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이야기 1 / 육조사 현웅 선사
좌선은 공부를 했다는 사람이 선공부가 더 어렵다.
자기가 조금 알고 있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걸음을 떼어놓기가 힘든 것이다.
몇 십 년을 그 속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다.
자기가 맛본 그 잘난 경지가 스스로 대견하고 황홀하여
마냥 그것만 찾아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다 해보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교정해 줄 눈밝은 스승이 필요한 것이다.
스승을 제대로 만나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때 다 놓아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가에서는 -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 -고 말하곤 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이 선지식 저 선지식 찾아 다녔지만, 말들이 달라 종잡을 수 없었다.
생각이 복잡하니까 몸도 아프고 견디다 못해 놓아버렸다.
그제 서야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혼자 공부하다가 인천 용화사 전강스님을 찾아갔는데,
어느 날 스승의 법문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아는 것에 붙들려 있는 것이 열렸다.
참선 공부하는 길을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공부의 핵심은 화두에 있다.
화두 잡는 법을 확실히 아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선에는 화두를 통해 도에 이르는 간화선看(話禪)과
화두 없이 하는 묵조선默照禪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간화선이 대부분이고 일본은 묵조선을 많이 한다.
간화선은 화두를 통해 그 말이 가리키는 본래 마음을
깨닫는 선이다.
일단 신심이 나서 참선을 시작했으면, 다음은 바른 의정이 중요하다.
의정이란 <나는 누구냐?> 하는 의심이 똘똘 뭉쳐진 것을 말한다.
의정이 강렬하고 탄탄할수록 깨달음도 강렬하고 탄탄해진다.
의정이 익으면 마침내 터져서 깨달음이 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의정이며 무엇을 의심해야 하나?
화두가 무엇인지 알아야 참선이 된다. 화두의 핵심은 의심인데,
그 내용은 배가 보플 때 배고픈 줄 아는
그놈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잘 살펴보면 반드시 배고픈 것을 아는 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다. 석가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요,
누구에게 들어서 아는 것도 아니며,
그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성이다.
육조선사도 누구에게 배워서 안 것이 아니다.
보세요! 자기를 잘 보면 내한테도 배고픔 것을 아는 자가 있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아네!
불교나 참선을 배우기 전부터 알고 있었네!
본성(자성)은 아네! 스스로 아네!
그런데 아는 그것은 크지도 작지도 안 테! 색깔도 형상도 없네!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도 아니며, 부처도 중생도 아니고,
마음도 물건도 아니네!
분명히 있는데 보이지 않으니 이것이 무엇인가?
그런데 아는 그것이 배고픈 것을 통해서 작용하네!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