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67] 제주 우미 냉국
조선일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1.07.28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7/28/OCCNY5IM35DYVOHG3QVXAC6X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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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미냉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우미 냉국이 그리운 계절이다. 지난 4월 바닷가로 밀려온 우미를 줍고, 5월 물질로 채취한 것을 말리고 삶고 걸러 만든 냉국이다. 우뭇가사리를 ‘우미’라고 하는 제주에서는 미역과 우뭇가사리가 많은 곳을 ‘메역바당’ ‘우미바당’이라 해서 특별히 관리했다. 심지어 파도에 갯바위에서 떨어져 해안으로 밀려온 우미도 입찰해서 판매했다. 우미가 해녀들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기도 했지만, 제주 어머니들이 입맛 떨어진 가족을 위해 밥상에 올리는 여름철 단골 음식이었다.
홍조류인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씻어서 말리고, 다시 막개(빨랫방망이)로 몇 차례 두들겨 씻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우영팟(텃밭) 옆에 솥을 걸고 푹 삶아 물을 받아내 굳힌 후 식히면 투명하고 탱글탱글한 우무가 만들어진다. 이 우무를 채 썰어 콩가루나 미숫가루를 섞거나, 식초와 설탕을 넣고 시원한 물을 부어 마신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마늘, 고춧가루, 파 등 양념을 더하기도 한다. 먹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제주 우미냉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일제강점기 우뭇가사리를 헐값에 수탈하려는 일제에 저항해 해녀들이 중심이 된 항일 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1937. 4. 7.)를 보면, ‘전남에서 생산한 50만근 10만여 원에 달하는 우뭇가사리가 가공 공장이 없어 일본으로 이출되었다가 한천을 만들어 수입되고 있다’며 목포에 가공 공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1950년대 유럽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 통상 사절단이 가지고 나간 상품이 한천이었다. 1970년대 한·일 무역 협상에 한천 관세가 의제로 제기될 만큼 비중이 컸다.
우미(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품질이 좋은 제주 우뭇가사리는 예나 지금이나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 이즈반도에서 150여 년이 된 우뭇가사리 가공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즈반도는 일본에서 우뭇가사리 명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우무 냉국만 아니라 팥빙수, 국수, 아이스크림 등 우무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우미 냉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국이 그리운 음식임은 분명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제주 우미(우뭇가사리) 채취 모습.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