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3년경에 영국군과 노스 아메리칸은 신형 무스탕 개발을 놓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의 무스탕도 뛰어나긴 하지만, 무기의 개발은 현 상태에서 안주하지 않고 항상 더 나은 신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기의 구조물은 보통 비행 중 받을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든다. 그러나 너무 튼튼하게 만들려고 하다보면 그만큼 구조물이 두껍고 커지기 때문에 결국 무거워져 버린다. 그래서 보통은 전투기에 100이란 힘이 가해질 거라고 예상되면, 150정도의 힘까지 버틸 수 있는 정도로 구조물을 만든다(즉 예상 보다 1.5배 더 튼튼하게 만든다는 소리다. 이때 1.5배 같은 숫자를 하중 배수(Load Factor)라고 부른다).
그런데 영국군이 조사해본 결과로는 무스탕은 영국이 요구한 것 보다 지나치게 튼튼하게 만들어진 전투기였다. 만약 무스탕의 무게를 줄인다면 비행성능은 훨씬 개선 될 것이므로(특히 상승력과 가속력) 영국과 노스 아메리칸은 곧 무스탕의 체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처음 등장한 ‘경량 무스탕’은 XP-51F라는 이름이 붙었다(P-51D 다음이 왜 XP-51E가 아닌 F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이 없다. 아마도 P-51E라는 버전을 개발하려다가 계획이 사라진 것 같다).
이 XP-51F는 중량을 줄일 수 있는 곳은 전부 손을 본 덕에 종전의 무스탕과 비교해서 공통되는 부품이 거의 없었다. 착륙장치는 완전 재설계되었고 휠 부분과 타이어도 크기가 줄었으며 브레이크 디스크 역시 작아진 바퀴에 맞게 재설계되었다.
기동성 향상을 위해 날개는 좀 더 커지고 형상도 바뀌었다. 그러나 이 날개 안에 들어가는 기관총은 P-51D의 6개에서 다시 4개로 줄었다. 엔진을 고정하는 부분도 형상을 완전 재설계하였고, 유압장치도 단순화 하는 한편 압력을 높였다(유압 압력이 높아지면 더 작은 도관과 피스톤으로도 같은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더 높은 압력을 견디도록 튼튼하게 설계해야 하지만 보통은 전체적으로 중량이 줄어든다).
이 외에도 프로펠러는 깃이 4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다. 조종장치는 성능 개량을 위하여 더 큰 각도로 움직이도록 바뀌었으며, 조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꼬리 날개 부분은 더 커졌다. 이 외에도 내부의 다양한 금속 부품들이 플라스틱제로 교체되었다. 엔진은 P-51B와 같은 모델인 패커드의 V-1650-3을 사용했다.
[XP-51F 무스탕. 최초로 다이어트 시도를 한 버전이다. 제일 눈에 띄는 특징은 깃 3개짜리프로펠러로, 이는 에어프로덕트(Airproduct)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XP-51F는 P-51D에 비해 자체 무게(탄약, 연료를 뺀 기체만의 무게)가 900kg 가까이 줄어들었고(P-51D의 무게는 3400kg정도) 최대속도와 상승률 등, 전반적인 비행성능이 개선되었다(고도 8.8km에서 최대속도 750km/h로 비행 가능)
시험용으로 제작된 XP-51F 몇 대 중(어차피 X는 시험용이란 의미다) 2대는 롤스 로이스에서 만든 더 고성능의 엔진인 멀린 145M을 탑재했다(이전 화에서도 언급하였지만, P-51이 탑재하고 있던 것은 롤스로이스에서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의 패커드에서 만든 멀린 엔진의 라이센스 생산 모델이다). 이 항공기는 XP-51G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엔진 이외에 프로펠러도 깃이 5개인 모델로 바뀌었는데, 이 프로펠러는 금속이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비슷한 시기에 영국이 운용하던 스핏파이어(정확히는 스핏파이어 Mk. XIV)가 쓰던 것과 거의 유사한 물건이었다. XP-51G는 엔진과 프로펠러 이외에는 종전의 XP-51F와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XP-51G에 다시 좀 더 평범한 깃 4개 짜리 금속제 프로펠러를 달았다. 좀 더 향상된 엔진 덕에 이 XP-51G는 6km 상공에서 76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XP-51G에 탑재된 멀린 145M엔진이 대량생산되지 않음에 따라 XP-51G도 시험기만 제작되는 수준에서 그쳤다.
[XP-51G. 두 번째 다이어트에 도전한 무스탕이다. 깃 5개짜리 목재 프로펠러가 특징적인데, 비슷한 시기 스핏파이어가 쓰던 것과 유사한 물건이다. 여담이지만 XP-51F, XP-51G는 워낙 정신없는 전쟁 통에 급히 개량되던 항공기라서, 변변한 비행 중에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고 한다(그걸 모르고 일부 항공역사가들이 비행중인 사진을 찾으려고 엄청 헛수고를 했다나 뭐라나...)]
한편 노스 아메리칸은 XP-51G와 함께 XP-51J도 개발하였는데 이 무스탕은 앨리슨의 V-1710-119엔진을 탑재했다. 앨리슨의 V-1710 엔진은 P-51A에 탑재되었던 엔진으로 무스탕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것이었지만, 이 -119 모델은 P-51A에 사용했던 -39와 비교해서 엔진출력이 크게 개량되고 특히 고고도 성능 부분도 강화된 엔진이었다. XP-51J는 엔진 탑재를 위해 종전 P-51 시리즈보다 기체 길이가 좀 더 길어졌다. 그러나 이 모델은 앨리슨 엔진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는 바람에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낼 수 없었다(아이러니 한 것은 이 엔진은 후에 문제점을 고쳐서 P-82 트윈 무스탕에 탑재된다는 점이다. 트윈 무스탕에 대한 설명은 더 아래에...).
결국 제대로 된 가벼운 무스탕은 P-51H 모델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기본적으로는 XP-51F와 유사하지만 엔진은 팩커드의 V-1650-9를 사용했다. 이것은 P-51D에 사용했던 -7 모델 보다도 더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이 강력한 엔진과 가벼운 무게 덕에 P-51H은 P-51D 보다 80km/h 정도 빠른 최대속도 785km/h를 찍었다.
[P-51H의 옆모습. 라디에이터와 동체부분이 변경됨에 따라 미묘하게 실루엣이 달라졌다(물론 이는 XP-51F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P-51H는 XF-51F와 엔진을 빼면 거의 동일하다.). 위의 XP-51F의 사진에서는 잘 안보였던, 착륙장치의 덮개부분도 상당히 작아진 것이 특징.]
문제는 이 전투기가 너무 늦게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P-51H는 결국 실전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채 종전을 맞이하였다. 더불어 슬슬 대세가 프로펠러 전투기에서 제트 전투기로 넘어감에 따라 이 전투기는 원래 계획 보다 훨씬 적은 550여대만 생산 되었다.
[P-51H는 이렇게 비행가능한 상태로 남은 기체가 아직 있다. P-51D보다 왠지 멋이 없어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한편 노스 아메리칸은 P-51H에다가 더 고성능 엔진을 얹은 P-51L과 P-51M을 계획했으나 L 모델은 아예 제작도 되지 않았고 M 모델 역시 1대만 시험적으로 제작된채로 끝났다.
미 해군은 전통적으로 미 육군과는 다른 전투기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항공모함에서 발진해서 일본 본토를 공격할 만한 장거리 전투기가 없다보니 고심 끝에 P-51을 함재기형으로 개조해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P-51D 1대가 항공모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구속용 갈고리를 갖추는 형태로 개량되었고, 미 해군은 이를 ETF-51D라고 불렀다. 그러나 곧 미군이 일본 본토에서 멀지 않은 섬인 이오지마(유황도)를 점령하고 여기에서 전투기들이 뜨고내릴 수 있게 됨에 따라, 더 이상 장거리 전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이 ETF-51D는 1대만 생산된 채로 계획이 중단되었다.
[항공모함에 착함 시험중인 ETF-51D. 꼬리 바퀴 뒤쪽으로 뻗어 나와 있는 작은 막대기 같은 것이 바로 구속용 갈고리(어레스팅 후크)다. 함재기들은 이것을 항공모함 바닥에 깔려 있는 구속용 줄(어레스팅 와이어)에 걸어서 속도를 단번에 줄인다. 이 ETF-51D는 쓸모가 없어진 뒤에 NACA (지금의 NASA의 전신)로 보내져서 이런저런 실험용으로 쓰였다. ]
일부 P-51D는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제트엔진 시험용으로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3년이 지난 1948년에는 P-51D의 날개 끝에 램제트(Ramjet) 엔진을 달았다. 램제트 엔진은 앞쪽에 고속으로 회전하는 압축기가 없는 매우 간단한 형태의 엔진으로, 항공기가 비행하면서 자동으로 공기가 밀려들어오는 것(램 : Ram)을 이용해서 공기를 압축하여 연소에 사용한다. 이 P-51D는 일단 원래의 프로펠러로 고속으로 비행한 다음 이 밀려들어오는 공기를 이용해서 램제트엔진을 점화시키는 방식이었는데, 비행시험 도중 한쪽 엔진이 꺼져버렸다. 시험 비행 조종사는 다시 엔진을 재점화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만 엔진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조종사는 다행히 비상탈출 할 수 있었으나 기체는 그대로 지면과 충돌하여 대파되고 말았다.
또한 좀 더 간단한 형태인 펄스제트 엔진을 날개 밑에 매단 무스탕도 시험되었으나 이 역시 시험용으로 그쳤다.
[P-51D의 날개 끝에 램제트 엔진이 달려있다. 램제트 엔진은 사실 마하 1 미만의 속도에서는 효율이 그리 크지 않지만(들어오는 공기가 많이 압축되지 않는다), 구조가 워낙 간단하고 가볍기 때문에 나름 효용가치는 있었던 듯하다. 현재는 초음속용 램제트만 고속 시험용 항공기나 장거리 미사일 등에 주로 쓰이고, 이런 아음속용 램제트는 잘 쓰이고 있지 않다.]
[램제트 엔진 만큼이나 단순한 구조의 펄스제트 엔진. P-51D의 날개 밑에 달려 있는 긴 관이 바로 이 펄스제트 엔진이다. 큰 소음이 나고 효율도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램제트처럼 이것도 구조가 워낙 단순하다. 독일이 영국을 공격할 때 썼던 V-1 미사일도 바로 이 펄스제트 엔진을 사용한 물건이었다(다만 V-1은 속도가 700km/h를 넘지 못해서 영국이나 미국의 프로펠러 전투기들에게도 종종 요격당했다).]
노스 아메리칸은 날개가 앞으로 쭉 뻗은, 전진날개 무스탕도 연구했었다. 전진날개는 고속에서 더 유리한 형태로, 특히 뒤로 뻗은 후퇴날개에 비해 지나친 급기동 중에도 기수가 갑자기 들리거나 조종성이 둔해지는 문제(날개 끝 실속)가 없었다. 그러나 이 날개는 후퇴날개에 비해 구조적으로 제작하기 더 까다로웠다. 실제로 개발자들은 이 전진날개 무스탕의 모형을 가지고 풍동에서 실험해본 결과, 날개가 지나치게 비틀리고 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전진각을 15도로 낮춰보았으나 이 역시 큰 힘을 받는 급기동 중에는 구조물이 파손될 위험이 있었다. 결국 전진날개 P-51은 실제로 제작되지 못하고 끝났다(F-5 편에서도 보았듯, 전진날개를 가진 전투기급 항공기는 이후 발전된 복합소재기술을 사용해서 개발된 X-29에 이르러서야 실현되었다).
[노스 아메리칸이 개발하던 전진날개형 P-51. 시험도중 발견된 날개가 비틀리는 현상을 알루미늄 합금 소재만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 ]
이미 설명한대로 유럽에서는 폭격기의 호위를 위한 장거리 전투기가 필요했고, 그 결과 P-51이 등장했다. 그런데 태평양 쪽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했다.
미국은 신형 폭격기 B-29를 개발 중이었다. 이 폭격기는 종전의 B-17이나 B-24보다도 훨씬 높은 고도로(그것도 폭격기 치고는 제법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왠만한 일본군 전투기는 이 고도까지 올라와서 B-29를 따라잡는 것도 어렵긴 했으나, 그렇다고 일본도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리 없었으므로 호위전투기가 필요했다(실제로 일본은 B-29를 요격하기 위해 고고도 비행성능을 향상시킨 전투기 몇 종류를 개발했다).
[앞서 날고 있는 폭격기가 B-17, 뒤에 날고 있는 좀 더 큰 폭격기가 B-29다. B-29는 높이나는 것이야 말로 폭격기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방어수단이란 생각아래 개발된 폭격기로, 고고도 비행을 위한 각종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비행거리도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길어서 일본군에게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2차 대전 말엽, 일본에 핵폭탄을 떨군 것도 바로 이 B-29 폭격기였다.]
문제는 B-29는 필리핀이나 솔로몬제도 같은 곳에서 이륙해서 일본 본토를 폭격하고 돌아오는 엄청난 장거리 폭격기였다는 점이다(전쟁 중반 무렵까지는 미국이 확보한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도 이렇게 멀었다). 3200km 가까이 되는 이 거리를 왕복하는 것은 장거리 전투기인 P-51로서도 무리였다.
1943년 10월경, 노스 아메리칸은 P-51를 두 대 연결한 전투기를 구상했다. 비행거리가 짧은 전투기 두 대를 붙여서 연료 탑재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좀 더 먼 거리까지 비행한다는 개념은 사실 다른 나라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그렇게까지 특이한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독일의 경우 Bf109 전투기나 He111 같은 폭격기로 이런 쌍동형 항공기를 개발하려 했었다) 여하간에 이것을 실현시켜 전력화 시킨 것은 이 쌍동형 무스탕이 처음이었다.
[독일의 Bf109Z. Z는 쌍둥이를 뜻하는 독어의 앞머리 글자다. 당시 독일의 주력 전투기인 Bf109F 2대를 이은 것이 특징으로, 왼쪽에만 조종석이 있고 오른쪽은 조종석을 들어낸 대신 연료를 채워 넣었다.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시제기를 제작하던 공장이 폭격을 맞아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Bf109가 독일 폭격기를 충분히 호위해줄 만한 항속거리가 나오지 않아서 개발되던 항공기였는데, 어차피 이것이 만들어질 때 즈음이면 독일은 영국을 폭격하는 입장이 아니라 영국에게 폭격당하는 입장이어서 완성되었다 한들 쓸모는 없었을 듯하다.]
[ 독일의 중(中)형 폭격기인 He111을 두 대 연결해 놓은 He111Z. 이것은 그래도 실제 기체가 제작되었으나, 별다른 활약은 하지 못했다.]
노스 아메리칸은 개발중이던 P-51H를 기반으로 이 기체의 동체를 좀 더 늘려서 연료 탑재 공간을 확보하고, 좌우로 나란히 연결한 다음 가운데 부분은 날개로 연결하였다.
P-82 트윈 무스탕이란 이름이 붙은 이 전투기는 전쟁이 다 끝나갈 무렵인 1945년 6월 15일에야 첫 비행이 가능했고, 특히 미군이 점차 일본 근처의 섬까지 점령하여 활주로를 건설함에 따라 종전의 P-51D로도 충분히 B-29를 호위할 수 있게 되어서 P-82에 대한 요구가 줄었다. 게다가 최초의 P-82 시제기인 XP-82는 6월에 어떻게든 비행을 했으나, 이후 엔진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서 노스 아메리칸은 기체만 완성시켜 놓은 채 엔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엔진이 제대로 도착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였기 때문에 P-82는 2차 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채 종전을 맞이했다.
[비행중인 P-82B. 기본적으로 두 대의 P-51H를 연결해 놓은 형태다. 당시 항공기 설계자들이 생각하는 손쉽게 비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이란 것은, 미국이나 독일이나 비슷비슷했던 듯 하다. ]
게다가 전쟁이 끝나자 롤스로이스사는 멀린 엔진의 라이센스 생산형, 즉 패커드의 V-1650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을 올려버렸다. 재협상 끝에도 결국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얻을 수 없게 되자 P-82의 엔진은 앨리슨의 V-1710계열로 바뀌었다. 이미 생산된 V-1650(멀린의 라이센스 생산모델)엔진을 탑재한 P-82B 20대는 이후 등장할 P-82의 전환훈련용으로 돌려져버렸고, 앨리슨 모델을 장착한 P-82C부터 전투기로 활용되었는데, 이는 전투기 버전보다 전환용 훈련기 버전이 먼저 등장한 특이한 예이다.
노스 아메리칸은 아마도 P-51H처럼 이 P-82도 대량생산되는 일 없이 종전을 맞이할 거라 생각했다. 당장 P-82B만 해도 500여대를 생산하기로 했다가 전쟁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20대만 생산되고 그쳐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1947년경에 소련이 Tu-4 폭격기를 공개함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였다.
Tu-4는 사실 소련에 불시착했던 B-29를 나사 하나까지 분해해가며 역설계 해서 만든 폭격기였다(2차대전중 소련은 미국과 같은 연합군이었음에도 자신들의 영공에 들어온 B-29를 1대를 강제 착륙시킨 다음 곧바로 미국에 돌려 보내주지 않고 이렇게 마음대로 다 뜯어봤던 것이다). 2차대전 중에만 해도 어쨌거나 동맹국으로 싸웠던 미국과 소련이지만, 전쟁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됨에 따라 이제는 서로 언제 전쟁을 벌일지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소련이 이 장거리 폭격기에 만약 핵폭탄이라도 탑재하고 미국 본토를 폭격하는 경우에 미국으로선 큰 재앙이었다.
[소련이 개발한 TU-4. 사실상 B-29의 복제품으로 국적 마크 같은 것이 없으면 B-29와 Tu-4는 구별조차 어렵다.]
1947년이면 이미 다양한 제트 전투기들이 등장하던 시기였으나, 아직 성능이 완전하지 않았고, 특히 야간 폭격을 해올 때를 대비하여 레이더를 장착한 야간 전투용 제트기는 완성이 덜 된 상태였다. 이에 미국은 이미 가지고 있던 P-61 블랙 위도우 야간 전투기(마찬가지로 왕복엔진을 사용)를 대체하기 위해 P-82에 레이더를 탑재한 야간 전투형 P-82를 개발하였다. P-82C/D는 야간 전투기 버전의 시험용 항공기였으며 이후 양산된 야간 전투기 모델은 F-82E/F/G 등을 포함, 총 253대가 제작되었다(이전 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47에서 1948년 사이에 전투기를 뜻하는 약자가 P에서 F로 바뀌었다).
최후기형인 F-82G는 최대속도 750/h를 날 수 있었으며 무장은 6자루의 0.50인치(12.7mm) 기관총 이외에 25발의 5인치(127mm)로켓, 혹은 1.8톤 가량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었다. 기관총은 중앙의 날개에만 장착되었으며, 폭탄 장착소는 날개 바깥 날개에 좌우 총 4곳, 그리고 중앙 날개에 2곳이 있었다. 중앙 날개의 폭탄 장착소는 이후 레이더를 탑재하는데 활용되었다.
[F-82의 야간전투기 모델. 사진속의 기체는 양산형은 아니고 시험용 모델인 P-82C다. 중앙 날개 아래 매달려 있는 포드 안에는 레이더가 들어있다. 야간전투기이다 보니 위장색을 까만색으로 칠했다.]
초기의 P-82는 양쪽에 타고 있는 조종사가 모두 기체를 조종할 수 있는 개념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장거리 비행시 조종사 혼자서 계속 비행하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양쪽 조종사가 번갈아 가면서 조종했던 것이다. 실제로 P-51D 조종사들만 해도 유럽에서 폭격기들을 호위하기 위해 6~7시간의 장시간 비행을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좁은 조종석에 파묻힌 채로 장거리 비행을 하고 돌아오면 조종사들은 녹초가 되었고 심지어 자기 혼자 힘으로는 조종석 밖으로 기어 나오지 못하는 일도 가끔 있을 지경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P-82B까지는 양쪽 모두 조종이 가능했으나, 이후 등장하는 야간 전투기 모델은 한쪽만 조종을 담당하고, 나머지 한쪽에 탑승한 승무원은 레이더만을 조작했다(물론 이 야간 전투기 모델은 호위임무를 맡을 일이 없으므로 저렇게 오랜 시간 비행할 일은 없었다). 당시 레이더는 지금 전투기에 탑재되는 것들에 비해 자동화가 훨씬 덜 되었기에, 조종사 혼자 조종을 하면서 레이더까지 조작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다만 이 시기에 1인승 전투기에 레이더를 탑재한 야간전투기 모델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유명한 P-82B인 베티 죠(Betty Joe). 1947년, 두 명의 미 육군 항공대 조종사가 특별히 제작된 대형 외부 연료탱크 4개를 탑재하고 장거리 비행기록에 나섰다. 이들은 하와이에서 출발, 14시간 32분만에 8130km 떨어진 뉴욕에 도착했다(평균 속도는 560km/h가 되는 셈). 이는 당시의 항공기로서는 엄청난 비행거리였다. 원래는 비행 중 다 쓴 외부 연료탱크는 공기저항과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려야 했다. 그런데 조종사가 깜빡 잊고 외부연료탱크 4개중 3개는 떨어트리는 걸 잊어버리고서도 (사진 속에도 3개의 연료탱크가 달려 있다) 이러한 기록을 수립했다. ]
여태까지는 주로 무스탕의 개발과정과 실전에서의 운용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제 부터의 내용들은 약간은 공학적인 내용으로, 무스탕이 특별히 고속/장거리 비행에 유리했던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이륙중인 P-51D. 오늘은 이 P-51의 성공비결에 대해 공학적인 내용을 곁들여 알아보자(물론 머리 아픈 공학 수식은 나오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참고로 사진속의 P-51처럼 2차 대전 중에 쓰였던 미군이나 영국군 전투기에는 검은색/흰색 줄무늬를 두른 전투기가 자주 눈에 띈다. 이것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아군임을 나타내기 위해 칠한 식별용 도장으로(이 때문에 D-day Stripes라고도 부른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에도 지우지 않고 계속 칠하고 다녔다.]
무스탕의 주날개 평면모양은 당시 운용되던 다른 전투기들과 비교 해보면 평범한 편이다. 주날개의 앞전 부분은 동체에서 거의 수직으로 뻗어 나왔으며, 날개 면적 자체는 날개 끝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사다리꼴 형태다.
날개 끝 부분은 거의 직선형인데 이는 생산성을 우선시 한 설계다. 본래 이 부분은 타원형이나 원형 같은 곡선으로 마무리될수록 비행에 유리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제작이 더 까다로워진다.
[P-51과 동시기 다른 나라의 주력전투기들을 비교해보자. 독일의 Bf109g와, 일본의 A6M 영전은 모두 날개 끝이 둥글게 마무리되었으며 특히 스핏파이어는 끝이 뾰족하게 마무리 되는 복잡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P-51은 비교적 평범하게 직선에 가깝게 마무리 되었는데, 이는 공기역학적인 특성만 보자면 다른 형상들에 비해 안 좋지만, 대신 이런 형상의 날개 끝은 더 값싸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무스탕의 주날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면 형상이다. 무스탕의 날개단면은 소위 층류 날개단면 (Laminar Flow Airfoil)이라 부르는 형태로 이 때문에 무스탕의 날개를 층류날개라 부르기도 한다.
공기의 흐름은 크게 층류와 난류로 나눌 수 있다. 학문적인 표현을 빌자면 층류란 ‘공기흐름 방향에 대해 수직방향으로 이동이 없는 흐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공기 흐름이 옆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층을 이룬 것처럼 흐른다는 의미다. 반면 난류는 공기가 옆으로 어지러이 흐트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층류란 매끄러운 공기 흐름, 난류는 복잡한 공기 흐름이다.
[난류와 층류를 설명한 그림. 층류는 공기 흐름이 매끄러운 반면 난류는 어지럽게 흐른다. 일반적으로 층류 흐름이 공기의 마찰에 의한 저항이 더 적다.]
경우에 따라서는 난류흐름이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유리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층류 흐름이 공기저항, 특히 마찰에 의한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유리하다. 공기 흐름이 층류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보통 속도와 공기흐름이 지나치는 물체의 표면 거칠기 등이 영향을 미친다.
항공기의 날개 윗면에서는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유선형인 날개단면에서도 가장 두께가 두꺼운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날개 윗면을 흐르는 공기는 이 단면이 가장 두꺼운 부분, 즉 공기가 가장 빠르게 흐르는 부분을 지나면 층류에서 난류로 변한다. 통상적인 날개단면은 전체 날개단면 길이 [이를 시위길이(Chord length)라 한다]에 대해 25%인 지점에서 가장 두꺼워진다.
[날개단면에서 나타나는 난류를 나타낸 그림. 날개단면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전체 시위길이에서 25%지점)을 지나자 층류가 난류로 바뀌고 있다. 물론 이 그림에서의 난류의 흐름은 약간 과장된 것으로, 실제로 실험을 해 보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날개근처에서 공기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약간의 난류도 날개의 공기저항을 크게 하는 원인이 된다.]
미국의 NACA(NASA의 전신)는 1930년대에 날개가 가장 두꺼워지는 부분을 시위길이에서 25%가 아니라 50% 이상 뒤로 옮기는 형상을 고안했다. 즉 종전의 날개단면은 날개 윗면에서 시위길이 25%지점 까지만 층류흐름이 존재했으나, 이 새로운 날개단면은 시위길이 50% 지점까지 층류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형상은 양력을 만드는 능력 자체는 종전 날개보다 떨어졌으나, 대신 난류에 의한 항력을 크게 줄였다. 이 날개단면을 쓰면 항력대비 양력, 즉 양항비가 훨씬 개선되었으며 특히 고속, 장거리 비행에 적합했다.
[P-51의 날개 뿌리 쪽 단면 형상. 보통의 날개단면은 가장 두꺼운 지점이 25%지점인 반면, 이 날개단면은 60%지점에 가장 두꺼운 지점이 존재한다. 즉 날개의 60% 이후 지점에서부터 난류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 날개 윗면을 흐르는 공기 흐름 중 난류가 흐르는 지점도 60% 이후 지점이므로, 결론적으로 날개 윗면 중 난류 흐름에 잠기는 부분은 일반적인 에어포일 보다 훨씬 적다]
물론 P-51의 날개 위를 흐르는 공기흐름은 이론만큼 층류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날개는 매우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항공기 날개표면은 리벳, 나사 등이 있으므로 여기저기 울퉁불퉁 하다. 게다가 항공기가 비행을 하게 되면 날개 표면은 미세하게 우그러지거나 하는데, 이런 작은 울퉁불퉁함 만으로도 층류 흐름은 쉽게 난류로 바뀌어버렸다. 또한 날개 앞쪽에는 거대한 난류장치-즉 프로펠러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있더라도 P-51의 층류날개는 종전의 일반적인 전투기들이 사용하던 날개형상에 비해 효율적이었으며, P-51의 장거리 비행 및 고속 비행능력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실제 P-51D의 날개 표면 모습. 멀리서 보면 매끄러워 보이는 항공기 표면이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각종 리벳, 나사가 박혀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항공기 표면에서 튀어나오지 않도록 윗면이 평평한 형태의 리벳이나 나사를 사용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도 공기 흐름은 쉽게 난류로 바뀌어 버린다. 즉 층류 날개단면을 쓰더라도 실제로 P-51의 날개 윗면을 흐르던 공기흐름은 이론과 달리 날개단면에서 60% 지점 이전에 이미 여기저기 난류가 생겼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날개단면에 비하면 훨씬 효율적인 날개단면이었다.]
왕복엔진을 사용하는 항공기를 설계할 때, 설계자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가 엔진의 냉각문제다. 항공기용 왕복엔진은 냉각방식에 따라 크게 공랭식 엔진과 액랭식 엔진으로 나눈다.
공랭식은 말 그대로 공기흐름을 이용해 엔진을 식히는 것으로 이렇게 하려면 복잡한 냉각장치가 필요 없어지지만 냉각효율을 높이려면 엔진이 최대한 바람을 많이 받아야 하므로 엔진의 단면적이 넓어져서 결국 항공기의 동체를 굵고 두껍게 만든다.
액랭식은 물 같은 액체를 이용하여 엔진을 식히는 방식으로, 엔진이 바람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엔진 형상을 더 날씬하게 만들기 좋다. 그러나 복잡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엔진 자체는 냉각용 액체로 식게 하지만, 결국 이 냉각액 자체도 어떻게든 식혀야 한다(엔진을 식히는 대신 냉각액의 온도는 올라가는 것이니).
[나란히 비행중인 P-51D(왼쪽)과 P-47D(오른쪽). P-51 무스탕은 앞서 본 것처럼 액랭식 엔진을 사용하는 반면, P-47은 공랭식 엔진을 사용한다. P-51의 경우에는 기수 부분을 뾰족하고 가늘게 만들었지만, P-47은 엔진 자체가 굵은데다가 이것이 공기를 많이 받도록 하기 위해서 동체 앞부분이 두툼하게 생겼다(물론 P-47이 동체가 굵은 이유는 이것 말고도 복잡한 터보수퍼차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동차에서도 그렇듯 액랭식 항공기 역시 라디에이터를 달아서 엔진을 식힌다(다만 항공기는 대개의 경우 라디에이터에 팬을 달지는 않는다. 간혹 가만히 서있거나 느리게 주행하는 자동차와 달리, 항공기는 항상 앞으로 전진하니 계속 라디에이터를 식힐 바람이 들어온다). 엔진용 라디에이터 역시 결국에는 바람을 받아서 냉각액을 식히는 것이므로 이것도 바람을 많이 받는 형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공기저항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공기를 덜 받아서 저항을 작게 설계했다가는 엔진냉각 효율이 나빠서 엔진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항공기 설계자들은 (특히 공기역학 설계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라디에이터를 바람을 잘 받도록 설계 한다. 보통 이 라디에이터는 전투기의 경우 날개 밑이나 동체 아래, 혹은 기수쪽에 설치되었다.
무스탕 설계자들은 이 라디에이터를 무스탕의 동체 아랫부분에 설치했다. 덕분에 무스탕은 동체 아래쪽이 통통한 형태다. 얼핏 보면 무스탕의 이 통통한 아랫배 역시 공기저항을 유발 할 것 같지만, 사실 무스탕의 경우에는 여기서 도리어 추가적인 추력을 만들어 냈다.
라디에이터를 식히기 위해 냉각장치로 들어온 공기는, 라디에이터의 열을 뺏는 대신 그 스스로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가 올라간 공기란 바꿔 말하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공기로,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란 뜻이 된다. 보통은 이 에너지를 가진 공기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바깥으로 배출되지만, 무스탕 설계자들은 이 공기를 항공기 밖으로 그냥 내보내지 않았다. 마치 제트엔진의 배출구처럼 무스탕의 냉각장치 뒤쪽을 설계하여 이 뜨겁게 데워진 공기를 뒤쪽으로 분사시켰던 것이다.
[P-51D의 라디에이터 부분의 단면 모습. 항공기가 앞으로 비행하면 라디에이터용 공기흡입구를 통해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밀려들어온 공기는 라디에이터의 열을 빼앗아 이것을 식히는 한편, 그 스스로는 열, 즉 에너지를 가진 상태가 된다. 이 공기를 라디에이터 뒤쪽의 분사구로 내보내면 마치 제트엔진처럼 추가적인 추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라디에이터를 지난 공기는 뒤쪽으로 갈수록 다른 여타의 전투기들은 라디에이터 때문에 적든 많든 공기저항이 커졌는데, P-51은 이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도리어 공기저항을 이기는 추력을 만들어 냈다.]
물론 라디에이터를 통과해서 뜨거워진 공기는 제트엔진 수준으로 공기가 가열/팽창되는 것이 아니므로 엄청난 추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라디에이터 때문에 생기는 공기저항은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한 추력을 만들어 냈으며, 고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엔진의 힘이 500마력 정도 추가된 효과를 보였다.
층류날개와 함께 이 무스탕 특유의 냉각장치는 무스탕이 고속으로 비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P-51의 라디에이터 공기흡입구. 이 부분의 형상은 P-51의 버전별로 조금씩 다르며, 사진속의 것은 P-51D의 라디에이터 공기흡입구다. 안쪽에 공기흡입구의 구조를 보강하기 위한 지지대도 살짝 보인다. 공기흡입구가 동체로부터 살짝 떨어져 있는 이유는 동체를 타고 흘러온 공기는 동체와의 공기마찰로 인해 일종의 에너지를 잃은 공기흐름이 되어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기흡입구와 동체 사이를 띄우는 방식의 설계는 현대의 제트전투기의 공기흡입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
[P-51의 라디에이터 뒤쪽 부분. 라디에이터를 통과하여 뜨거워진 공기는 이 부분을 통하여 바깥으로 나온다. 이 부분은 라디에이터의 냉각능력 등을 고려하여 배출구를 넓게, 혹은 좁게 조절할 수 있다(사진의 배출구는 현재 넓어진 상태다)]
라디에이터를 식히는 공기 이외에, 왕복엔진 항공기에는 또 한 가지 뜨거운 공기가 나오는 곳이 있다. 바로 엔진의 배기구다. 이 ‘에너지가 넘치는 공기’를 그대로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었기에 항공기 설계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이것을 써먹었다. 대표적으로는 앞서 잠깐 언급하였던 터보 수퍼차저 같은 활용 방안이 있으며, 또 다른 것으로는 위에 설명한 냉각장치처럼, 이 엔진의 배기가스도 추력을 만드는데 쓰는 방법이 있다.
[초기의 P-51A 등에서 볼 수 있던 엔진 배기구 형상. 납작하면서도 뒤로 향한 배기구를 통해 나온 뜨거운 공기는, 조금이나마 추진력을 만들어 내었다.]
2차 대전의 중, 후반에 등장하는 전투기들의 엔진 배기구는 대부분 뒤를 향해 나있으며, 끝이 납작한 경우도 많다. 이 부분이 이렇게 설계된 이유는 제트엔진의 배기구처럼 엔진의 배기가스를 뒤쪽 방향으로 가속시키기 위해서다. 이것 역시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약간의 추력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별로 큰 어려움 없이. 무스탕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이런 추력을 만들어 내는 배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P-51D의 엔진 배기구. P-51A의 것과 달리 납작한 형태는 아니다. 배기구는 P-51A에 비하면 동체 뒤쪽을 향하기보다는 비스듬히 옆으로 향하고 있다. 아무래도 P-51A의 것에 비하면 만들어내는 능력 자체는 뒤처질 수 있으나, 대신 배기가스가 동체 바로 옆으로 흐르지 않으므로 이것의 열기로 인해 엔진 및 내부 구성품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는 1964년 무스탕이라는 이름의 차를 처음 내놓았으며, 이 무스탕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계속 생산 중이다. 이 차의 이름은 바로 P-51 무스탕에서 따온 이름이다. P-51 무스탕의 팬이었던 한 포드사의 개발자가 이 이름을 신차의 이름으로 제안했던 것이다. 이 무스탕은 크게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무스탕의 영향을 받은 차들은 ‘포니 카’(Pony Car : Pony는 조랑말이란 뜻, 참고로 무스탕은 야생마)라고 불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던 차, 포니와는 관계가 없다.
[포드 자동차의 무스탕. 사진속의 물건은 초기모델로, 요즈음 나오는 무스탕 시리즈에 비하면 아무래도 클래식한 느낌이다. 이 무스탕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비슷한 형태의 차를 내놓기 시작했으며, 이런 차들을 사람들은 포니카라 불렀다.]
[우리가 종종 입는 가죽옷 중에도 무스탕이라 부르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표현이다. 양가죽 중에서도 어른 양의 가죽을 가지고 양쪽 면을 다 쓸 수 있게 한 것으로, 원래 국제적으로는 더블 페이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이것을 수입할 때 무스탕이란 상표가 붙은 양가죽이 주로 들어왔고, 이것 때문에 무스탕은 곧 양가죽 자체 내지 이것으로 만든 옷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 버렸다.]
흔히 무스탕이라 부르는 스타일의 옷. 바깥쪽은 양가죽이지만 안쪽은 양털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외국에서는 주로 더블 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형태의 가죽으로, 국내에 무스탕이란 상표의 가죽원단이 많이 들어와서 국내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가죽이 무스탕으로 굳어 버렸다. 공교롭게도 2차 대전중 조종사용 옷으로도 널리 쓰였던 형태의 옷이라(사진속의 것도 조종사용 옷이다) 혹시 무스탕 전투기와 연관이 없을까 알아봤으나 아무래도 이것과는 관계가 없는 듯하며 이런 스타일의 옷을 우리나라 이외의 나라에서는 무스탕이란 이름으로 부르지도 않는다.
[만화 좋아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보셨을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에서도 무스탕이 나온다. 국내 번역판에서는 좀 더 원어 발음에 가까운 머스탱으로 번역해놓은, 로이 머스탱이란 캐릭터의 이름은 바로 P-51에서 따온 것이다. 이 만화의 작가는 만화 속에 등장하는 군인 캐릭터들에게 전투기나 항공기 제작사, 혹은 개발자 이름을 붙이고 있다.]
첫댓글 헐.. 머스탱 두대가 붙어 있는 버젼도 있었군요 --; 재밌네요 정말 그나 저나 올 1월에 바로 미국 루카스아트에서 제작한 머스탱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가 개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타이밍이 절묘한것 같습니다!
타미야, 하세가와, 아카데미에서 하나같이 터스키기 에어맨 시리즈를 유사신제품으로 내놓은 이유가 바로 그 영화 <Red Tails> 때문입니다. 일종의 영화 특수를 노리고 있는 거지요.
참고로 트윈무스탕은 한국전에서 최초로 북한군 기체를 격추한 기종이기도 합니다. :)
트윈 무스탕이라고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건데.. 사실 전투기로서 그렇게 매력은 없었는듯.. 대부분의 쌍발기가 그렇듯.. 항속거리는 늘었지만 그넘의 기동성이 문제였고.. 2차대전 말엽에 등장하여 별쓸모없이 있다 한국전쟁에서 야간공격기로 출현 박성호님말대로 북한군이 몰던 YAK-9 를 격추했고.. 이에 열받은 소련공군이 직적 참전한 계기가 되었지..터스키기 에이맨이라.. 기대되네요.. 그럴라고 리뷰만든건 아니엿는데 진짜 타이밍이 딱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