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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가 ‘빈곤, 폭력, 소외와 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9대 과제를 ‘3.8 여성선언’ 형식으로 제시했다. ⓒ김미경 |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지난 8일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29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을 열었다. 평등 사회와 민주·평화·통일·복지사회의 실현을 위해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여성연합은 올해로 창립 26주년을 맞이했다. 여성연합은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매년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2013 여성, 빈곤과 폭력 없는 세상으로'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 이번 여성대회에서는 ‘빈곤이 없는 세상, 폭력이 없는 세상, 소외와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 사회가 꼭 해야 할 9대 과제를 ‘3.8 여성선언’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서울 외에 경남, 광주, 대구경북, 대전, 부산, 울산, 인천, 전북, 제주, 충북, 포항·경주 지역에서도 여성대회가 진행되었다.
오래된 주제인 '빈곤과 폭력'을 다시 거론한 것은 2013년 현재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빈곤과 폭력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빈곤과 폭력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20만 공공부문 여성비정규직부터 정규직화하라’, ‘성별임금격차 OECD 평균으로 줄여라’, ‘사각지대 없는 생애주기별 여성복지 실현하라’,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인권교육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라’, ‘알선업자 처벌 강화하고, 성매매여성 비범죄화하라’, ‘이주여성의 자유롭고 안전한 체류권 보장하라’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여성대회 기념식에서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과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발표도 이어졌다. 제25회 ‘올 해의 여성운동상’은 국내 최초 친족성폭력 수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의 저자 은수연씨가 받았다. 어린 시절 9년 동안 아버지로부터 무차별적인 폭행과 성폭력에서 어렵게 탈출하여 성폭력 피해생존자 쉼터에서 머물며 지난 날의 트라우마를 지혜롭고 용기 있게 극복한 체험을 책으로 엮었다.
은수연씨는 친족성폭력에 대해 무관심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통념을 뒤집으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촉구하는 ‘성폭력 생존자’이기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견디지 못할 아픔은 없고, 끝이 없는 고통을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치유와 회복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통해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당당하고 생기발랄한 생존자이다.
▲ 2013년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들과 여성연합 공동대표를 대신하여 시상식을 진행한 단체 회원들 ⓒ김미경 |
성평등 디딤돌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연대단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서울시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서울모델‘ 정책,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여성폭력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이 선정되었다. 친족성폭력 가해자 국회의원 김형태, 60대 노인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사건을 잘못 대응한 수사•재판기관(평택경찰서,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수원지방법원), ’육아휴직 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한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걸림돌이 되었다.
여성대회 기념식에 앞서 7일에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시민참여프로그램 ‘유쾌한 시민난장’, 문화행사 ‘유쾌한 묘비명 축제’가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플라자와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각각 열렸다. ‘시민난장’은 열린 장터, 다문화체험, 여치집 만들기, 여성심장질환 상담과 검사, 여성운동앙케트, 성폭력 추방 캠페인 등 다양한 소재를 펼쳤다. ‘묘비명 축제’는 각자의 삶에 대한 진정성과 성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토크 콘서트로, 여성연합 홍보대사인 방송인 김미화씨, 여성연합 홍보대사이며 매해 여성대회의 사회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씨, 국악인•가수 이자람씨, 음악작가 배순탁씨 등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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