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 텍사스 구단 행정의 시작이 박찬호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구단은 지난 시즌 후 스토브리그 때 9승8패 방어율 5.75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한 박찬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다만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3년 연속 꼴찌로 주저앉아 마음이 상한 토머스 힉스 구단주는 FA 영입과 관련해 “우리의 도박은 실패했다”며 구단의 판단착오와 그들의 부진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게 전부였다.
실패의 대표적인 선수가 6500만달러를 투자했던 박찬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전력 보강을 대략 마친 2003년 벽두에 구단은 에이스 박찬호 살리기를 가시적으로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8일(한국시간)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데 이어 9일 벅 쇼월터 감독은 지역언론인 댈러스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 올 때 팀에 대한 부담과 자신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지 말라”며 심리적 부담을 털어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문은 박찬호의 지난해 부진이 두 차례 부상과 새로운 리그, 새로운 구장, 텍사스의 넘버원 투수로서의 부담감 등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 연말 박찬호와 구단 사무실에서 상견례를 겸해 앞으로의 계획과 올 시즌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쇼월터 감독은 박찬호를 만나기 전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 감독을 비롯해 여러 명의 다저스 관계자를 만나 팀의 에이스 투수 파악에 들어갔고, ESPN을 통해 구입한 지난 시즌 박찬호 비디오테이프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는 박찬호의 투구가 소극적이며 변화구 구사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쇼월터 감독이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구단은 두 가지를 병행하며 ‘박찬호 일병 구하기’에 팔을 겉어붙였다. 성적 향상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자세다.
전담포수 크루터를 데려와 박찬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뒤 9일 새 수석트레이너로 제이미 리드(43)를 임명해 부상없이 2003시즌 페넌트레이스를 꾸려가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리드 트레이너는 지난 6년 동안 탬파베이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등 트레이너 경력만 23년째인 베테랑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공식사이트의 제시 산체스 기자는 “리드 트레이너가 올 시즌에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박찬호가 부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