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평야 누런 곡식들 싣고
군산항에 정박되어 있던 일장기 펄럭이는 화물선으로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기적소리
잠깬 아이 등을 토닥거리다가
창 틈으로 스며돌어온 불빛으로
문득 바라본 아내의 얼굴이 너무 고와
대책없이 꼬옥 안고 말았으니
식민지 기찻질 옆 꼬망동네의 늘어만 가는 식구들
이젠
널어놓은 빨래에
검은 석탄가루 날렸던 화물차의 느릿느릿한 달음박질도 사라지고
붉은 깃발 흔들며
검게 그을린 역무원의 호루라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그저 녹슬은 레일 곁으로
풀꽃이 피어나는데
가난은 대물림이던가
지금도 서럽기는 마냥 한가지
달려오는 열차 소리에
후다닥 놀라
기찻길에 널어 놓았던 고추 거두려
검정 고무신 대충 신고 내달렸던
돌아켜보니 그떄는
바로 그런 삶의 떨림이 있었다
줄줄이 매달렸던
자식들도 뿔뿔이 다 떠나 버리고...
첫댓글
그레이스 홍님의
경암동 철길 사진을 보니
예전
제가 올렸던
<기찻길 옆 오막살 -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글과 사진이 생각나서
다시
올려 봅니다...
모두가
돌이켜 보면 그리운 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