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한 공부 - 이런 영화 왜 보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사람들을 위해
21세기는 우리 인류에 대한 큰 도전이자 시련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와 인셉션을 감동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개봉을 기다렸다가 보았다.
-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1035코드. 띠동갑인 이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마흔다섯, 그 나이에 나는...
나는 영화 <메멘토>로 놀런을 처음 만났다. 그때 그의 창의성에 깜짝 놀랐다. 내가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면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 청년을 보고 한숨을 쉬며 한 적이 있다. 내가 문예창작과에 다닐 때에는 소설이 잘 안되는 친구들이 드라마나 희곡, 시나리오로 진출했는데, 오늘날에는 재주가 더 뛰어난 학생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수십 년 전 옛날 이야기니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들 마음 상하지 않기 바란다.)
이 영화 <인터스텔라>는 사실 놀런의 동생인 조너선 놀런의 시나리오와 기획에서 나온 것이다. 애초 다른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려던 것인데, 스필버그가 하차하고 대신 크리스토퍼가 메가폰을 잡은 것이다. 스필버그가 만들었다면 이런 깊이는 없었으리라고 장담한다. 스필버그도 위대한 영화감독이지만 <메멘토> <인셉션>으로 이어지는 크리스토퍼의 <깊이>와는 매우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3시간이나 되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너무 시간이 빨리 흘러 안타까워했다. 그런 반면 엉덩이를 이리저리 돌리며 지루해한 관객도 굉장히 많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런 영화를 왜 보는 거야!" 하면서 애인에게 투정부리는 아가씨를 눈앞에서 보았다. 그런 아가씨를 위해 내가 이 글을 쓰기는 하지만, 좀 더 수준이 있는 독자들이 <인터스텔라>를 감상했으면 좋겠다. 소설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영상미학이 있다.
그럼 줄거리를 다 말할 수는 없고, 몇 가지 기본 개념을 적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스물세 살난 내 딸도 처음 제 엄마와 둘이 보고 와서 툴툴거리더니 내가 다시 데리고 가 두번째 보이니까 제법 재미를 느끼는 것같았다. 약간 설명을 해주었을 뿐인데 스토리를 곧잘 이해 했다. 그래서 용기를 갖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 인터스텔라((Interstellar) ; 별과 별 사이란 뜻이다. 한자로는 星間이라고 적는다. '아득하게 먼 거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 주요 등장인물
요셉 쿠퍼(Joseph Cooper) - 매튜 매커너히
쿠퍼의 딸. 어릴 적부터 자신의 방에서 중력이상 현상을 발견한다. 아버지 쿠퍼가 탐사를 떠난 후 존 브랜드 박사가 거두어서 교육한 끝에 물리학자로 나사로 프로젝트의 중책을 이어받는다.
도널드(Donald) - 존 리스고
쿠퍼의 아내인 딸이 병으로 죽은 뒤에 사위와 외손주들과 산다. 쿠퍼가 떠난 후에 쿠퍼 대신 외손주들인 톰, 머피를 키우다 늙어 사망한다.
아멜리아 브랜드(Amelia Brand) - 앤 해서웨이
존 브랜드 박사의 딸, 우주과학자이다. 도일, 쿠퍼, 로밀리와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웜홀을 넘어 간다. <레미제라블>의 팡핀 역을 맡았던 그 배우다. <레미제라블,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나>
존 브랜드(John Brand) - 마이클 케인 NASA의 연구책임자로 블랙홀 관련 연구를 했다. 본인은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플랜A를 이용해 파일럿들을 속여가며 플랜B를 하려고 했지만 죽기 전에 거짓말을 한 것을 후회한다.
인듀어런스 호의 로봇, 성격은 냉소적이나 유머감각이 75%로 나중에는 60%로 하향당할 정도로 풍부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위해 종사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서 정이 많은 성격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에도 쿠퍼와 함께 블랙홀에 들어가며 토성 궤도 근처에서 발견된다.
케이스(Case) - 조시 스튜어트(Josh Stewart) 타스와 같은 기종의 로봇이나 과묵한 편이다. 타스와 인듀어런스 4인방과 달리 미리 인듀어런스 호 내에서 대기 중이었다.
- 영화 촬영지 : 설마 우주에 나가 찍었으리라고 믿는 관객은 없겠지. 아이슬란드다.
- 웜홀(wormhole) ; 킵 손이라는 사람이 주장한 이론이다. 먼 우주로 가는 지름길 통로다. 한반도를 구부리면 부산과 서울이 머리 위에 맞닿을 수 있다. 그때 부산과 서울 사이에 웜홀이 형성되면 몇 걸음만에 갈 수 있다. 번역하면 '벌레구멍'인데, 지구를 관통하는 웜홀 개념을 사과 파먹는 벌레로 비유해서 이런 용어가 나왔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가설은 아니다.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가능성이 제기된 가상의 개념이다.
- 블랙홀(black hole) ; 웜홀과 달리 실존하는 개념이다. 거대 항성이 중력붕괴 현상을 일으켜 고도로 압축되었을 때 나타나는 엄청난 중력지대를 가리킨다. 이 중력이 너무 강해 빛마저 빨아들인다.
- 우리 은하 내부의 블랙홀 상상도. 이 블랙홀이 가진 엄청난 중력으로 우리 은하가 흩어지지 않고 궤도를 안전하게 돌고 있다. 태양계도 이 블랙홀을 중심으로 궤도를 돈다.
- 특수상대성 이론 ;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물체는 정지해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했지만 갈릴레이는 정지 상태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상대성 이론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물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움직이는 두 사람이 상대방을 바라볼 때 생기는 속도 차이를 상대속도라 한다. 상대속도가 일정한 경우가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시간은 단지 사건이 일어난 순서가 아니다. 정지해 있는 사람과 움직이고 있는 사람 사이에 서로 사건의 순서가 달라진다. 즉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순서와 시간을 이야기할 때 그 사건을 누가 관측하고 있느냐를 지정하지 않으면 시간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이렇게 각각 볼 수 있다.
즉,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측정하는 기준 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물리량이다.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개념이다.(http://misfits.kr/3528 자료)
- 일반상대성 이론 ; 특수상대성 이론은 일정한 속도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두 물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론에서 다루는 일정한 상대속도의 제한을 없애고 이를 일반화한 것이다. 상대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수 조건이 사라지면 가속도가 생긴다.
중력은 일정한 가속도 운동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예이다. 중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대 가속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대 가속도에서 출발해 일반 상대론과 중력이론을 만들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4차원 시공간(민코프스키 공간)을 도입하여 시간과 공간을 동일한 물리량으로 다룰 수 있었다. E=mc2 공식은 대부분 알겠지만 물질과 에너지 역시 동일한 물리량을 취급할 수 있다.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 4가지의 서로 다른 물리량을 동일한 물리량으로 보고 각각이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서로 변환될 수 있는 상대적인 물리량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출발이다.
중력이라는 힘을 미치는 중력장 내의 에너지는 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중력에 의해 휘어져 있고 시간도 중력에 의해 느리게 간다. 공간이 휘어진 정도(곡률)가 물질의 질량을 결정하고, 그 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한다. 하나의 운동 법칙이 모든 시공간에 똑같이 적용되려면, 중력을 받는 시공간은 휘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운동 법칙의 절대성을 고수하기 위해 시공간에 상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가속 운동을 하는 물체 혹은 중력장에 영향을 받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http://misfits.kr/3528 자료)
- 5차원 ; 주인공 쿠퍼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블랙홀 속 공간을 영화에서는 5차원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상상의 개념이다. 3차원이 우리의 세계라면 4차원은 시간이 자유로운 세계이고, 5차원은 시간, 에너지, 공간, 물질 등이 자유로운 세계를 가리키지만 실제로 이론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라 영화용 설정이다. 그러나 이런 개념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멸망해가는 지구 ; 이 영화의 가장 큰 허점이다. 왜 지구가 망해가는지 설명이 대단히 부족하다. 작물이 다 죽어가고 옥수수만 남는데 그 이유가 잘 설명돼 있지 않다. 영화가 아니라 소설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영화가 편하긴 하다. 무조건 영상으로 보여주면 되니까. 아무리 황사가 심해도 물도 잘 나오고, 전기도 잘 들어오는데 뭐가 망해가는지 논리적인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냥 망한다니까 망하는 거로 봐줄 수밖에 없다. 나중에 주인공 쿠퍼의 딸이 지구를 구하는 것도 어떻게 구했는지 역시 설명을 못한다. 그냥 구했다니까 구한 것으로 믿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영화 몰입도를 방해하지는 않는 정도다.
- 인터스텔라에 자주 나오는 시 전편 감상 웨일스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 1914-1953)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위해 쓴 시이다. 요약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죽음이 다가왔을때 죽음과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지혜로운 자도 그리 했고, 선한 자들도 그리했으며, 나의 아버지도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란 의미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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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타이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타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