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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형사와의 취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찝찝한 건 없는데 마음이 홀가분 하지는 않는 게 .. 최예린이 내게 감추고 싶
었던 진실을 알아버려서 였을까 .. 알면 알수록 진실을 파헤치려 들면 들수록 .. 차라리 몰랐을 때가 더 좋았을 걸 싶다.
지금 시간은 .. 9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다. 김기수 형사한테서 전화만 안 왔으면 난 아마 쌤 옆에서 쌤과 함께 쿨쿨 자고 있었겠
지 .. 아마 쌤은 아직도 단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 평범했던 지난날의 일상들이, 새삼스러워 지고 있었다. 내가 쌤을 만나기 전 쯤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삶
을 사는 것이니까.
쌤 .. 학교 선생님 .. 과 나 .. 나는 학생 .. 우린 서로를 남녀 사랑이라도 하는 듯이 사랑하고 .. 사귀고 있다 .. 하아 .. 말은 되도
평범하진 않다. 제법 뉴스에 나오고도 남을 법한 쇼킹한 일 .. 거기다 쌤한텐 여자고 있었고 그게 우리 학교 애 누나였다는. 세상
참 좁은 이야기. 하필이면 그 애는 우리 반 아이라는. 세상 참 더럽게 좁은 이야기 ...
가만 보면 그렇게 놀라울 것도 없다. 이미 세상엔 쇼킹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 앞으로도 많을 거구 ..
찬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 잠이 다 달아날 것 같은 추위다.
허걱 ! .. 누가 이 더럽게 추운 날에 밖에서 애정행각이래 .. 시간도 이르고 날씨도 추워서 그런지 공원에는 애들이 한 명도 없었
다. 그런데 남녀가 한 쪽 구석에서 .. 키스를 하고 있다 ... 남자 애가 교복 입은 거 보니 학생인가 보다. 남이야 키스를 하던 말던
내가 무슨 상관이냐며 스쳐 지나가려는데 .. ! ! .. 어 ! ? .. 어딘가 낯익은 뒤통수 .. ! .. 에이 설마 ~ .. 가 사람 잡는다고 .. 입술을
땐 옆 모습을 보아하니 ... 최승현과 매우 닮은 ..
" 거래 끝 ! ! "
목소리 들으니, 확실히 최승현이다 !
" 오올 ~ ! ! .. 키스 잘하네 ! "
"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 이젠 보지 맙시다 ! "
... 여자- 짧은 단발에 파마 .. 검은 가죽 자켓에 아이라인이 진한 눈 .. 하얀 얼굴에, 이쁘게 생긴 누나다. 최승현하고 딱 섰을 때
친구라 해도 믿겠는데. 최승현이 구지 존댓말을 쓰니까. 갑은 아니라는 얘기.
" 너, 나 싫어 ? ! "
"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 "
" 그럼 나쁘지 않다는 거네 ! "
최승현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와우 !! .. 강적이다 ! 저 누나. 한 눈에 봐도 시크함이 묻어나는 게 포스가 장난 아닐 거 같
았지만. 최승현 말을 뚝뚝 자르는 거 보니까 알겠다. 그 누나의 포스. 키스하고 나서도 부끄러움을 당당함으로 승화시키는, 이름
모를 저 누나. 되게 멋있다 ! 얼굴도 예뻤다.
" 아 그런데 난 싫다고요 ! .. 다신 여기 찾아오지 마세요 ! "
" 난 내가 찝은 애들 중에서 싫다고 한 애 너가 처음이야 ! 사실 그래서 더 끌리는 것도 좀 있지만 난 너가 마음에 드는데 .. 대체 내
가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 ! "
" 하아- 그렇게 해서 만난 게 싫어요. 보시다시피 .. 이런 식의 만남이 싫다고요. "
"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단지 너하고 내가 그렇게 해서 만난 것 때문에 이러는 거면. "
" 당신한텐 인연일지 몰라도, 나한텐 상처고 ..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 하아 .. "
만남 ? ! .. 도대체 어떤 만남 이었길래 .. 인연 ? ! .. 상처 ? ! .. 둘이 무슨 사이 ? ! ..
" 내가 다 잊게 해줄게 ! 나 그런 거, 누구보다 더 잘 알잖아 ! ...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 내가 다 받아준다고 너. 너 혼자 아파 하지
마. "
" 그만 가세요 ! "
" 나 니 여자로 있겠다는 거 아니야. 친구로도 안 돼 ? ! "
" 말이 되는 소릴 해요. 누나가 다 보고 있어요. 그만 해 ! "
" 너야말로 제발 양심적인 척 그만 해 ! .. 그만하면 .. 됬잖아 ! "
괴로워 하고 있었다. 최승현. 놈은 대체 무엇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는 걸까. 대체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
. 뭔가 심각하기 한데 .. 왜들 저러는 거지 ? ! ..
' 야 최승현 !! ' 하고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지만 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원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는 다시 살
기가 느껴지는 최승현의 눈빛을 보았다.
이런 ! 모른 척 지나치려 했지만 내가 그곳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들킨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아닌 척 하고 싶었다. 놈이 분명
그런 나를 보았겠지만. 나는 놈을 보지 않은 채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이 그렇게 놈을 지나쳐 걸었다.
최승현은 다시 내가 걸어갔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나를 확 돌려세웠다. 놀라서 놈에게 꽉 잡혀있던 팔을 뺄 세도 없이 놈을
올려다 봤다. 그 살기 .. 나를 노려보는 그 눈빛에 .. 나도 모르게 겁을 집어 삼켰다.
" 너 뭐야 !! "
" ! ! "
놈은 그냥 지나쳐 가려던 나를 다짜고짜 돌려 세우더니 여전히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 너 뭐야 !! ' 라고 말했다. ' 그러는 너
야말로 뭔데 !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 너무나 당연한 듯이. 마치 내가 자기 영역에 불법으로 침입한 사람처럼 ..
그렇게 화를 내고 있었다.
" 어디까지 엿듣고 있었어 ! ? 다 말해 !! 니가 들은 거 다 말하라고 !! "
" 엿들을려고 엿들은 거 아니야 ! 지나가다가 .... 키스하는 거 부터 봤어 ! "
그제서야 나를 꽉 잡고 있던 최승현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 ? 지나가다 볼 수도 있는 거잖아 ! "
" ! 누가 흥분했다 그래 ! .. 하아- "
" .. ! .. "
뒤에서 말 없이 담배를 피워대던 그 누나랑 눈이 마주쳤다. 나를 쳐다보던 눈빛이 상당히 시크했다. 아니 .. 그 시선이 따가웠다 .
. 별로 반기는 눈빛이 아니었다.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꼬와 했다. 아까 최승현하고 있을 때와는 또 딴판이었다.
그 가시방석 같은 곳에서 빠져 나왔다. 상당히 억울했다. 지나가다 본 것 밖에는 한 것이 없는데. 최승현은 지나치게 화를 내고
있었다. 얼마나 뭐 대단한 얘기를 했길래, 내가 알면 안 되는 그런 중요한 일이 뭐길래 .. 그렇게 까지- ... 하아- .
-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침착했어야 했다. 여기서 화를 낸다면 나만 더 우스워지는 꼴이었다. 그렇지만 녀석이 어디까
지 보고 있었는지 다급해져 왔다. 혹시라도 처음부터 여길 보고 있었던 거라면 .. 생각하기도 싫었다 ! 이 시간에 김선이랑 같이 있
지 않고, 혼자 여기는 왜 있는 건지. 김선 집은 이곳을 지나 더 가야하는데, 대체 혼자 이딜 갔다 오는 거지 ?
" 니가 말하던 애가 쟤 맞지 ! ? "
" .. "
" 여자가 봐도 느껴져. 좀 색스럽게 생겼네 ! 흐 .. 주변에 안 붙고 배겨 ? ! 저런 앤 가만 안 두지. 없는 게 더 이상하다. "
" .. 어쨌든 찾아 오지마 .. 이걸로 끝내. "
" .. "
* * *
분명 ..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어. 그냥 얘기를 하는 거였다면. 나한테 그렇게 까지 할 필요 없잖아 ? .. 무언가 들키면 안되기라
도 하는 사람처럼 화들짝 ! .. 덥썩 잡아세우더니 화부터 냈잖아. 이상해- . 뭐 있어. 둘이 뭐 있어. 뭐 있었어 .. ! ..
뭐 있다고 진짜- .
" 권지용 ! .. 밥 안 먹어 ? ! "
" .. 밥 먹어 .. 먹고 있어 .. "
- 밥 먹을 생각은 안하고 정신이 딴 데 가 있다. 녀석은. 녀석이 고민하는 저 표정이 약간 멍 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귀
여워서 가만히 내비두고 있는데도. 녀석의 신경은 온 딴데 가 있다. 도대체 무엇이 녀석의 정신을 뺏어간 것일까. 뭔진 몰라도. 괜
히 질투가 난다.
- 하얀 식탁에, 쌤과 마주보고 앉았다. 쌤은 편하게 입고 있었다. 차콜 트레이닝 바지에 하얀 나시에 자크를 반쯤 올린 진갈색 직
업을 입고 있었다. 물론 나도 편하게 입고 있었다. 회색 트레이닝 바지에 상아색 니트 티 ..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쌤이 애써 손수 한 상 차렸는데 .. 맛있게 먹어야 겠다. 했는데. 아 ~
모르겠다 ! 일단 그 생각은 접자 ! 잠시 접어 두자 ..
쌤이 한 된장찌개를 한 입 떠 먹으니, 맛있다 ! 호박전도 .. 맛있다 ! ...
" 수능 디데이 며칠 남았냐 ? ! "
" 이십 .. 칠일 ? "
" 이십 육일이거등 ! "
" 아, 벌써 하루가 지났구나 .. "
" 이 자식 정신을 어따 두고 있는 거야 ~ "
" .. 미리 말해두겠는데- 인서울은 힘들 거야. 나 너무 놀았잖아. "
" 인서울 까지 안 바래, 내가 무슨 너 과외 선생도 아니고 .. "
" 쌤은 공부 잘해서 좋겠다 ! 그러니까 선생님 됬겠지. "
" 막상 선생님 되고 나니까. 재미 없어 ! .. "
" 뭐야 ~ 선생님이 되가지고 .. "
" 너 앞에서 까지 가식 떨기 싫어서 그런다 ! "
" .. 쌤 ! ... 있잖아 ! .. "
" 응 ? 뭐 ? ! "
쌤은 모르고 있겠지. 최예린이 한 임신은 상상 임신이라는 거 .. 괜히 말했다간 쌤만 더 혼란스러워 질거야 .. 알아봤자 좋을 것두
없고. 괜히 죽은 사람한테서 배신감만 더 들 뿐이겠지 ..
" 너 아까 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 "
" 아 .. 어 ? ! .. 음 .. 아 수능이 가까워 지니까 머리가 좀 혼란스러워서 .. 그런 가봐 .. 하하 "
" .. "
머리가 혼란스럽긴 개뿔 .. 핑계를 되기엔 그것이 적합 .. 눈치 백단인 쌤에게 들킬 까봐 맘이 조마조마 ..
" 권지용 ! "
" 어 ? ! "
" 이젠 .. 26일 뒤에 보자 ! "
" 음 ? ! "
" 너 아무래도 안 되겠다 ! 지금 집에 간다해도 집중 잘 안 되겠지만, 일단 집에 가서 안정을 취해. 최대한 잡생각은 다 버리고. 이
제 진짜 .. 집중해서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훑어봐. 다른 애들도 지금 혼란스럽기는 다 마찬가질 거란 말야. 그러니까, 최대한 집중
해서 마무리 잘 해야지. "
쌤은 ..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 제대로 잘못 짚었다. 지금 내 머릿 속이 진심으로 혼란스러운 건 .. 쌤이 알
지 못했던 진실을 내가 알아서 였었고. 무언가 감추고 있는 최승현과 그 누나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일거다.
쌤이 쌤인 이유는. 아무래도 이러하기 때문일까.
" 너 .. 집에 가다가 중간에 딴데로 세면 죽는다 진짜 ! "
" ! "
" 가서 열공하길 바란다 ! 우리 지용이 화이팅 ! .. "
" 화, 화이팅 .. "
나도 모르게 억지 웃음을 지었다 .. 쌤은 직접 내 오리털 파카를 입혀주고. 내 어께에 가방을 메주고 자신의 목도리까지 둘둘 둘
러주면서 화이팅을 외쳤다. 쌤은 내가 공부 땜에 그러는 줄 안다 ... 이러니까 꼭 아빠 같다 .. 아들 수능 보는 .. 하아 .. 이제와 아
니라고 할 수도 없고. 조만간 쌤 집에 못오게 되다니 ..
쌤 집에서 거의 밥만 먹고 ..쌤은, 내가 딴데로 세면 죽는다고 연신 어름장을 놓더니 26일 뒤에 보자고 했다 ...
* * *
! ! .. ? 지금 몇 시지 ? 핸드폰을 보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밤이다. 밤 .. 책상에는 사회문화 이론이 요약 되어 있는 문제집이 펼
쳐져 있었다. 아 .. 읽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하다가 언제 또 이렇게 잠이 든 건지 .. 얼마나 잔 건지도 모르겠다. 쌤은 이 시간 까지 뭐하고 있었을 까. 쌤이야 말로 딴데로
세는 게 아니었을까. 내가 쌤 마누라 되는 양 확인 전화나 넣어봐야 겠다.
" 에이 뭐야 ~ 통화중이잖아. "
- 이 녀석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확인 전화 해봤더니 .. 통화중이다. 이 시간에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하고 있는 거야 ~
정말 .. 혹시 딴데로 세는 중 ? ! !
- 아 이 시간에 쌤은 누구랑 통화 중인 거야 ~ 진짜 .. 자기가 딴데로 세고 있는 거 아니야 ? .. ! !
- 아니다. 내 생각이 짧았어 .. 애를 보내는 게 아니었나 ? ..
- 쌤이 보내도 그냥 안 간다고 뻐길 걸 그랬나 ..
-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
" ! ! 여보세요 ? ! "
" [ 권지용씨 핸드폰 맞나여 ? ! ] "
" 네. 근데 누구시죠 ? "
" [ 아까 아침에 봤는데, 나 몰라여 ? ! ] "
" 아까 아침에 누구 .. ? ! 아 ! .. "
" [ 여기 J 호프 거든여. 최승현 여기 골아떨어졌으니까 와서 찾아가여.] "
" 네 ? ! ! .. 아니 제가 왜- "
" [ 술 먹고 나서 부터 계속 권지용 권지용 거리는데, 본인이 와야 해결될 거 같네요. 그럼 전 이만 ! ] "
" 아 저기 !! .. "
- 뚝 ..
이런 ! 내가 와서 찾아가라니 ! 전화는 왜 또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뚝 끊는 거야 진짜 ! .. 나는 최승현하고 친한 사이도 아
닌데. 내가 걜 어떻게 데리고 오냐구 .. 아 정말 .. 그렇다고 최승현이랑 친한 애들 번호를 내가 아는 것도 아니고 ..
일단 일 커지기 전에 얼른 최승현을 집 앞 까지 데려다 놓아야 겠다 !
* * *
" ! 여기 ! .. "
그 누나가 손짓한 곳으로 걸어갔다.
" 어 ! ? .. 권지용이다 ! .. "
최승현은 나를 검지로 가리키며 실 없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 테이블에 엎드려 버렸다. 그 누나는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 아깐 오해 하지마. 최승현 저게 예민해 있어서 불똥이 너한테로 튄 것 뿐이니까. "
" 무슨 .. 오해여 ? "
" .. 뭐든 ! .. "
" 최승현한테, 무슨 일 있나여 ? "
" 아니 ! 없어 ... 아무런 일도 없어. 그러니까 하아 .. 니가 애 좀 데려다 줘. 먼저 계산하러 일어날게. 최승현 좀 부탁해. "
" 왜 하필 .... 저예요 ! ? "
그 누나가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나는 구지 이 자리에 나를 왜 불렀는지 알고 싶었다. 이제껏 그냥 이란 건 없었다. 분명 날 안 좋
게 봐왔을 게 뻔했다. 그런데 날 왜- .. 최승현하고 다시 붙게 만드는 지를 모르겠다.
" 계속 너 찾잖아 ! 최승현 저 새끼가 너만 찾는데. 너한테 무슨 할 얘기라도 있으신 모양이지. "
그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승현은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어떻게든 놈을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검은 스키니 진을 입고 심플한 반스- 자주빛 운동화를 신은 최승현 .. 검은 셔츠 차림으로 테이블에 고꾸라져 있는 놈을 쳐다봤
다. 밖에는 추우니 놈을 데리고 나갈려면 잠바를 입혀야 했다. 한 쪽 의자에 나둔 남색 잠바를 한 번 쳐다보고서 다시 놈을 봤다.
.. 억지로 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쌤은 수능 어쩌고 나를 보낸답치고 나에게 잠바를 입혔는데. 나는 최승현한테 감기 걸릴 까봐
잠바를 입혀주고 있었다. 이게 진짜 무슨 상황인지 .. 입기 싫다고 떼를 쓰는 최승현을 뒤로 한 채- 나 때문에 최승현이 감기라도
걸리면 .. 그 누나가 나를 가만 둘 것 같지가 않다.
술에 취해서 인지 자기 의사가 분명하지 못했다. 떼를 쓰다가도 그냥 입혀주는 대로 입는 것 같다가도 덥다며 또 벗으려고 했다.
" .. 더워 .. 덥다 .. "
" ! 안 돼 ! 벗지마 ! "
" ... 나 더운데 .. "
" 안돼 안돼 .. "
벗을라 치는 것을 애써 최승현 팔을 잡고 ' 안돼 안돼 ' 거렸다. 나 지금 애랑 뭐하는 짓이지 ? ... 나 참 .. 놈이 또 이렇게 애가 되
는 모습은 처음 본다. 아 ~ 적응 안돼 ..
아 .. 거 참 되게 적응 안되네 ..
" 아, 좀 가자고 ! "
" .. "
다행히 놈은 내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쫓아와 주었다. 오랜만이다. 애가 이렇게 또 내 말을 잘 듣는 건 .. 처음인가 ? ! 고분고분 ..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와 주는 게 ..
" .. 아이 야이 .. 야 .. "
" 어 ? ! 뭐라고 ? ! .. "
" .. "
" ... "
뭐라고 계속 말하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또 내가 물어보면 .. 조용 ~ 하다. 무슨 반응이 그래 .. 그냥 혼자 중얼중얼 거
리는 듯싶다. 아무 뜻도 없이. 술 깨면 기억하고 있을 라나 .. 기억난다해도 모르는 척 할 것이다. 쪽팔려서 .. 오늘 따라 최승현 집
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 근데 .. 대체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 ? ! .. 도통 놈의 말 뜻을 모르겠다.
진짜 아무 뜻 없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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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ㅠ ..
13편 ..
풀어가기가 되게 어렵게 느껴지네요 ㅠ
늦지 않게 달려오기 위해서 이번 편도 올리구 갑니당 ! ^ ^ "
14편에서 만나용 !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