐를 체험해볼 수 있다.(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포르쉐 철학과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전문적인 드라이빙
행사다. 포르쉐 오너뿐만 아니라 포르쉐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라면 사전 참가 신청을 통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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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뿐만 아니라 파나메라, 카이엔, 마칸에 올라 서킷을 주행할 수 있는 것이 포르쉐 월드 로드쇼의 가장 큰
매력이다.(사진=포르쉐코리아)
올해 로드쇼는 독일 본사로부터 911을 비롯해 박스터와
카이맨, 파나메라, 카이엔, 마칸 등 20여 대의 포르쉐를 직접 공수해 5명의 포르쉐 전문 인스트럭터들로부터 핸들링, 브레이킹, 슬라럼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특히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단순히 운전을 즐기기 위한
드라이빙 행사가 아닌, 행사를 통해 포르쉐의 모든 모델에 담겨있는 스포츠카의 DNA와 모터스포츠에서 비롯된 포르쉐의 성능과 효율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 국내에서 수많은 포르쉐 마니아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BMW M 트랙 데이 2014 & 미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14
BMW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
센터를 완공해 다양한 종류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1년 내내 진행하고 있다. 그 중 BMW 드라이빙 센터의 정식 개장에 앞서 8월 중순 진행된
‘BMW M 트랙 데이 2014’는 BMW의 진정한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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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고성능 모델 M 시리즈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M 트랙 데이(사진=BMW코리아)
M 트랙 데이 2014에는 BMW의 M 라인업인 뉴 M3와
뉴 M4, M5, M6 쿠페와 M6 그란쿠페를 비롯해 고성능 디젤 모델인 M 퍼포먼스 에디션과 스포츠 패키지를 추가한 M 스포츠 에디션이
동원됐다. 여기에 독일에서 건너온 M 드라이빙 트레이너들로부터 트랙 주행 방법과 드라이빙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져 BMW가 자랑하는 특유의
운전재미를 전달한 바 있다.
참가 대상이 BMW M 모델의 오너와 동승자로 제한됐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트렉 데이 행사가 아니어도 BMW 드라이빙 센터를 방문하기만 하면 BMW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 모델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진행되는 드라이빙 행사 중 접근성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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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다양한 차종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직접 몰아볼 수 있다.(사진=BMW그룹코리아)
BMW그룹코리아에 포함된 미니도 BMW 드라이빙 센터를
이용한 ‘미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14’를 지난 9월말 진행한 바 있다. 미니의 전 차종을 직접 운전함으로써 미니 특유의 고카트 필링을
전달한다는 것이 미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가장 큰 진행 목적이었다. 물론 미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모든 프로그램 역시도 BMW M 트랙
데이와 마찬가지로 BMW 드라이빙 센터를 방문하기만 하면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14
폭스바겐코리아는 10월초 인제 스피디움에서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14’를 진행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폭스바겐 특유의 역동성을 알렸다. 참가 대상이 기존 폭스바겐 오너들로 한정돼
있기는 했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연비 등이 장점으로만 알려졌던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부족함이 없던 행사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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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자사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사진=폭스바겐코리아)
올해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다이내믹+ 클래스와
다이내믹 클래스, 여성 운전자들을 위한 레이디스 클래스로 구분돼 진행됐다. 모든 프로그램은 현직 모터스포츠 선수와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 하에
이뤄졌으며 구체적으로는 슬라럼과 짐카나 챌린지, 드래그 앤 브레이킹, 8자 턴, 서킷 주행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서킷 주행에서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 골프 GTI와 GTD, 여기에 신형 시로코 R-Line 등을 타고 직접 인제 서킷을 달려볼 수 있도록 했다.
2014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
랜드로버코리아는 10월 한 달 동안 전국 주요 7개 도시에서
도심 속 오프로드 주행 이벤트인 ‘2014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는 자연하천의 도강과
빙판길, 진흙길이 포함된 미끄러운 노면, 각도가 심한 사면 경사로, 암석 주행 등의 6가지로 코스로 구성돼 랜드로버 특유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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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구조물 위에서 도심속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사진=랜드로버코리아)
일반 참가자들은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모델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 4를 직접 운전해 인공적인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해볼 수 있다. 특히 랜드로버의 모든 차종에 적용돼 오프로드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주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과 내리막길 주행장치, 다이내믹 리스폰스 등을 직접 체험볼 수 있도록 해 랜드로버만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프 캠프 2014
크라이슬러코리아는 10월 중순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정통 오프로드 드라이빙 축제인 ‘지프 캠프 2014’를 진행했다. 지프 오너 1명에 최대 3명의 동승자가 포함돼 총 800여 명이 참가한 올해
지프 캠프는 10개의 다양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지프의 오프로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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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캠프는 대자연 속에서 오프로드 주행을 체험할 수 있다.(사진=크라이슬러코리아)
지프 캠프는 국내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닌 지프 본사가
63년 전 처음 시작한 세계 최고 수준의 오프로드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 동북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개최돼 올해까지
행사가 진행됐다. 캠프에 참가한 인원들은 스키 슬로프 전체를 활용해 만든 언덕 및 수로 코스를 전문가의 지도 하에 난이도와 차량별로 주행할 수
있었다.
지프 캠프는 마니아적 성격이 짙은 오프로드 캠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화된 문화 체험 행사로 성장시킨 데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차 업체가 주저하는 이유는 수익성 문제와 기술력
부족 때문
이처럼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온로드와 오프로드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드라이빙 행사를 진행해 척박한 국내 자동차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산차 업체들은 지금까지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산차 업체들이 드라이빙 행사를 통해 당장 눈앞의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행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드라이빙 행사를 한 번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인력 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행사를 진행 중인 수입차 업체들이 금전적 여유가 많아
이런 행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자사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잠재적인 고객층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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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꾸준하게 오프로드 또는 오토캠핑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사진=쌍용자동차)
국산차 업체들이 드라이빙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기술력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아무리 금전적 여유가 뒷받침 되고 행사를 진행할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정작 고객들이 행사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다면 행사를 진행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산차 업체들의 자동차 중 눈에 띄는 온로드
또는 오프로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델을 찾기 힘들다. 따라서 고객들이 행사장을 찾더라도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것만큼의 즐거움이나
짜릿함을 느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수입차를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고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까지 국산차 업체들의
기술력이 부족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국산차 업체 중 쌍용자동차의 경우 SUV 전문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오토 캠핑이나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오프로드 어드벤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나 프로그램의 구성 면에서
수입차가 진행하는 행사보다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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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터스튜디오 같은 브랜드 체험관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국산차 업체들이 브랜드 체험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드라이빙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브랜드 체험관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고,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행사를 적극 진행함으로써 이미지 개선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수입차 업체들에 의해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국산차 업체들이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보다
풍성한 볼 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반갑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이런 변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 국내
자동차 문화가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