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지구 반대편에 퀴즈 상품을 나눠주기로 마음먹은 이유
코로나는 학원 풍경마저 바꿔놓았습니다. 아이들은 성적 말고도 감염을 걱정해야 합니다. 친한 친구 얼굴을 마스크로 마주합니다. 어렵게 다시 출석한 학원이지만, 수시로 받는 체온 측정과 방역 지침 전달은 끝날 줄 모릅니다. ‘쌤(선생님)’도, 친구들도 어색하기만 한 분위기. ‘우리 학원은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힘들고 삭막해진 학원에서 얼음가득 아이스음료같은 시원한 뉴스가 한국 월드비전으로 도착했습니다. 학원에서 상으로 받은 쿠폰을 기부하겠다는 아이들의 소식이었어요. 코로나로 갑갑해진 마음을 잠시라도 숨돌릴 수 있게 해준 친구들. 아이들은 어떻게 전염병과의 싸움 속에서도 이웃을, 그것도 지구 반대편 아이들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요? 내 한 몸 지키기도 너무나 어려운 코로나 상황에서도 말이죠. 궁금한 게 많았습니다. 심슨 어학원의 한결이와 경일이를 만났습니다.
상품으로 받은 쿠폰을 기부한 심슨 어학원 친구들
심슨 어학원 중계점 문을 여니 두 친구가 벌떡 일어나 반겨줍니다. 마스크 눈인사와 함께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보았습니다.
너희들이 이번 모금에 함께 한 친구들이구나.
네,
짧은 대답 끝 긴장감이 귀여웠습니다.
Q. 자기 소개부터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6학년 이한결이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6학년 이경일입니다.
Q. 친구들이 상으로 받은 쿠폰을 모아 코로나 19로 힘들어 하고 있는 아프리카 친구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들었어요. 이 쿠폰은 어떤 쿠폰이에요?
경일. 문제를 맞추거나 발표 같은 걸 잘 하면 포인트를 주는 게임이 있는데, 가장 많은 포인트를 받은 사람한테 쿠폰을 줘요. 쿠폰을 긁으면 안에 1등에서 6등까지 있어요. 반 친구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도 있고, 초콜릿도 있고요. 쿠폰 모아서 긁어보는 재미가 있어서 다들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요.
인터뷰를 함께 한 한결이(왼쪽)와 경일이(오른쪽)
심슨 어학원 학생들이 열심히 모으는 럭키 쿠폰!
Q. 그렇게 열심히 모은 쿠폰을 기부한 거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결. 우리가 처음부터 쿠폰을 기부하자고 한 건 아니고, 선생님이 자율적으로 기부하고 싶은 사람은 참여하라 그랬어요. 코로나 19로 힘든 친구들을 위해 사용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친구들 마음이 많이 모인 것 같아요. 물론 참여 안 한 친구도 있긴 하지만(웃음).
Q. 한결이랑 경일이는 참여한 친구 중에 하나군요?
한결, 경일. 네!
Q.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내가 열심히 모은 쿠폰으로 기부를 해야겠단 마음은 왜 들었을까요?
경일. 우리도 이렇게 힘든 데 아프리카라는 어려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정말 조금이긴 하지만요.
한결. 내가 간식 한 번 덜 먹으면 아프리카 친구들에게는 간식 보다 더 중요한 걸 선물할 수 있잖아요.
Q. 그래, 그렇게 기부에 참여하고 나기 기분이 어땠어요?
한결, 경일. 뿌듯했어요!
Q. 친구들이 이렇게 쿠폰 기부를 하면서 다른 지점까지 참여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았어요?
한결. 우리가 한 일을 함께 해 준다니까 친구들이 자랑스러웠어요.
경일. 친구들이 많이 같이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조금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Q.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도움이 전해 질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해줄래요?
한결. 손도 잘 씻고, 언제나 조심해서 절대 병에 걸리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경일. 아프리카라는 어려운 곳에 살게 된 건 너희들이 선택이 아니잖아.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해.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이 상황을 잘 이겨내면 나중에 더 보람 차고 뿌듯할 거야. 꼭 이겨내서 멋진 어른이 되길 응원할게!
월드비전에서 받은 착한 어린이상과 기념보드를 들고 기념 사진 찰칵!
마음이 고운 아이들과의 대화에 나를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해봅니다. 학원에서 아이들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던 이종은 선생님이 건네주신 말씀도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바라는 세상, 그 세상이라면 코로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말씀을 듣는 내내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릅니다.
이종은 총괄 선생님(가장 왼쪽)과 한결이, 경일이
언뜻 보기엔 참여율이나 모인 금액이나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한 걸 포기하고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참 대견해요.
여기는 영어 학원이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영어로 시험 잘 보고 취직 잘 해서 나만 잘 살자,’ 이런 생각 말고 영어를 도구로 넓은 세상 속에 뛰어들어 더 멀리 바라보며 다른 이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어른이 보기엔 작지만 자신들에겐 소중한 걸 선뜻 나눌 줄 아는 우리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자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댓글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