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 시인 / 반칠환 -
요 앞, 더러운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하고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7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지인이 보내 준 톡에서 -
💜멋진 사람은 늙지 않는다
https://m.cafe.daum.net/dreamt/Snn0/8840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시간들
무얼 하느라 눈치 채지 못할까?
나름
일은 하고 있었나?
오늘은 강진 처형집 다녀 오잔다
처형이 우릴 주려고 꽃을 많이 얻어 놓으셨다고
집사람이 꽃을 좋아하니 농업기술센터에서 얻어다 놓으셨단다
처형에게 싸래기도 부탁했으니 그도 가지러 갈 겸 다녀와야겠다
톡보내고 아침 밥을 지은 뒤 바로 동물 먼저
모두들 무사히 잘 있다
오늘은 밖으로 내놓지 않고 물과 모이만 많이
이대로 잘 커주면 좋겠다
아침 먹고 나니 여덟시가 넘었다
집사람은 몸이 피곤하단다
힘을 타지 못하는 건 나이 탓일까?
내 힘으로 할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나에게 운전하란다
웬만함 집사람이 먼저 운전대를 잡는다
오늘은 많이 힘드나 보다
처형 가져다 드리려고 양파와 보리수효소담은 걸 한병 챙긴다
올해 양파 캐 여기저기 잘 나누어 먹는다
수확이 많다보니 나눌 수도 있는거지
아침부터 날이 덥다
구름 많아도 후덥지근
가는 내내 에어컨을 틀었다
나이 든 사람에겐 에어컨 바람이 좋지 않다지만 하도 더우니 별 수 없다
강진 팜스마켓에 들러 과일을 샀다
군동 형님과 처형에게 작지만 하나 사다 드려야겠다
처형댁에 가니 처형이 반겨 맞는다
처형이 넘 핼쓱하시다
요즘 이명현상이 있어 힘드시단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는 때가 많다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식사를 건너뛰시는 것 같다
나이들수록 더 챙겨 드셔야하는데 사실 그게 참 어렵다
뭐든 하고 싶은 생각이 줄어든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나누어 주는 기쁨이 있었는데
나이들면 그도 시들
자꾸 재미 없어지는게 나이드는 걸까?
작은 일에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처형이 군동형님에게 전화해 같이 점심 하자고 말씀드리니
몸이 힘들어 안되겠다고
특별히 아프신 건 아닌데도 밖에 나가시기 싫단다
참 벌써?
그래 우리에게도 언제 저런 날이 올지 알 수 없다
지금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지
내려왔으니 얼굴이나 뵙고 가자고
군동 형님댁에 들리니 누워 계신다
얼굴색은 그런대로 좋으신데 요즘 들어 부쩍 힘이 없으시단다
웬만함 같이 하실건데 많이 힘드시나 보다
어떻게든 힘을 내시라며 우리만 다녀 오겠다고
동생 전화
집에 계시냐고
강진 내려 왔다니 야외용 선풍기등 몇가지 집에 가져다 두겠단다
고맙기도 하지
내가 집에 있었으면 같이 점심이라도 할 것을
다음에 해야겠다
칠량 대지 식당으로
처형이 입맛없으시다기에 대지식당에 가서 붕장어 주물럭 먹자고
오늘은 주물럭 할 붕장어가 있단다
여긴 붕장어가 크지 않으면 주물럭을 하지 않는다
큰 붕장어로 주물럭해 놓으면 맛이 일품
난 여기에 막걸리까지
도암뽕잎막걸리인데 목넘김이 좋아 두 병이나
안주가 맛있으니 술술 잘도 넘어간다
집사람이 이것저것 챙기는 사이 난 툇마루에 누워 잠깐 한숨
막걸리를 마셔서인지 금방 곯아 떨어진다
우린 드린 것 없이 많이 얻어 왔다
금송화 맨드라미등 꽃 몇판, 소독제와 소독약, 마스크, 기러기알과 흰기러기 새끼 두 마리
처형에게 부탁해 산 청미도 세포대
참 많기도 하다
차에 겨우 실었다
오는 내내 난 잠만 쿨쿨
집사람이 고생했다
황룡농협 프라자 들러 제초제를 샀다
서리태콩 심은 언덕에 제초제를 해야 콩만 쑥 자라 오르겠다
동생이 선풍기와 연장을 가져다 놓았다
야외에서 쓸 수 있는 선풍기라 베란다에 놔두면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항상 생각해주는 동생이 고맙다
집사람은 가져온 꽃들을 여기 저기 심는다
다음주에 비온다고 하니 그대로 놔두었다가 비오기 전 날 심으면 좋은데...
부지런한 사람이라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지
싸래기를 모이통과 닭장에 정리해 두고
저번에 서리태 콩 심은 곳에 제초제를 뿌렸다
서리태 콩이 싹 터 나오기 전 제초제를 뿌리는 게 좋겠다
골고루 잘 뿌려 주었는데 풀이 잘 죽을지 모르겠다
처형에게서 가져온 소독약을 농약통에 타서 집 주변 곳곳에 뿌렸다
개장과 닭장 안까지
요즘 파리와 모기가 많이 보인다
우리집은 지대가 높아 동네보다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꽤 생겼다
소독약 뿌려 놓으면 아무래도 덜 보이리라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여섯시반
아산형님이 막걸리 한잔 하게 내려 오란다
오늘 아짐이 퇴원하셨단다
아짐 얼굴도 뵐 겸 아산형님집으로
아짐이 완전 회복한 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져 퇴원하셨단다
아직은 무릎이 자유롭지 않지만 절뚝거리면서 그런대로 걷는다고
스스로 몸관리 잘해 빨리 나으시라고
우린 아산형님과 막걸리 한잔
우렁된장국, 돼지머리 볶음, 코다리찜
많기도 하다
형님이 안주를 장만하셨단다
당분간은 형님이 주방일 하신다고
아이구야 참 잘하신 일이다
아짐 퇴원하셨으니 내일은 내가 보신탕 한그릇 사드리겠다고
수술하고나면 보신탕이 가장 좋단다
병문안도 가보지 않았으니 빨리 나으시라고 점심이나 대접해야겠다
뻥이를 닭장에 넣어 놓고
주말 연속극 끝나자 마자 잠자리로
아침 안개가 노적봉을 삼켰다
님이여!
오늘도 건강하고 무탈하며 행복한 미소 가득한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