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많은 수의 중국음식점이 있습니다. 가격과 만족도는 천차만별인데 사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일 필요한 '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솜씨를 분위기 있는 곳에서 즐길' 집은 그리 많지가 않죠.
21세기에 들어서며 강남쪽에도 적당한 가격으로 만족도 높은 음식과 좋은 분위기를 갖춘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중 압구정동의 화교 중국식당 [목란]이 있었습니다.
쫄깃한 면발의 국수류, 공력있는 솜씨의 튀김류들도 좋았지만 만원대 초반에서 시작하는 코스메뉴도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며 단골들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봄에 문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높아 가는 임대료와 운영의 어려움으로 사업을 접고 광화문(정확히는 서대문에 가까운)에 있던 분점이 본점역활을 하게 되었는데...
압구정점은 오너쉐프(운영자이며 주방장)인 남자 사장님이, 광화문점은 부인께서 운영을 해 오다 합치게 되어 광화문 목란의 솜씨가 전보다 한결 나아지고 압구정점에서 내던 맛을 계속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가 보는데...
강북삼성병원 주차장쪽 오르막길을 백여미터 오르다 보면 우측에 교육청이 나타나고..
그 맞은 편으로 작은 골목길이 보이며 그 안에 목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진 중앙에 간판이 보이죠.
내려서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됩니다. 차량진입도 가능.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사용.
앞에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골목의 더 안쪽으로는 한정식집들이 보이고..
분위기 있죠. 목란은 아시다시피 꽃 이름이고 중국어로는 뮬란입니다. 디즈니 만화의 제목으로도 알려 진..
1층.
1층 한쪽에 예약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취미를 같이 하는 분들로 십여분을 모셔 봤고 주최자이니 제일 먼저 가서 업소측과 메뉴를 짜 봅니다.
중국음식도 와인과 잘 어울리죠. 자극적인 맛이니 바디감 있는 종류가...
산미가 강한 것들도 어울립니다.
이 집 맛의 근원인 이연복 사장. 화교이고 1992년 단교 전 까지의 자유중국(대만) 대사관 최연소 주방장으로 지내다 철수와 함께 중식집을 한국과 일본에서 운영해 오던 분입니다. 전문잡지에 기고도 해오고 요리의 개발에도 노력하는 등 음식에 대한 열의와 지식을 갖춘 분이죠. 연세에 비해 동안이고 온화한 인상이십니다.
예전에 잡지에 실렸던 관련 기사를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
촬영을 위해 모신 것은 아니고... 이날의 메뉴를 상의 드릴 겸해서 이야기 나누다...
송화단(오리알 삮힌 것)으로 시작합니다.
홍콩식 죽을 먹을 때 부숴 넣어도 좋죠.
바로 튀겨 바삭따끈한 춘권..
사장님 추천으로 처음 먹어 본 군만두. 직접 만들죠.
절반만 기름에 잠기게 튀겨내서 바삭함과 졸깃함을 동시에 맛 볼 수 있습니다.
추천할만 합니다.
메뉴에는 없고 서비스로 나온 돼지껍질 무침.
돼지껍질의 부드러운 부분을 졸여 푸딩 처럼 만든 후 짭짤매콤하게 무친 냉채. 술안주로 좋군요.
국물이 흥건하지 않은 누룽지탕.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전복스러운 소라살도 보이죠.
이제 본격적인 메인요리를 먹어 봅니다. 사진이 많아 나눠 올려야겠으니 보실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집의 대표메뉴로 닭요리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두 가지가 저에게는 최고의 만족도를 보여줍니다.
화이트발란스가 어긋나 너무 누렇게 나왔는데... 유린기. 닭을 옷 입혀 튀겨 산뜻하고 매콤한 소스를 뿌려 내왔습니다.
이 집의 튀김공력은 시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이죠. 그래서 메뉴 중 튀김 종류를 주문하면 대부분 성공합니다.
위와 같은 튀김에 매콤한 소스를 끼얹어 내왔습니다. 메뉴 이름도 '매운소스의 닭고기'
둘 다 높지않은 가격에 양도 적잖으니 여럿이 갔을 경우 필수주문 품목 되겠습니다.
미리 예약해야만 맛 볼 수 있는 동파육. 메뉴판에는 없습니다.
동파육(東坡肉)은 중국 절강성 항주지역 별미로서 이백(李白),두보(杜甫)와 함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로 유명한 문장가 소동파(蘇東坡)의 항주 태수시절, 요리하기를 즐겼던 그가 만들어 낸 홍소육을 맛본 사람들이 맛에 감탄하여 그의 이름을 붙여 동파육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만들어진 시초는 그 보다 앞서 소동파가 호복성 황주에 유배되었던 시절 술안주로 만들기 시작했던 때라고 합니다. 동파육의 고향은 황주이고 이름을 얻은 것은 항주.
껍질 붙은 삼겹살을 삶고나서 한번 튀겨낸 후 소스에 졸이는 시간과 손 많이 가는 요리로서 입안에서 녹아 내리는 비계와 쫄깃한 살코기가 조화로우며 고소하게 밴 양념간도 매력적이죠.
참고로 예약 없이 주문해서 바로 나오는 다른 중국집들의 동파육은 대부분 중국산 통조림이거나 미리 만들어 얼려 둔 것을 덥혀 내는 것이라 맛이 뻔합니다.
술 한 잔 들이키고 동파육 한 점 입안에 넣어 주면 소동파가 항주 유배시절 삼국지 적벽대전의 무대가 된 적벽과 같은 이름의 계곡에 밤 뱃놀이를 나갔다 지은 적벽부(赤壁賦)의 한 대목이 아련히 들려오는 듯 합니다. (진짜로? -..-;;)
인원이 맞는다면 꼭 시켜서 드셔 보길.. 예약필수.
이 집의 탕수육 아주 휼륭합니다.
소스에 미리 비벼져 나오지만 바삭함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사진 처럼 소스와 튀김을 따로 달라 해서 드시기 직전에 비비거나 소스를 찍어 드시길 권합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튀김옷이 좀 단단한 것 아니냐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경장육사. 파채가 깔려 나오죠.
일반적으로 꽃빵에 싸서 먹는데 이날은 채소류로 밀전병쌈을 싸 먹어봅니다.
겉 보기는 베이징카오야(북경오리구이)와 비슷하죠.
여름철 한시메뉴인 중국식 냉면도 잘합니다. 그냥 땅콩잼을 얹어내는 시중의 것들과는 격을 달리하고..
매우 쫄깃한 면발이 좋습니다.
짬뽕 또한 추천메뉴.
후식으로 호박 시미로.
물론 모든 메뉴가 다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만 대부분 기본 이상 하며 튀김종류의 공력이 뛰어나고 면류의 솜씨도 좋은데 가격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니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1만5천원 부터 시작하는 코스요리들의 구성도 적은 인원으로 방문시에는 요긴합니다. 인당 2만원 이상의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와인 코키지를 받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그렇다 해도 업소 주류를 시켜 드시는 것은 문화인의 기본예의죠.
압구정동점을 운영하며 체력이 상하셔서 당분간 주중에만 영업하고 토,일요일은 쉰다고 해서 거리가 먼 분들께는 방문기회가 쉽지 않은데 12월 부터는 토요일도 영업키로 방침을 세웠다니 걸어 갈 거리의 서울역사박물관 주말 나들이를 마치고 들려보면 좋겠죠. 큰길 건너에 영화관도 있고 식당 분위기도 좋으니 데이트용으로 엮어도 좋고.. 압구정점 폐점을 아쉬워 하던 분들께도 좋은 소식이 될 듯..
주인은 카운터만 지키는 업소와 직접 요리까지 만들어 내는 업소는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지난 몇년 사이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일식집 기꾸, 이태리식당 그란구스또, 횟집 막내회센타 등이 대표적인데 다들 주인이 재료사입 부터 조리 까지를 직접 챙기기에 항시 고른 솜씨를 내어 안정적인 운영과 명성획득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본에 맛집들이 많은 이유도 이 오너쉐프 체제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죠. 한국도 그 태생단계이기는 합니다만 차츰 이런 곳들이 많아져서 외식문화 발전에 보탬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일간지에 뜨는 식당 프랜차이즈사업 광고에서 [주방장 필요 없음, 조리 필요 없는 반가공 상태로 일체 공급, 데우기만 하세요!]라는 문구를 보면... 생각나는게 많습니다. 남의 돈 벌기라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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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국역에 있는 [뮬란]이라는 중국식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착오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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