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인간의 마음으로 온다.” 이반 일리치.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풍요로운 추석이지만 우리 손님들인 노숙하는 분들에게는 찬바람 뿐입니다.
추석 다음날 아침의 우리 손님들의 식사 시간은 유독 깁니다. 배가 너무 고팠답니다. 손님들이 두 번이나 접시에 듬뿍 담아서 드십니다.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는 손님들은 더 애가 탑니다. 어서 빈자리가 나갈 간절히 기다립니다.
오늘은 성가소비녀회 다섯 분 수녀님이 오셨습니다. 팔 걷어붙이고 반찬 만들어 주십니다. 동태전, 가지전, 애호박전, 새송이전... 등등. 오랜만에 손님들이 명절 음식을 맛있게 드십니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어느 할아버지는 마누라가 떠난 지 7년이나 되었답니다. 배가 고파서 왔다고 합니다. 노엘라 할머니는 3년 전에 할아버지가 암으로 떠나셨고... 쌀을 얻으러 오셨습니다. 쌀을 20킬로. 한 포 드리면서, 식사하고 가시라 했습니다. 명절에도 송편을 맛보지 못했다 합니다. 참 맛있다고 몇 번이나 인사합니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분이 술이 많이 취해서 왔습니다. 손님들이 조금 한가해질 때까지 송편과 요구르트를 먹으면서 기다리게 했습니다. 고맙게도 얌전히 기다려서 식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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