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재원을 국가가 의료기관 개설자보다 많이 부담, 최대 80대20의 비율로 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대50 재원부담 비율은 확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정부 내 변화가 감지되면서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재원에 대해 정부 내에서는 부담을 늘려서라도 의료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분만수가 인상' 등을 통해 실질적 보상 방안 보다는 정부와 의료기관 개설자의 부담 비율을 조정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가 부담을 최대 80%까지 늘리는 안까지 나온 상태다.
지난달 8일 입법예고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재원을 국가와 분만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각각 50%씩 동등 비율로 부담토록 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보상제도와 더불어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제시하면서 보건복지부는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복지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가 하면, 의견접수에 3000명에 달하는 서명서 전달을 통해 민원접수를 마쳤다. 또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범 의료계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복지부는 부담률 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의료계처럼 기재부도 국가가 50%까지 부담해야 하는 부분에 불만이 적지 않은 상태로 비율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복지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추진단 관계자는 "산부인과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일단 의협, 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사회, 분만병원협의회 등을 두루 만난데 이어 기재부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재정부담 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 부담비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의료계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다. 의료계는 "책임이 없는데도 절대로 부담하면 안된다"면서 1%의 부담도 용납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관행적인 도덕적 책임과는 달리 전례를 만드는 일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금마련이나 기부 등 비용을 내라고 하면 내겠지만 책임을 지는 문제에 있어 이 같은 방식은 절대 안된다는 주장이다.
분만병원협의회 강중구 회장은 "국가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의사에게 내라고 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라며 "분담률이 몇 %가 됐건 분담 의무가 있는 이상 제도 참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