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시공 전 모습과 시공 계획
90년대 초반에 지어지고 2000년대 리모델링을 한 번 거친 방 2개, 화장실 1개의 전형적인 복도식 아파트, 이 세상 꽃무늬가 다 모인 집이었어요.
이 집에서 평생 살지 않을 걸 알기에, 다음에 어떤 분이 오더라도 이 집에 취향을 녹일 수 있도록 도화지 같은 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래서 거실 확장을 포함해 바닥, 도배, 전기, 욕실, 배관 등 집의 모든 부분을 새로 손 보고 깔끔하게 고쳤어요.
저는 유명한 인테리어 업체 턴키로 리모델링을 진행하였는데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저희 부부 둘 다 평범한 회사원이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해줄 전문적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집은 고쳐가며 살아가는 곳이라 생각했고 그런 면에서 대기업의 편리한 A/S 시스템을 따라올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결론적으로 한샘과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었고 처음 견적은 3,600만 원 정도였으나, 열심히 발품도 팔고 많은 부분을 타협하여 부가세 포함 3,200만 원에 리모델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
리모델링이 완성된 후에는 정말 누구에게나 호불호 없을 집이라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완성된 집에 저희 부부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가구와 소품으로 집을 채워나가고 있어요.
현관 Before
현관 After
남편이 신발을 워낙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다보니 신발 박스도 많아서 박스를 겹쳐 쌓아 인테리어 선반처럼 사용 중이에요. 그 옆으로는 신발을 신을 때 앉을 수 있도록 귀여운 보드 스툴을 두었어요.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사용한 타일 중 현관 타일이 가장 비싼 타일이었는데요,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너무 무난하지는 않았으면 해서 스페인산 750x750각짜리 큰 테라조 타일을 부착하여 키치한 느낌을 냈어요.
복도식 아파트는 단열의 문제로 중문이 필수라고 많이 들었어요. 이 집에서 3년 차로 접어드니 소음, 단열 등 중문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 작은 집인 만큼 집 전체가 환하고 탁 트여있길 원했기 때문에 통창 중문을 골랐습니다. 한샘 제품에서 골랐어야 하다 보니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서 두꺼운 프레임은 어쩔 수 없었어요.
이케아에서 산 마그네틱 거치대를 현관에 설치하여 구두주걱, 차 키 등을 걸어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정말 갖고 싶었던 거울을 그 옆에 달아서 집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검을 해요.
붙박이 가구들은 튀는 것 없이 간결한 형태로 제작했어요. 신발장은 손잡이가 없는 푸시 오픈 형태를 택했고, 수납할 신발이 많아서 중간에 수납박스를 파지 않고 한 면을 깔끔하게 신발장으로 마감했습니다.
주방 Before
주방 중간 과정
보통 비슷한 평형대의 부엌에서는 거실 방향으로 ㄱ자 아일랜드를 두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전 주인분도 튀어나오는 아일랜드를 사용하고 계셨고요. 저는 현관에서 들어왔을 때 부엌이 전부 보이지 않길 원했고 작은 집이지만 제대로 된 식탁을 두고 작더라도 다이닝 공간이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아일랜드는 싱크대와 나란히 두었죠. 나름 복도가 생긴 것 같고, 부엌이 지저분할 때도 바로 보이지 않아서 좋아요
주방 After
아일랜드 장은 원래 바닥과 가장 유사한 색상으로 마감했었는데, 몇 개월이 지나니 심심하고 재미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일랜드 장에 과감하게 블루톤 필름지를 붙여줬어요. 들어오자마자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죠!
수납이 매우 중요한 실용파였기에 상부장은 없애지 않고, 싱크대 전체를 현관과 마찬가지로 손잡이를 없애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해 줬어요. 하부장과 상부장 라인도 당연히 맞춰주었고요!
여기는 저희 부부가 정말 사랑하는 작은 다이닝 공간이에요. 마음에 들지만 너무 비싼 테이블과 가격이 합리적인 테이블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저희의 위시리스트였던 제품의 디자인을 오마주해 직접 식탁을 제작하였어요.
둘이 쓸 때는 테이블을 접어두었다가 손님이 올 때는 테이블을 펼쳐서 확장해서 쓸 수 있답니다. 여기에 마음에 들 때마다 하나씩 샀던 컬러풀한 의자를 두었더니 더더욱 제 맘에 들어요. 컬러에 도전하기 어렵다면 의자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 좋아요!
냉장고
베란다에 수도관이 없었던 집이기 때문에 이전 주인분은 부엌에 세탁기를 두고 사용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저는 세탁기는 베란다로 빼고, 이곳에 냉장고를 두고 싶었죠!
비스포크 냉장고가 은근히 많은 공간을 차지하여 조금씩 조정한 것이 많아요. 하부에 걸레받이도 떼내고, 아일랜드 모양도 조금 수정해야 했죠ㅠㅠ 긴 노력 끝에 비스포크를 두게 되었고, 결국 냉장고에 딱 맞는 공간이 되어서 맘에 들어요. 비스포크는 사기 전에 꼭 필요한 공간을 체크해 보세요!
거실 Before
거실 중간 과정
거실은 리모델링 후에 레이아웃을 한 번 바꿨어요. 위의 배치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처음 입주했을 때였어요. 천장에는 라인 조명과 매입등을 설치했고, 벽과 천장을 모두 깔끔하게 마무리하였죠. 라인조명은 요즘 유행하는 직부등이 아닌 간접으로 제작하여 은은하게 집안을 밝히도록 했어요.
레이아웃은 한 쪽 벽에 TV를 두고 소파를 맞은 편에 두어 편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거실의 형태였죠! 이 때가 인생에서 최고로 누워서 TV를 보는 시간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소파에 누워 TV만 보고 있는 게으른 제가 너무 싫어져서 배치를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거실에서 TV를 없애기로 결정을 하게 된 거죠.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재택근무를 지속하게 되면서 거실을 홈 오피스와 취미 공간으로 바꾸고자 결심했어요.
거실 After
TV는 안방으로 옮기고 TV 장은 모듈을 변경하여 수납장으로 활용했어요. 거실 메인월에는 벽 선반을 설치해서 일을 할 수 있는 데스크 겸 수납공간, 또 소품 데코 존을 만들었어요.
놀러 다니며 산 소품들로 선반을 채웠어요.
모니터가 너무 낮아서 아크릴 모니터 받침대를 제작해서 올려줬어요. 이제 일하다가도 이렇게 차려 먹고 있어요 :D
시스템 선반이 있는 이곳은 베란다였는데 확장한 공간이예요. 지금은 남편을 좋아하는 것을 모아놓은 취미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여러 가지 소품을 놓은 이 시스템 선반은 원래는 TV 장이었던 제품인데, 모양을 바꿔가면서 쓸 수 있어요. 휴~ 이곳에 레고, 피규어들이 자꾸 하나씩 늘어나더라고요^
시스템 선반 뒤로는 흰 커튼 위에 oth의 커튼을 추가로 달아줬어요. 암막 효과는 아니지만 커튼을 치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좋더라고요.
이제는 거실의 라인조명을 기준으로 한쪽은 저희 재택근무 공간이자 취미생활 공간, 한 쪽은 남편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어 맘에 들어요!
거실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거실에 TV가 있을 때는 퇴근 후에 항상 켜놓고 생활했었는데, 없애니 확실히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책상에 앉아 할 일을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홈트를 하거나 레고 조립도 하면서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XD
침실 Before
침실 After
집의 다른 부분이 모두 짐이 많고 밀도가 높은 편이라 안방 만은 숙면에 충실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침대 헤드가 한 쪽 벽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데는 기능적인 이유와 디자인적인 이유가 있었는데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베란다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놓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화장실에서부터 수도관, 오수관을 안방 벽을 지나 베란다까지 끌어와야 했습니다.
수도관, 오수관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높이 단차를 줘야 했기 때문에 안방 한쪽 벽이 일정 부분 튀어나와야 했죠. 저희는 이 부분을 침대 헤드처럼 활용했어요! 이곳에 콘센트도 빼주니 헤드보드가 침실을 호텔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LK 사이즈의 침대를 놓고 양옆에는 사이드 가구를 두었어요.
거실에서 넘어온 TV를 영화관처럼 틀어놓고 뒹굴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붙박이장 대신 윈도우싯 기능을 할 수 있는 낮은 장 4개를 제작하여 나란히 배치했는데요, 이곳에는 앉아서 잠깐 커피를 마기기도 하고, 아래쪽엔 보기 싫은 짐을 보관할 수도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 중입니다. 나중에 이 배치가 지겨워지면 장을 쌓아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요.
베란다
베란다는 이렇게 세탁실 겸 팬트리로 사용하고 있어요. 커튼은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에 블라인드를 선택했고, 전 블라인드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해서 마음에 들어요. 타일도 자주 청소할 필요 없고 신경 쓸 것이 적도록, 큰 사이즈의 어두운 색상을 골라서 마감했어요.
베란다 한 쪽은 이케아 시스템 선반을 이용해서 자전거와, 식자재, 분리수거통 등을 정리했어요. 안방에서 베란다가 보이기 때문에 너무 답답하지 않게 중간중간 화분도 넣어줬답니다!
욕실 Before
욕실 After
욕실은 최대한 깔끔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화장실 리모델링을 하며 젠다이를 설치할 때 신경 썼던 것은, 변기 쪽 젠다이를 파지 않는 거였어요. 보통 작은 집 욕실에는 문 여닫는 공간 때문에 변기 쪽 젠다이를 안쪽으로 집어넣거든요.
저는 그게 "여기가 변기다"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싫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치수를 조절해가며 문 여닫음에도 문제가 없으면서 젠다이도 깔끔하게 한 면으로 마감했습니다.
또 하나 신경 썼던 것은 화장실 트렌치였어요. 샤워 공간과 아닌 부분 양쪽 모두 물 빠짐이 수월하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깔끔한 트렌치를 골라 설치해 줬죠.
두 종류의 타일을 선택했는데, 위쪽 타일은 가격 절감을 위해 부엌에 썼던 타일과 동일한 타일을 메지 색만 다르게 하여 붙여줬어요. 메지 색상이 다르니 느낌이 다르지 않나요?
드레스룸
드레스룸은 작은 집에 사시는 분들 모두 공감하는 최대의 숙제일 거라 생각해요.^^최대한 많은 옷을 넣기 위해 한샘의 드레스룸 시스템을 이용했습니다.
본가에 살 때 도어가 있는 붙박이장을 사용했었는데 겉으로 볼 때는 깔끔한데, 옷을 찾을 때 도어를 매번 여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정리를 덜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시스템 장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스템 장을 선택하고 더 많이 더 자주 정리하며 살기로 했어요.
집에서 보내는 소중한 시간
결혼 준비와 인테리어를 동시에 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아요. 왜 이런 것까지 고민하고 있어야 하나 현타가 오는 경우가 진짜 많았죠. 근데 살다 보니 고민을 오래한 부분이 결국 집에서 가장 아끼는 부분이 되더라고요.
저도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처음이었기에 아쉬운 점과 후회되는 점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고른 것들로 가득한 공간에 있는 집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편안하고 위로가 돼요. 그러니까 지금 인테리어를 계획하시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