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주민 엘시입니다.
억울한 마음에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들겨봅니다.
1. 머리카락 만지는게 플러팅?
사람만 바뀌고 매번 똑같은, 설렘도 사랑도 없는 가벼운 만남에 질려버려서 데이트를 쉬고있었습니다.
어느날 알림이 왔는데 서로 인친이었던 A가 데이팅앱에서 저한테 좋아요를 눌렀길래 반가운 마음에 별 생각없이 저도 좋아요 누르고 얘기를 하게 됐죠.
얘기를 하다보니 어찌어찌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되게 적극적이기도하고 뭐 만나서 나쁠거 없겠지하고 쉽게 생각을 했던거죠.
A는 만 스물넷정도에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였어요.
돈이 없어서 스시뷔페만 가고 일식집에는 안가봤다길래 일식집데려가서 밥 사줬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저한테 음료 사주고싶다는게 기특한것도 있었고요.
카페 가서 A가 사준 바닐라녹차라떼 마시면서 몇시간 이야기하다가 일어났습니다.
나름 생각 깊고 데이면서 깨달은것도 있고 소신이 뚜렷한점은 맘에 들었지만 얘한테 설렐 일은 없을거라는걸 저는 너무나 분명히 알았죠.
다시 만나기 전 2주정도 문자하는 동안에도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런저런거 해보자 제안도 하고 답장좀 자주하라고 툴툴거리고 정말 오랜만에 맘에드는 사람을 만났다며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고백같은것도 하더라고요.
제가 쭉 바쁘다가 시간이 좀 날거같아서 2주만에 쇼핑몰에서 밥먹기로 했습니다.
밥먹고 차마시고 쇼핑좀 하고 이제 말을 해야될거같아서 고민고민 했습니다.
편하게 오빠동생으로 만나는건 좋지만 연애할 마음은 없다는걸 돌려돌려 힘들게 말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좋아하면 다 퍼주고 표현하는 그런 타입인데 잘못하면 안되겠다싶어서 오해 없도록 꽤나 조심했었는데 말이죠.
거의 울것처럼 속상해해서 참 난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처음 만났을때 내 머리 만졌잖아. 왜그랬어. 그거 여자 오해하게 하는거야. 그러면 난 설렌단말이야."
?
두피까지 가지도 않았습니다. 머리 염색했다길래 "이게 니 머리색깔 아니야?" 하면서 소심해보일정도로 스치듯 미끄러졌을 뿐인데.
이거 이러면 무서워서 할수있는게 없잖아요
2. 팔 문신 가리킨게 플러팅?
학생 파티에서 만난 친구 B. 만 21살 새내기였는데 이 친구 아주 재밌는 친구입니다.
저한테 맘이 있는줄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완전 처음볼때부터 계획이 다 있었더라고요.
저는 가까워지면서 긴가민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그거였구나 싶었습니다.
파티장소에서 한 방에 들어가며 눈이 마주쳤는데 저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이는건 느꼈습니다.
나중에 물마시면서 마주쳐서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친구였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른 일본어 전공 친구들이 몰려와서 다같이 얘기를 하게 됐고
한두시간 후에 B가 집에가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친구들 몰려왔을때 '이것들 뭔데 우리 대화를 방해해?'하면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여튼 제가 주관하는 한국어 말하기 프로그램에 놀러왔더라고요 (애초에 저는 학생파티 간 목적이 프로그램 홍보하러)
말하기 연습하는 활동인데 한국어 아예 못하는 애가 왜 왔지 싶긴 했습니다.
나중에 얘기하길 이것도 그냥 얼굴 한번 더 볼 핑계거리였다고
그날 니가 나한테 플러팅하지 않았냐 자꾸 내쪽으로 몸 기대고 내가준 사탕도 안먹고 다시 주고...
얘가 왜이러나 싶긴 했어요 난 기댄적 없는데...그래도 혼자 착각하고 고민했던게 귀엽긴 했죠ㅎㅎ
또 그날 저한테 저기좀 보라고 건물 안으로 새가 들어왔다고 하는겁니다.
새는 안보이는데 걔 팔에 새 문신이 있길래 "아 이거 말하는거야? 새가 요기 앉았네" 농담쳤는데 이것도 완전 플러팅이라고 생각했다고...
? 아니 그게 왜...
누가 들으면 제가 무슨 플레이보인줄..
여튼 주말에 얘가 목감기 걸렸다길래 제가 집으로 생강차 갖다줬어요.
생강차가 너무 맛이 없긴 했지만...여튼 걔네 집에서 몇시간 재밌게 얘기하고 푹 쉬라고 하면서 헤어졌죠.
차가 너무 맛이 없다고 담에는 제대로된거 갖다주겠다고 했는데
담에 놀러올때 제집에서 전기파리채도 같이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초파리 잡아야된다고ㅎㅎ
그리고 또 다음주.
고향갔다가 일요일 밤에 올라오는데 그때 집에서 만날래? 하더라고요
굳이 그날 그시간에? 했지만 저는 밤새 얘기하면서 과제도하고 뭐 안될거 없지 싶어서 가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멍청한데,
우리집에 수건 없으니까 씻을거면 니꺼 가져와라.
밤에 과제하다가 졸리면 내침대 올라와도 돼.
나는 잘때 이불만 덮고 다 벗고 자.
뭐 이런얘기도 했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뭐 결과는...그친구 계획대로...
굉장히 엄청났고 뭔가 내가 이런게 됐었나? 자신감이 부푸는 경험도 됐고 재밌었는데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읍니다.
암튼 이친구 이거 과대망상입니다. 저는 플러팅을 한적이 없어요! 플러팅을 한건 오마에다!
3. 아재드립이 플러팅?
며칠전 C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예전에도 얘기한적 있는 친굽니다.
처음간 클럽에서 춤추는거 어색해서 앉아있을때 저한테 말걸어와서 친해졌고 그날 제가 집에 데려와서 만두국 해먹여서 보냈다고...
그 후에도 아주 가끔 연락했던 친군데 며칠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뭐 물어본 다음에 안부묻고 여름이 좋니 싫니 그런 얘기하다가 C가 그러더군요.
"여름이 좋은건 수영할수 있다는점 하난데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수영하는건 싫어."
"그럼 내 눈에서 수영해. 내눈에 보이는 여자는 너 하나 뿐이니까😉"
ㅋㅋㅋㅋㅋ타이밍 제대로 들어갔쥬?
요 드립에 새벽 다섯시에 온 답장이
"너무 스윗하네. 지금 깨있어? 나 통화할 사람이 필요해"
아니 저기 친구야 잠깐만 여기서는 닥쳐라던가 으 소름 아재요 제발 그만 이정도 리액션이 나와야하는데
플러팅은 잘만 하면 참 유용한 사회적 스킬입니다.
맘에 들면 플러팅도 서로 민망한상황 안생기게 은근슬쩍 떠볼수도 있고 맘이 통하면 더 가까워질수도 있고요
대뜸 고백공격을 한다던지 하는것보다 훨씬 낫죠.
근데 요번에, 플러팅을 알아채지 못한다던지, 별거 아닌게 플러팅으로 해석된다던지 하는 경우가 참 많겠구나 싶었습니다.
최근엔 진짜 제가 오만군데서 흘리고다니는 사람이 된거 아닌가 고민도 했었어요.
특히 친구들끼리 아는 사이면 오히려 너무 점잖았다 생각했는데 말이죠.
제가 의도한 플러팅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얼마전에 관심이 가는 친구가 올린 스토리에 답장한거 정도?
전통적인 미인형은 아닌데 쿨하고 구김없는 성격이랑 춤출때 특유의 표정이 너무 매력있는 사람인데
방 온도가 너무 낮다 같이 잘사람 구함! 하는 스토리 보고
"야 진짜 춥겠다 감기 안걸리게 조심해!" 하고 얘기했습니다.
소심하게 모범적인 얘기밖에 못하는...요게 제 플러팅 레벨이고 한계가 아닌가 싶어요
친구 통해 인사한 사인데 그친구한테 넘볼걸넘봐라고 욕먹을까봐 참 조심스러운 상황이고요
아 사실은 담주에 만나기로 했는데 플러팅이 통했다기보단 서로 스토리에 답장해주면서 대화가 트여서가 아닐까
첫댓글 이게 그 뭐라그러지 타고났다고 해야할까요? 화가 좀 나네요 ㅋㅋㅋ
저는 나이들어서 학습한 케이스이고요 진짜 사회성 좋게 타고난 애들이나 외모만으로 여자들 끌어당기는 애들 보면 저도 화가 납니다ㅋㅋ
ㅎㅎ 인생 아주 제대로 즐기시네요. 부럽습니다.
젊을때 암것도 안해놔서 뒤늦게 메꾼다고 바쁘네요ㅋㅋ
아예… 부럽습니다
저기 중간에 설명이 많이 빠진것 같은데요
북유럽 공식 플레이보이…
로맨티스트 순정남이죠!
2번 스토리 후속작 기다립니다.
으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