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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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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개봉되었다. 2010년 3월 26일 해군 초계함 'PPC-772 천안'호가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빛을 보기도 전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군 작전사령부 작전참모 처장이던 심승섭 준장 및 천안함 유가족협회 이인옥 회장 외 5명으로부터 상영 가처분 금지 신청을 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예정대로 전국 30개관에서 스크린에 오를 수 있었다.
바로 지난 9월 5일 개봉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이야기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을 연출했던 정지영 감독이 제작을 맡고, 신예 백승우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영화제작을 위한 모금이 초과 달성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이 영화는 1년에 걸친 촬영 이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3년간 사람들의 의식 아래로 가라앉아버린 사건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이 가라앉으면서 수십 명의 해군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 주요 소재이다.
가라앉았던 의혹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다영화는 세미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당시의 사건을 되짚으면서, 정부가 여러 번의 발표를 거치면서 '북한 잠수정에 의한 폭침'을 원인으로 규정한 것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여러 차례 발표내용을 바꾸었던 것과 폭침의 근거로 제시한 증거물들은 다소 미흡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고, 이로 인해 인터넷과 여론을 뜨겁게 달구어졌던 바 있다.
이에 <천안함 프로젝트>는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는 반박이 아니라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하며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천안함을 폭침한 증거"라며 제시한 어뢰의 잔해에는 참가리비가 붙어있었는데, 이는 천안함이 침몰했던 서해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종의 해양생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영화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1번'이라고 쓰여 있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북한의 어뢰라고 단정짓기 힘들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의문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증거물인 어뢰는 조그마한 크기임에도 쌍끌이 어선으로 빠른 시간에 발견했으나, 파손되어 침몰했던 천안함의 거대한 함선과 함미를 찾는 데에는 소나 수중음파탐지기까지 보유한 해군이 너무 긴 시간이 걸렸던 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건 후 정부는 7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발표를 통해 침몰원인을 '폭침'으로 규정지었고, 그 외의 가능성은 모두 '괴담'이라며 일축해 버렸다. 근거들이 납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지만 의심은 곧 '종북좌빨'의 낙인으로 이어졌고, 정체성을 의심받기가 두려운 나머지 사람들은 쉬쉬하며 잊어갔다. 그 어색한 침묵을 덮으려는 듯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며 자극적인 발언만을 덧칠할 뿐이었다.
폭침 외의 다른 가능성? 전문가가 제기한 두 가지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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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한 장면.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천안함 폭침'에 의문을 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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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는 두 명의 전문가를 통해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두 가지 가설이 제기되는데, 먼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좌초설'을 주장한다. 조사단의 보고서에는 "함선 바닥에는 긁힌 자극이 없으므로 좌초로 보기 힘들다"고 나와 있으나 영화에서는 당시 건져 올린 천안함의 바닥에서 길게 긁힌 자국이 있음을 보여준다. 얕고 암초가 많은 서해의 지형과 함께 이종인 대표는 자신이 과거에 목격한 '중국 화물선이 암초로 좌초된 사례'를 통해 그 과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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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한 장면. 재판과정을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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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충돌설'이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은 당시 KBS뉴스에서 보도된 '제 3의 부표'를 지적한다. 함선과 함미가 이미 발견된 이후에도 다른 지점에서 잔해 수색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UDT 대원 한주호 준위가 사망한 것. 한 준위가 사망 직전까지 수색하던 곳에는 '제 3의 부표'가 설치되어 있었다. 신 위원은 여기에 더하여 천안함 잔해를 3D로 재구성해보면 무언가 둥그런 큰 물체에 부딪혀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을 한다. 천안함은 암초에 긁혀 동력을 잃은 후,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했던 잠수정과 충돌하여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종합해보면 어선들의 접근을 이틀 동안 막고 생존자 구조를 늦추면서까지 비밀스럽게 수색한 것이 바로 그 '의문의 잠수정'이라는 결론인 것이다.
더불어 한국과 미국이 연합훈련을 하던 도중에, 북한의 잠수정이 침투하여 모든 해군을 무력화시키고 단 한 발의 어뢰로 초계함을 격침시키고 무사히 후퇴할 수 있는지도 묻는다. 영화에서 인용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그런 기술은 미 해군에게도 없다. 한국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북한이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가졌다는 셈"이 된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기술을 극찬하고, 북한은 이를 극구 부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특정 주장을 확실한 사실로 포장하지 않으며, 반박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에 촛점을 맞춘 구성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가설을 보여준 것도 그런 취지로 보이며, 영화에서 청문회 당시 "천안함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접 본 게 아니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대답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임명이 부결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의 사례도 다룬다.
이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천안함 사건이 국민의 가치관을 검열하는 리트머스지처럼 되어버린 현실이다. 국민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의 말만 무조건 믿어야 하며, '다른 가능성의 제기'는 물론이고 '합리적인 신중함'마저도 배척당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백승우 감독, "<천안함 프로젝트>는 소통에 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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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개봉 당일(9월 5일), '아트나인'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백승우 감독(중앙)과 정지영 감독(오른쪽). |
ⓒ 김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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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일인 5일 저녁 9시경,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백승우 감독과 정지영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관람을 마친 관객들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영화에 대한 생각과 개봉에 대한 감회를 나누었다.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서 정지영 감독은 "상영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서 "내가 감독을 맡았다면 아마 더 유머러스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익살스런 발언으로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백승우 감독이) 진지하게 작업한 것에 진정성을 느껴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백승우 감독은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동시에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소통'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하며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분도 답답함을 공유했다면 (영화를 제대로) 잘 만든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안함 사건이야말로 사회에 만연한 소통의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이며, 이에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이대로 괜찮은가'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천안함이 침몰한 원인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이 영화의 역할이 아니라, "의심이 소통의 시작"이라며 그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런건 알아서 뭐하게!"하고 윽박지르는 것은 호기심을 해소하는게 아니라 억누르는 것일 뿐이라는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영화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장식한다. 그러면서 막을 내린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천안함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