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년 4월 6일 오후 3시에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국어기본법 후속 법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있었다. 이날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노명완(고려대) 교수, 백봉자(전 연세대 한국어학당) 교수, 정중헌(조선일보) 논설위원, 한재영(한신대)교수, 고길섭(문화연대) 편집위원장이 토론을 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려 본다.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있었던 국어기본법 후속 법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 사진
권재일 교수 주제발표 내용: 말은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기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민족문화를 창조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 겨레말은 반만년 동안 우리 겨레문화를 창조해 온 힘인데 오늘날 겨레말의 가치에 너무 무관심하여 겨레말이 어지러워 가고, 거기다가 세계화 추세에 밀려 위기에 처해있다. 이 위기를 넘기려면 국민이 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보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12월에 국어기본법을 국회에서 정하고 1월 8일에 공포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부터 시행하려고 두 달 동안 국어원에서 시행령안을 만들었는데 그걸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고자 오늘 모였다.
시행령안 중요 내용은, 국어실태조사, 국어 책임관 두기, 어문 규범의 영향 평가, 국어심의회 구성과 운영, 공문서의 한글사용,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 구성과 운영, 한국어 교사 자격, 한글날 행사, 국어능력 정책협의회 구성과 기능, 국어 능력 검정, 국어상담소 지정요건 등이다.
토론1 - 남영신 회장 : 우리는 나라 안팎에서 여러 도전을 받고 있는데 그 가운데 영어의 우리말에 대한 도전은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다. 이런 때에 국어기본법을 만든 건 잘한 일이다. 국어사용실태와 외국어 사용 실태를 함께 조사해 국어와 영어 사이의 갈등과 보완관계를 알 수 있게 하자. 국어 책임관은 그 기관의 1급 공무원에서 정하고 그에게 그 기관의 국어 환경개선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게 되었는데, 국어원이 계획을 세우고 책임관은 계획을 효과 있게 집행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어심의회가 지난날 3년에 세 번 회의를 했는데 심의회를 상설화해야 한다. 법에 규정된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대책이 없다. 오늘 공청회도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보다 외국인의 한국어교육국어능력향상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 정책 협의회 구성, 능력 검정시험, 상담소를 두는 것만으로 국민 국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환경을 만들고 평가를 해야 한다. 국어상담소 공청회를 따로 다시 열고 상담소를 시범 운영하자.
토론2 - 노명완 교수: 지원자를 대상으로 검정시험을 보게 해 국민 국어능력 실태를 알아보고 국민 국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국민 대상 국어능력시험이라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치러야 하는 데 불가능하다. 시험을 특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자격과 능력도 문제이고 특정기관이나 단체의 돈벌이로 끝날 수 있다. 국민이 국어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는 조항이 없다. 국어심의회 위원과 한국어교사 자격이 국어학 언어학 전공자로 제한했는데 그 전공자가 언어의 사용,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에 관한 전문 학문이 아니기에 그 제한을 한 건 잘못이다. 심의회도 '언어'에 대한 학문 연구보다 '언어생활'에 대한 연구로 관심을 바꾸고 한 쪽으로 편향된 조직구성이 되지 않도록, 법 제정 목적을 위한 국어능력향상분과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국어상담사 배경학문으로 국어국문학, 국어교육학, 언어학을 명시했는데 국어 지식 중심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참여해 국어생활상담, 국어공부 상담도 필요하다. 국어능력시험 우수자를 우대하는 조항은 위헌소지가 있다.
토론3 - 백봉자 교수: 한국어의 보급은 외국인과 나라밖에서 한국어 교육에 경험 있는 동포나 외국인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하다. 언어학, 한국어 교육학 등 학문보다 모국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한국어 교육 능력 검정시험 출제, 검정 시행관리는 비영리 법인이고 전문성과 일정한 규모의 조식, 인력,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토론4- 정중헌 위원: 하나에서 열가지를 관이 주도하겠다는 발상이나, 각종 위원회나 상담소등 필요이상의 기관이 많아 일자리는 늘어나겠지만 국민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정책협의회도 옥상옥으로 비효율적이다. 국어 심의회 하나만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국어원이 뒷받침하면 좋겠다. 국어 책임관이 실효성 있는 직책이 될 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지역민의 독서환경 개선, 아름다운문학작품 보급을 통해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관심 북돋는 것이 더 중요하고 본다. 시행령안이 법안 목적인 국민의 국어생활능력을 향상하겠다는 것과 거리가 있다. 국문과나 언어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데 목적이 있는 듯 하다. 나도 국문과를 나왔지만 특정한 학과를 나온 사람에 자격을 제한하고 공무원 수를 늘려 예산만 낭비할 소지가 많다. 각자 이해를 따지지 말고 학교 공부만 잘 하면 누구나 국어생활을 잘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담소도 국립국어원과 중요단체가 인터넷으로 상담해서 경비를 줄이는 게 좋다. 오늘날은 방송, 신문, 인터넷 통신 등 각종 언론, 영상매체 범람으로 인해 말글이 손상되고 오염시키는 일이 많은 데 그 해결책이 없다. 시행령은 모법의 약한 점과 모자란 걸 보완해야 하는 데 모법보다 약하다.
토론5-한재영 교수 : 국어 책임관의 자격과 국어 능력에 관한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어 책임관은 임무와 의무만 가지고 권한이 없다. 제 9조 내용 가운데 한자의 자형, 독음, 의미에 관한 사항은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기로 한 것과 상충되는 건 아닌가? 각 위원회의 간사와 서기를 국어원 소속 공무원으로 하게 된 건 인원을 8명이나 별도 업무에 종사하게 한다는 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렵고 난해한 한자를 익히기 위해서는 쉬운 한자부터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쉬운 한자도 병용하면 어떤가? 17조 표준 전문용어 의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국어정책협의회에 외교부와 통일부도 포함시켜야 한다. 국어능력검정시험기관을 위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서로 다른 등급과 체계 설정에 따른 객관성 유지의 어려움도 있고 국어상담소 어디에 몇 개를 들 건지 밝혀야 한다.
토론 6 - 고길섭 위원장 : 국어기본법을 시행해 나가는 데 새 언어문화 형성 취지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어문규범 실태조사에 해마다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지불해서 잘못을 찾는 실적만 내지 별 효과가 없다. 지방 말과 입말, 만화나 신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규범과 표준말만 내세우고 기준으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 어문규범을 어긴 실태만 조사해 나열할 게 아니라 왜 어긴 건지와, 부정성과 긍정성에 대한 연구 평가도 해야 한다. 국어 책임관이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지자체 국어 책임관은 일반 공무원이 아니라 언어 정책 전문가(학예사)로 두어 지역어를 살리고 새 언어문화 형성 정책을 펼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국어원이 추진하는 어문 규범 평가 용역 사업은 절차상이나 추진주체로나 잘못되어 주먹구구식으로 할 염려가 있다.
그밖에 청중 의견과 총평: 국어기본법이 매우 중요한데 시행령안을 만드는 과정에 국민과 국어관련 단체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의 누리집 어디에서 시행령안을 만드는 데 대한 소식을 알리고 의견을 듣는 방이나 창구가 없었다. 국어기본법을 만드는 건 국민의 국어능력향상과 국어사랑정신을 높여서 바른 국어생활을 하고, 영어 침투로부터 국어 위기를 넘기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시행안과 공청회는 국어검정시험, 한자 중요성 강조, 국어책임관 두기, 국어상담소 설치, 외국인에 국어교육을 위한 국어자격 부여 중심뿐이어서 국민국어생활향상이란 근본 목적을 벗어났다. 그래서 특정학과 출신 일자리 만들기, 특정 기관 돈벌이를 위한 검정시험제도 만들기에 중점을 두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표준전문용어나 공문서 한글로 쓰기 규정 등을 지키지 않을 때 바로잡을 시행령이 꼭 필요한데 그런 건 하나도 없고, 국어 책임관도 권한이 없고 책임이 분명하지 않아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제 15조 국어문화확산과 16조 국어정보화는 오늘날 매우 중요한 조항인데 국민 정보격차해소와 정보통신이용을 쉽게 해주기 등 시행령이 전혀 없다. 국어정보학자와 전문가 국어 관련 시민, 학술단체와 국민이 폭 넓게 참여하고 협조를 얻어 충실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이 부실해서 왜 국어기본법이 문제가 많다는 소리가 나오고 일부 국어학 언어학 학자나 학과 출신을 위한 국어기본법이란 불평까지 나온다. 국문과를 졸업했다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없다. 외국인에게 국어를 가르치려면 특수한 자질과 경험이 필요하다.
남기심 국어원 원장의 마무리 말 : 국어기본법은 우리에게 필요해서 국민과 여러 전문가가 의논하고 국회에서 통과해 만든 것이다. 영국이 영어를 살려서 영문학과 영국이 일어났듯이 우리말을 살릴 강력한 정책 뒷받침이 필요해 만들었다. 법령이나 약품 광고문을 보면 일반 국민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어려운 한자말과 외국말로 된 게 많다. 국어환경을 바꾸는 게 절실하다. 노동을 할 때도 우리 노동자가 외국 노동자보다 어휘력, 표현력이 높으면 노동력이 높아지고 나라가 발전한다. 국어기본법은 규제보다 국어능력 발전을 위한 점에 초점을 맞춘 자율법, 국어환경 조성법이다. 앞으로 공청회를 더 열고 더 많은 의견을 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