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태릉천주교회사태(성당내 봉안납골당설치 주민반대투쟁)를 목도하면서... (수요사제모임 성명서)
우리, 일선 현장사목의 사제 몇몇은 심히 우려스러운 태릉성당사태 상황을 인지하면서 깊은 우려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교회가 이제라도 복음의 정신에 입각하여 올바른 판단 과 선택을 하게 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몇 차례 모임을 비밀리에 갖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교회 책임구성원의 한 사람들로서 교회의 선택을 존중하고 교회입장에서 교회의 결정을 십분 이해하려 애써왔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반대와 저항이 교회가 말하듯이 지역이기주의의 한 형태이기를 내심 솔직히 바라기까지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비밀리에 답사확인하고, 비록 정보취득의 한계는 있었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정보들을 입수하고 세밀하게 검토의논을 거친 결과. 우리들은 믿을 수 없는, 교회당국의 결정, 판단, 사실들에 대하여 상당히 놀라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우리 교회가, 이윤추구만을 그 목적으로 하는 일부 악덕재벌기업체만도 못한 행동을 서슴없이 결정하고 이렇게까지 행동해 올 수 있었는지 태릉성당 측에 서울대교구에 서글픔과 함께 깊은 분노마저 일었습니다.
교회는 어떠한 일을 하던지 그 행위에 있어서 그 시작부터 끝까지 교회다워야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명백하게 부끄럽고 참담한 현실 앞에서, 오늘의 현실을 성찰하게 위하여 성서구절을 인용하고 교회의 가르침, 공의회문헌을 인용하는 것조차가 어쩌면 더 부끄러운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 판단하여 그저 담담하게 우리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로 우리들은 뜻을 모았습니다.
이렇게도 황당한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 세상 사람들의 항의에 일체 모르쇠하면서 뻔뻔스럽게 진행되고, 진행되어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도 그동안 지금 여기까지 단 한번도 교회의 누구도 반대 저항하는 주민들 앞에 공식적으로 당당히 나서서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이야기한 적도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고통받고 계시는 주민들의 항의와 저항을 지역이기주의로만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현실. 이것은 정녕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사려깊은 일반신자 교우 분들마저도 천주교신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해지는 참담한 사태입니다.
처음부터,(비록 태릉성당 공동체의 건립에서부터 발생한 50억 운운의 부채문제 등을 고려할때, 어쩌면 궁여지책의 한 방법으로 시작되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겠지만) 주변 공동체 주민들의 반대저항을 충분히 예측했으면서도 충분히 거쳤어야 할 기본적인 논의조차 일체 방기하고, 또 주민들의 의혹제기를 철저히 기망해가면서까지 진행한 사업추진, 노원구청 측의 공문서 질의에 본당신부가 명확하게 그러한 계획사업은 없다고, 또 없을 것이라고까지 거짓증언하는 회신 공식문서, 특히 주민대표단의 문제해결을 위한 천주교 측과의 면담요청이 번번히 교회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무시되어온 상황, 공동체 신자간의 찬반양론에 따른 내부갈등 문건, 객관적으로 소송 고소고발건 문건 등등만을 고려한다하여도...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없는 현실이 교회 안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서울대교구 한복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그리스도인의 양심으로라도 묵과할 수 없기에 이렇게라도 의견을 개진하기에 이른 것임을 밝힙니다.
우리 교회는 사업추진의 시초부터 수단과 과정에서 요구되는 도덕성을 상실한 심각한 과오를 범하여왔습니다. 우리 교회측의 현격한 도덕성의 결여, 정당성의 결여, 공동선의 추구에 대한 기본적 자세결여, 그 어떠한 것으로도 작금의 사태를 달리 변명할 길이 없다 하겠습니다.
이에 우리 한국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는 몇몇 사제들은,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비추어, 전체교회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태릉성당 측에 그리고 또한 최종 책임 결정권자일 수 있는 교구 장상분들께 이 사업은 어떠한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고서라도 지체없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밝히는 바입니다. 한국천주교회 전체가 백성들의 원성과 비난, 바로 그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심히 두렵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최근들어 더더욱, 교회 안팍의 불미스런 잡음들이 여기저기에서 백성들의 원성으로 들려옵니다. 어쩌다 우리 교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되었나 개탄도 해봅니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나서서 책임지는 이도 없고,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해주는 이도 더더 없는 캄캄한 한국천주교회의 비통한 현실을 봅니다.
이미, 오늘 여기까지만도, 태릉성당의 사태는 한국천주교회에 씻을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우리가 경계하고 경계해야 할, 종교권력의 횡포를 우리 교회가 오히려 거꾸로 백성들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는 현실의 슬픔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박해받던 교회가 박해하는 교회로 거꾸로 둔갑된 기막힌 현실을 봅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일선 사제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강력히 호소합니다. 즉각 사업을 중단하고, 그 동안 이러한 불미스런 사태로 고통을 준 지역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죄하십시오. '힘으로 밀어부친다'는 것이 교회의 방식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할말을 잃게하고 서글플 뿐입니다. 이것은 이미 우리 스스로 교회임을, 교회됨을, 교회의 사람됨을 포기한 비난받아 마땅할 행동입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우리들의 주님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오히려 거꾸로 능멸하는 작태라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정법에 호소하여서까지라도 그 정당성을 어떻게든 보지하려는 교회의 모습은 추잡한 작태에 불과합니다. 거칠게 표현하여 교회의 사람됨을 온전히 망각한 만행이라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이렇게 행동하면서 지역교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이렇게 행동하면서 세상의 스승은 되지 못할지언정, 세상의 다정한 이웃형제라도 될 수 있겠습니까.
교회가 경찰의 보호요청을 받아야만하고, 주민들의 항의에 둘러싸인 채 안으로 문을 걸어잠그고 꼭꼭 숨어야만 하는 현실, 주민들에게 포위되어 게토(ghetto)가 된 교회현실, 어쩌면 오늘의 한국천주교회가 지금처럼 통계치 숫자에만 연연하고 대형화 세력화 신자배가운동만을 골몰한다면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될 앞으로 그려가게 될 풍경화인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실로 뿌리깊은 중병을 확인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난한 이들 힘없는 이들의 고통이 이리도 깊은 시대에, "괴물이 되어버린 한국천주교회"를 확인합니다. 사려깊은 사제들이 교회 안에서 소리없이 고통합니다. 소리없이 번민에 빠지고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2002년에 이미 "한국카톨릭교회해체선언(금구요한)"이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 게시판에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애써 어떻게 해서라도 부인하고 싶었지만 그 현실은 지금까지도 조금도 부인되지 않았습니다. "권력화된 한국교회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습니다. 개신교 일각에서는 "탈교회목사,그리스도인운동(교회없이 그리스도인으로살가가기운동)"이 설득력을 얻고 도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길잃은 양들"은 오히려, 교회현실에 실망하여 교회를 등지고 살아가는 신자 분들이 아니라, 신심깊다는 교회의 사람들,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 주교님 신부님들은 아닌지 거꾸로까지 되묻게되는 비통한 현실입니다. 정녕 교구마다 부르짖는 "복음화"가 진정한 의미의 참된 복음화인지 신자화, 신자만들어 세불리기 운동인지까지 되묻게되는 참으로 회의적인 현실입니다.
세상으로부터 교회는 오히려 가르침을 받아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도 모릅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태릉성당사태"를 보면서 우리들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슬픈 감회입니다.
이 사태를 목도하면서, 그간 치루어야만 했을, 또 앞으로도 교회가 회개 참회하지 않는다면 감당해야 할 많은 주민 여러분들의 깊은 분노와 고통에 깊은 위로를 표합니다. 저희 한국천주교회의 만행으로 고통받고 계시는 많은 주민 여러분들께, 저희들이라도 이렇게 대신 엎드려, 한국천주교회의 횡포와 오만방자함을 무릎꿇고 용서청합니다. 무릎꿇고 용서청합니다.
다시한번 우리들은 강력히 호소합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우리 일선 사제들 몇몇은 비록 소수이지만 강력히 호소합니다. 즉각 사업을 중단하고, 그 동안 이러한 불미스런 사태로 고통을 준 지역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진심으로 사죄하고 그분들을 따뜻하게 위로하십시오. 이것이 교회가 진정 교회로 사는 유일의 길입니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주인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25:10~13)
2007년 8월31일
한국천주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는 수요사제모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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