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KBS에서 방영된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한국교회는 위기인가’를 시청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의 방영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방영 중지를 강력하게 요청했었고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수천명의 기독교인들이 방송 철회 촉구대회를 가진 바 있다.
한국 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인 한기총이 사흘이나 시위를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 교회가 이 나라를 위해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폄훼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초반부터 KBS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국 교회의 상황을 다루었다. 그러나 대형교회를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놀랐다.
KBS는 이번 방송에서 한국 개신교 선교 120년을 조명하기 위해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교회의 고민과 문제점을 다룬다는 다소 거창한 홍보를 했다. 하지만 그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일부 인사들의 인터뷰 짜맞추기로 일관했다.
먼저 한국 대형교회들이 펼쳐온 아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부분은 전혀 다루지 않은 채 일부 지엽적인 문제를 극대화하는 오류를 범했다. 마치 대형교회들이 모두 큰 문제가 있는 양 보도한 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교회는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파한다. 그 어느 것이 옳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작은 교회가 아름답고 큰 교회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는가?
KBS는 특정 대형교회를 비롯해 한국 교회의 여러 모습을 비판했다. 물론 교회가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할 점도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의 배후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방송을 보면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대교회가 한국 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교회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 온갖 가난과 고난을 무릅쓰고 묵묵히 목회하는 교역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가? 우리 교단만 하더라도 2000여개의 교회 중 1000여곳이 미자립교회다. 교역자의 보수는 근로자의 기초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교회가 어떻게 사회봉사,사회구제를 할 여유가 있는가? 사회 구제를 하지 않고 봉사를 하지 않는 교회는 쓸모없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염려스럽다.
둘째,KBS는 대형교회의 공과를 공정하게 다루어야 했다. 대교회가 얼마나 잘한 일이 많은가. 탈북민,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누가 수용했는가. 한 교회가 심장병 어린이 수천명을 무료로 수술해준 사실을 알고 있는가. 보건복지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보육원 양로원 등을 거의 기독교 단체가 운영해왔다. 그러나 왜 이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는가.
셋째,인터뷰 대상은 대부분 목회자가 아니었다. 목회를 끝낸 원로 목사나 또는 신학교에서 월급을 받고 가르치는 교수였다. 이들은 목회의 어려움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교회가 커서 문제라는 것은 현장성이 결여된 이론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공영방송으로부터 일방적 공격을 당할 이유는 없다. 도대체 한국방송공사가 무슨 자격으로 한국 교회를 공격하는가? 심히 우려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상황이다.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KBS는 국민의 대화합과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지금은 정죄하는 일보다 화합하는 일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