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강둑을 걸어
처서 이후 여름 끝자락 비가 후줄근히 내렸던 팔월 하순이다. 한밤중 잠을 깨 창밖을 보니 비구름 걷힌 맑아진 하늘엔 흰 구름이 떠다녔다. 인터넷으로 날씨를 검색해 보니 주말까지 맑았다가 다음 주 초반 다시 강수가 예보되었다. 생활 속에 남겨가는 글은 ‘우중 자연학교’를 탈고해 놓고 초등 친구들과 지기들 카톡으로 보내는 아침 시조는 그제 다녀온 낙동강 하굿둑에서 찾았다.
“맥도강 본류 물길 샛강이 나뉜 맥도 / 드넓은 생태공원 싱그런 연꽃 단지 / 봄날에 싹을 틔웠을 가시연이 자란다 //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 거쳐오며 / 둥글게 펼친 연잎 세력을 불려 키워 / 부평초 밀쳐내고서 방패만큼 번졌다” 새벽에 남긴 ‘맥도 가시연’으로 친구와 지기들에게 보낼 가시연 사진과 같이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제 낙동강 하류 생태공원을 다녀온 기록이다.
이른 시각 초등 친구와 지기들에게 카톡으로 아침 시조를 가시연 사진과 같이 띄웠다. 아침 식후 나설 산책 행선지는 대산 강가로 정해두었다. 날이 밝아와 강변으로 산책을 가려고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집 앞 정류소에서 동정동으로 나가 창원역을 출발해 낙동강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탔다. 미니버스엔 대산 산업단지로 출근하는 이들로 자리가 없어 서서 갔다.
주남저수지를 지나자 벼가 이삭이 패는 넓은 들녘이 드러났다. 대산면 소재지를 앞둔 산업단지에 이르자 회사원 승객이 내려 내가 앉을 자리가 나왔다. 가술과 모산을 지난 제1 수산교를 거쳐 당리마을에서 내렸다. 당리는 종점 신전이 멀지 않은 강변으로 추수 이후 비닐하우스 농사를 많이 지었다. 강가로 나가는 길가에는 여름에도 비닐하우스에 상추를 심어 가꾸는 모습이 보였다.
농가 주택 뜰에 자라는 석류나무에는 알알이 영그는 석류가 익어가는 중이었다. 북면 온천장에서 김해 한림으로 뚫리는 신설도로 굴다리를 지나 강둑으로 올라 수산교 방향으로 걸었다. 길섶에는 노란 달맞이꽃과 넝쿨로 자란 돌돈부가 피운 보라색 꽃이 보였다. 4대강 사업 때 자전거길이 생겨난 강둑에는 벚나무가 심겨 자라 그늘을 드리워 뙤약볕을 가려 걷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초여름에 지천으로 피었던 금계국이 가득했던 강둑에는 여러 가지 풀들이 무성하게 뒤엉켜 자랐다. 그 가운데 넝쿨로 뻗어 나간 나팔꽃이 보였는데 색깔이 두 가지였다. 꽃송이가 엷은 파란색인 나팔꽃이 많았으나 일부는 빨간 꽃송이가 작아 귀엽게 보인 애기나팔꽃도 있었다. 나팔꽃은 주택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가꾸는 화초이기도 하지만 강가나 들녘으로 나가면 야생화로 자랐다.
제1 수산교를 지나 수산대교를 거쳐 강둑을 따라 계속 걸었다. 본포에서 흘러온 낙동강 강물은 수산 근처에서 삼랑진을 향해 유장하게 흘렀다. 이번 여름 폭염 속에 태풍이 지나갔고 낙동강 중상류 지역에선 몇 차례 폭우가 내려 강물은 불어나 황톳빛으로 너울너울 흘러갔다. 모산마을과 가까운 강둑 너머 대산 플라워랜드에는 한여름을 넘긴 꽃밭에 김을 매는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강변에 조성된 스포츠단지에는 넓은 파크골프장이 나왔다. 그동안 여가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붐볐는데 당국에선 올여름 미인가 상태에서 국가 하천 무단 점용한 파크골프장을 양성화시킬 조치를 하는 중이라 잠정 휴장했다. 시설 인가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몇몇 이용객들이 나타나 잔디밭을 누비고 있었다. 둔치에서는 작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북부리 팽나무가 우뚝하게 보였다.
동부에서 둑길을 따라 유청으로 내려가 삼거리 한식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유등을 출발해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내로 들어오니 한낮이라 햇볕이 따가웠음에도 냉커피를 마련해 남양동 아파트 상가 문인화 화실로 향했다. 예전 근무지 동료는 퇴직 후 2년째 문인화에 몰입해 난초에 이어 매화와 대나무를 그리고 있었다. 묵향이 번지는 화실에서 친구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