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 이 정 근
처음부터 이런 몰골은 아니었어 부러지거나 잘라지거나 반 토막이 났던 건 더더욱 아니었어 살다 보니 닳아지고 삭아져서 그냥 밑천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었던 것뿐이야 어디론가 던져지거나 버림받게 될까봐 가슴 졸이며 노심초사했던 적도 있었어 언젠가는 내팽개쳐지겠지만 그래도 내 삶에 대해 불평하지 않기로 했어 슬퍼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기로 말이야 사는 날까지 그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야 마지막 내 목이 부러지게 되면 나는 크게 숨을 쉬며 이렇게 말할 거야 "그래 오늘까지 잘 산 거야" 라고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내 스스로의 삶이 절대 부끄럽지는 않았음을 이야기하며 눈을 감을 거야 다른 모든 것들의 삶도 비슷하겠지 영원한 건 없으니까 말이야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다 해서 으쓱할 것도 없고 점점 깎여 나간다고 해서 두려워할 일도 아니야 그래도 의미있게 쓰여지다가 가면 좋은 일이야 누가 나를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지 그래서 마지막 호흡의 끈을 놓을 때 행복한 삶이었노라고 고백했으면 참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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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몽당연필로 비유하셨군요
나를 뒤 돌아보며 배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 읽어주시고 답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