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 하늘에 석가와 미륵이 살았다.하루는 인간세상을 위하여 누가 먼저 갈것인지 내기를 하였다.내기 방법은 선정에 들어 자기 무릎위에 모란꽃이 먼저 피어난 사람이 인간세상을 가기로 하였다.석가가 한쪽눈을 살짝 뜨고 보니 미륵의 무릎에 모란이 피어나고 있었다.
인간세상에 먼저 가고 싶은 석가는 모란꽃을 슬쩍하여 자기 무릎에 꼽고 인간세상에 오게 되었다.그래서 석가의 세상에는 도둑놈과 사기꾼이 많다고 한다.미래에 미륵세상이 오면 도둑놈도 사기꾼도 독재자도 모두 제도받아 선인이 되어 살기좋은 세상이 온다.
우리 무속이 전해주는 석가와 미륵의 흥미로운 이야기이다.석가는 하늘에서 시준이란 벼슬을 살다왔기 때문에 인간세상에 와서 시준님으로 불린다.세존을 무속표현으로 시준이라 부른다.
시준님은 하늘 나라에 살다가 내려와 서천 개비랑국에 태자의 몸으로 태어났다.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속세에 염증을 느껴 황금산에 들어가서 풍류를 즐긴다.6년간 도를 닦고 깨달음을 얻어 산을 내려오니 행색은 거지꼴인데 얼굴이 환하고 후광이 비쳤다.시준님을 한번만 보면 사람들이 따랏다.인기짱이었다.카필라국은 개비랑국이 되고 설산은 황금산으로 세존은 시준님으로 바뀌었다.
이 세상 저 세상을 두루 다니던 시준님의 발걸음이 해동조선에 이르렀다.해동제일의 미녀가 당금애기라는 소문을 듣고 그녀를 꼬시기로 마음먹고 집을 찾아 갔다.그날 당금애기 집에는 부모님은 유랑가시고 아홉명이나 되는 오빠들은 출타중이었다.
시준님은 문앞에서 목탁치며 구성지게 염불하며 큰소리로 외쳤다.ᆢ서천땅 금불암 화주승이 당금애기께 시주를 청하나이다.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청아하여 대문을 내다보니 키가 크고 환한 청년이 있었다.
스님.어떤쌀을 드릴까요.? 아버지 먹던 쌀을 드릴까요? 그 쌀은 누린내가 나서 안되겠소이다.그럼 어머님 쌀을 드릴까요? 그 쌀은 비린내가 나서 안되겠소.그러면 오빠들 쌀을 드릴까요.? 그 쌀은 땀내가 나서 싫소.당금애기씨가 먹던 쌀을 손수 퍼다 주시오.
탁발승 주제에 뻔뻔하고 당당함이 말할수 없었지만 당금애기는 시준님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당금애기는 자기 쌀통에서 정성껏 쌀을 퍼서 시준님의 바랑에 담았다.그 순간 바랑의 바닥이 터지면서 공양미가 땅바닥으로 쏟아 졌다.당금애기 깜짝 놀라 빗자루 들고와서 쓸어 담으려 하는데 시준님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ᆢ부처님께 올릴 마지쌀인데 빗자루로 쓸어 담으면 되겠소.저 버들가지로 젓가락을 만들어 한톨씩 주워 담으시오.시준님의 마력에 빠진듯 당금애기는 젖가락으로 쌀 한알씩 주워 담았다.마지막 세 알은 시준님이 입에 넣어 줘서 그대로 삼켰다.쌀 한톤씩 젖가락으로 줍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말았다.
해가 넘어 갔으니 오늘은 이 집에서 쉬어가야 되겠소.당금애기도 싫지는 않았다.시준님은 아버지방은 누린내.어머니방은 비린내.오빠방은 땀내가 나서 잘수 없으니 당금애기 방에 병풍을 치고 함께 자게 되었다.잠들지 못하고 뒤척 거리는 당금애기를 시준님은 주문을 외워 금방 잠들게 하였다.
잠에 빠진 당금애기는 꿈을 꾼다.오른 어깨에 달이 보이고 왼쪽 어깨에 해가 보이는 귀한 사람이 구슬을 세개 건네 준다.
광채나는 구슬 세개를 받아 황홀하게 들여다 보다가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잠에서 깬 당금애기는 시준님을 깨우면서 꿈얘기를 하였다.
얘기를 묵묵히 듣고난 시준님은 말했다.이제 곧 아기를 나을 꿈이니 부디 잘 키우시오.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