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항명(抗命) 사건 이대로 괜찮은가? 병사 한 사람의 안전사고 사망 사건으로 사단장이 처벌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사단장 중 임기를 채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철용(예비역 육군 소장)
최근 일사불란해도 시원치 않을 군대에서 항명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은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에서 항명 사건이 발생하자 불안해 하고 있다. 그것도 군기가 가장 엄정하고 ‘귀신 잡는 해병’, ‘무적해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해병대에서 발생했다. 고 채 상병의 순직 사건을 조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장 박 대령이 반기를 들었다. 일개 대령이 상명하복의 군대에서 해병대 사령관과 국방장관에게 반기를 든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 19일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 1사단 고(故) 채 상병의 순직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순직 원인 중 하나가 구명복을 착용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거의가 외동아들인데 그런 귀한 아들이 불의에 사망했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국민의 염원과 상부의 엄정한 지시를 받고 조사를 하였다. 철저하고 엄정하게 조사하라는 지시에 함몰되어서인지 사단장까지 포함하여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하여 지휘계통인 해병대 사령관과 해군 참모총장 그리고 7월 30일 장관에게 보고하고 서명까지 받고 수고했다는 격려까지 받았다. 그런데 7월 31일 갑자기 해병대 사령관이 국방부의 지시를 받고 수사단장에게 전화로 조사보고서를 경찰로 이첩하는 것을 보류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그런데 수사단장 박 대령은 국방장관의 서명까지 받은 상황하에서 법무관리관의 조언도 외압이라고 판단하여 직속상관인 해병대 수장 사령관의 명령을 어기고 경찰에 수사보고서를 이첩해버렸다. 이는 상명하복의 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군에서는 상급자의 지시와 명령에도 불구하고 상명하복의 군율을 어긴 것은 항명이라고 판단하여 보직을 해임하고 항명죄로 입건하기에 이른 것이다. 항명과 관련하여 수사단장 박 대령은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언론 방송사 KBS에 출연하여 자기의 소신을 밝히도 하였다. 여기에서 논점은 한 병사가 실종자 수색작업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사건을 가지고 거의 만 명의 부하를 지휘하는 사단장에게까지 업무상 과실치사 첵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이다. 이번의 순직 사건은 단순한 안전사고이다. 지난 공군의 고 이예람 사망사건처럼 성추행 등 악성사건이 아니다. 구명복을 착용하도록 조치를 하지 않은 지휘 책임을 조사하는 안전사고 사건이었다. 이번처럼 병사 한 사람의 안전사고 사망사건으로 사단장이 지휘책임은 지지만 처벌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사단장 중에 임기를 채우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필자도 사단장 시절에 안전사고로 탄약병이 병기관 준위와 같이 조명탄을 정비하다가 사망한 적이 있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지침을 만들어 재발 방지에 총력을 경주하였다. 사고났을 때 무조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교훈을 도출하고 재발 방지를 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 해병대 수사단장은 재발 방지보다는 사단장을 처벌하여 소위 본때를 보여 주어야겠다는 의욕이 너무 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월남전 주월사령관을 지내고 미 육군 참모총장까지 역임한 웨스트 모어랜드 대장이 101공정사단장 시절에 공수훈련을 하다가 낙하산이 강풍에 휩쓸려 무려 7명의 병사가 사망하였다. 사단장도 동시에 뛰어내려 거의 죽을 뻔했는데 노련한 병사들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 사건으로 낙하산이 강풍이 불 때는 착지 후에 자동적으로 분리되는 낙하산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웨스트 모어랜드 장군은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대통령 안보실의 외압이 있었다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엄정한 수사에 함몰된 사람들이 엄한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 치사로 엮어서 과도하게 처벌하려고 하니 옆에서 그렇지 않다고 조언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임진왜란 때 선조의 출정명령을 어겼다 하여 백의종군을 하던 이순신 장군을 재기용하라고 상소한 청탁이 외압이란 말인가. 김대중 정부 시절 2002년 제2연평해전시 북한군의 도발정보를 묵살하여 우리 해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당사자들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전부 별 하나씩 더 달고 영전하고 정보장군 출신은 대사로 영전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내로남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