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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서단(해맞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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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史추사김정희 스크랩 추사선생 시 모음
古方 추천 0 조회 1,452 18.04.18 04: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추사선생 시 모음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秋史추사김정희 秋風八首次杜韻 가을바람을 주제로 두보의 운을 차한 여덟 수 西嶽黃雲起暮鴉 度溪寒雨定飛沙 서악황운기오아 도계한우정비사 陰霏疊嶂迷孤樹 煙火重城冷萬家 음비첩장미고수 연화중성냉만가 縋屋老瓜餘敗蔓 緣階弱蘚洗團花 추옥노과여패만 연계약선세단화 當牕獨醉憑誰解 金鴨銷時點晩茶 당창독취빙수해 금압소시점만다 서산 위의 누런 구름 저녁 까마귀 일어날 제 / 西嶽黃雲起暮鴉 시내 건넌 차가운 비 모래알이 날리누나 / 度溪寒雨定飛沙 음산한 첩첩 산중 외론 나무 흐릿하고 / 陰霏疊嶂迷孤樹 겹성에 밥짓는 연기 집집마다 싸늘하다 / 煙火重城冷萬家 지붕에 매인 늙은 오이 시든 덩굴 남았고 / 縋屋老瓜餘敗蔓 섬돌에 덮인 연한 이끼 꽃무늬가 바래졌네 / 緣階弱蘚洗團花 창가에 홀로 취한 술 무엇으로 해소할꼬 / 當牕獨醉憑誰解 향로 연기 사라질 때 저녁 차를 맛본다오 / 金鴨銷時點晩茶 우사연등(芋社燃燈) 초의란 늙은 중이 먹에서 참선하여 / 草衣老衲墨參禪(초의노납묵참선) 등 그림자 심심(心心)에 먹 그림자 둥글었네 / 燈影心心墨影圓(등영심심묵영원) 등 불꽃 베낼세라 그대로 한 번 도니 / 不剪燈花留一轉(부전등화유일전) 천연스런 연꽃이 불 속에서 솟아나네 / 天然擎出火中蓮(천연경출화중연) 유초의선(留草衣禪) 눈앞의 조주차를 공짜로 마셔대고 / 眼前白喫趙州茶(안전백끽조주다) 손 속에는 굳건히 범지화를 쥐었다네 / 手裏牢拈梵志華(수리로념범지화) 외친 뒤에 귓문이 차츰차츰 젖어드니 / 喝後耳門飮箇漸(갈후이문음개점) 봄바람 어드멘들 산가가 아니리오 / 春風何處不山家(춘풍하처불상가) 추일만흥(秋日晩興) 3수 稻黃蟹紫過京裏 秋興無端鴈□邊 도황해자과경리 추흥무단안구변 最是漁亭垂釣處 任放沙禽自在眠 최시어정수조처 임방사금자재면 銀河當屋柳旗斜 喜事明朝占燭華 은하당옥유기사 히사명조점촉화 佳客來時多酒食 夜光生白吉祥家 가객래시다주식야광생백길상가 碧花無數出堦頭 占斷山家第一秋 벽화무수출계두 점단산가제일추 榴後菊前容續玩 壯元紅是竝風流 류후국전용속완 장원홍시병풍류 도황 해자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 稻黃蟹紫過京裏(도황해자과경리) 기러기 나는 -원문 결- 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네 / 秋興無端鴈□邊(추흥무단안구변) 어정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에 / 最是漁亭垂釣處(최시어정수조처) 갈매기 해방인 양 자유로이 조으누나 / 任放沙禽自在眠(임방사금자재면) 지붕머리 은하수라 유기는 빗겼는데 / 銀河當屋柳旗斜(은하당옥유기사) 내일 아침 기쁜 일을 촛불꽃이 알려주네 / 喜事明朝占燭華(히사명조점촉화)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을 테니 / 佳客來時多酒食(가객래시다주식) 길한 상서 집에 가득 밤 빛도 하얗구나 / 夜光生白吉祥家(야광생백길상가) 이끼 꽃 수도 없이 댓돌머리 솟아 나니 /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산 집의 제일 가을 짐작하고 남겠구만 /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석류 뒤 국화 앞에 구경거리 잇따르니 /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장원홍 저게 바로 풍류를 아울렀네 /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초량(初涼) 능각진 봉우리는 여위고 푸르다면 / 楞楞山出瘦靑意(릉릉산출돌청의) 슬슬한 가는 물살 깁 무늬 흐르누나 / 瑟瑟波明經縠流(슬슬파명경곡류)(縠=고운비단곡) 또렷또렷 먼 하늘에 외론 꿈 꼿꼿한데 / 的的遙天孤夢直(적적요천고몽직) 여기저기 이슬 땅엔 온갖 벌레 가을 소리 / 頭頭露地百蟲秋(두두로지백충추) 민 행대장의 서장관 행차를 보내다 [送閔行臺丈書狀之行] 인생이 황하수를 건너지 못할진대 / 人生未得渡黃河(인생미득도황하) 요연에 가 본 이도 그 또한 많지 않소 / 看到遼燕亦不多(간도료연역불다) 지구를 감돌자면 무릇 얼마나 될고 / 繞出地毬凡幾許(요출지구범기허) 호도껍질 그 속에서 때 놓칠 걸 한탄하네 / 胡桃殼裏歎蹉跎(호도각리탄차타) 우통(尤侗) 시인 옛제 부른 죽지사를 읽어보면 / 尤家昔唱竹枝詞(우가석창죽지사) 우리 동방 사이와 다르단 걸 알았거든 / 解識吾東異四夷(해식오동이사이) 사모라 판포를 다투어 곱게 보며 / 紗帽版袍爭艶看(사모판포쟁염간) 구주의 백성들이 곧 한관의 위의라고 / 九疇人是漢官儀구주인시한관의) 때마침 이역에서 가을 바람 만난다면 / 恰從異域過秋風(흡종이역과춘풍) 좋은 국화 시든 난초 생각이 많을밖에 / 佳菊衰蘭思不窮(가국애란사불궁) 정녕히 알고말고 요양성 바깥 길에 / 定識遼陽城外路(정식료양성외로) 돌아가는 제비가 오는 기럭 원망하리 / 儘敎歸燕怨來鴻(진교귀연원래홍) 서쪽 이웃의 이씨 노인에게 장난삼아 바치다 [戲呈西隣李叟】 백발로 즐거움 없어 자다 말고 길이 탄식하노니 / 白髮無歡寤歎長(백발무환오탄장) 서쪽 이웃 작은 모임에 좋은 자리 부러워라 / 西隣小集羨淸芳(서린소집선정방) 느릅나무 잎새 떨어져 산집은 고요하고 / 枌楡葉脫山齋靜(분류엽탈산재정) 무를 쪄서 만든 사일의 떡이 향기롭네 / 蘿菔蒸成社餠香(라복증성사병향) 좋은 모임은 오늘 밤 달만큼 푸짐할 수 없고 / 嘉會莫饒今夜月(가회막요금야월) 덧없는 인생은 흥취가 소년에게만 있다오 / 浮生只在少年場(부생지재소년장) 아래께 비바람이 거듭 머리를 돌리어 / 向來風雨重回首(향래풍우중회수) 수척한 국화꽃이 이미 절반이나 상하였네 / 瘦損黃花半已傷(수손황화반이상) 초가을에 대하여 여덟 가지를 읊다 [新秋八詠] 도화세풍(稻花細風) 이삭에 실바람 불어라 완전히 기울지 않아 / 細風吹穗未全斜(세풍흡수미전사) 흔들리는 벼 야로의 집 울타리와 가지런한데 / 䆉稏平籬野老家(?아평리야노가) 담록색 벼 열매는 아직 잎 속에 숨어 있고 / 淡綠稃胎猶隱葉(담록부태유은엽) 노르스름한 분가루는 꽃이라 이름하네 / 微黃粉屑强名花(미황분설강명화) 늙은이는 기뻐하며 갠 하늘 백로를 바라보고 / 叟心喜悅看晴鷺(수심희열간청로) 논 매던 손은 석양까지 한가히 조는도다 / 耘手閑眠到夕鴉(운수한면도석아) 이곳이 바로 소요하며 날 보내기 좋아라 / 是處消搖堪遣日(시처소요감견일) 권세의 길은 위험해라 기아가 있고말고 / 勢途危險有機牙(세도위험유기아) 호리미월(瓠籬微月) 죽죽 뻗는 박넝쿨에 박 열매 드리웠는데 / 瓠葉灕灕瓠子垂(호엽리리호자수) 반 갈고리 초승달이 집 서쪽에 기울었어라 / 半鉤新月屋西敧(반구신월옥서?) 두어 흔적 희미한 달은 막 봉오리 펼쳤는데 / 數痕微白初開萼(수흔미백초개악) 한 그물 푸르름엔 울타리를 분별 못 하겠네 / 一罩純靑不辨籬(일조순청불변리) 문에 나부끼는 나방은 박쥐 날개를 따르고 / 閃戶飛蛾隨蝠翼(섬호비아수복익) 마당에 앉은 늙은 개는 노인과 짝하였도다 / 坐庭老犬伴鷄皮(좌정노견반계피) 가을이라 술 빚어 술병을 기울이나니 / 秋來酒熟傾壺口(추래주숙경호구) 융왕이 월지로 술 마신 것 부럽지 않네그려 / 未羨戎王飮月支(미선융왕음월지) 초근충음(草根蟲吟) 벌레 소리 가을 뜻은 둘 다 흔적이 없고 / 蟲聲秋意兩無痕(충성추의양무흔) 기와 그림자 비껴 흘러 들집은 어둑한데 / 瓦影斜流野閣昏(와영사류야각혼) 선명한 뜨락 모래엔 이슬 방울이 맺히고 / 的歷庭沙生露眼(적력정사생로면) 움직이는 숲 달은 담장 밑을 비추누나 / 婆娑林月照墻根(파사림월조장근) 절로 굳은 절개 있어 경쇠 치길 좋아한 거지 / 自應硜節欣敲磬(자응갱절흔고경) 어찌 깊은 원한 있어 은총 못 입은 걸 한하랴 / 豈有深冤恨覆盆(개유심원한복분) 부질없이 인간의 게으른 아낙만 놀래킬 뿐 / 空向人間驚懶婦(공향인간경뢰부) 천손까지 재촉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네 / 不聞催促到天孫(불문최촉도천손) 수초형비(樹梢螢飛) 남은 안개비 뚝뚝 떨어져 거친 들 적시어라 / 餘霏滴瀝濕荒郊(여비적력습황교) 반딧불이 빛을 날리며 띠지붕을 지나네 / 熠熠飛光度屋茅(습습비광도옥모) 담 머리에 구름이 짙어 갈 길을 놓쳤다가 / 垣角雲沈迷去路(원각운침미거로) 뻘밭에 바람이 그치자 새순에 와서 앉아라 / 塘坳風定妥新梢(당요풍정타신소) 풀 사이 요란하게 반짝인 건 상관할 바 아니요 / 非關草際千星亂(비관초제천성난) 꽃 사이에 한 점 붙어 있는 걸 사랑하나니 / 自愛花間一點膠(자애화간일점교) 서리 오고 낙엽질 때가 참으로 염려되어라 / 霜後飄零眞可念(상후표령진가념) 굴도 없고 둥지도 없는 네가 가련쿠나 / 憐渠無穴又無巢(인거무혈우무소) 고림창흔(高林漲痕) 맑고 푸른 가을 강에 한 상앗대 깊어라 / 秋江湛碧一篙深(추강담벽일호심) 지난 일 어리둥절하여 찾아 낼 길이 없구려 / 往事如狂不可尋(왕사여광불가심) 수숫잎은 바람에 한들한들 절벽에 붙어 있고 / 薥葉裊風棲峻壁(촉엽뇨풍서준벽) 띠뿌리는 흙을 띤 채 높은 숲에 엉겨 있네 / 茅根帶土上穹林(아근대토상궁림) 쪽 곧은 평행선 물줄기는 누인 베를 가로놓은 듯 / 平行一字疑橫練(평행일자의횡련) 꺾여 가닥진 가지는 거문고줄 걸기에 알맞으리 / 衝折丫枝合掛琴(충절아지합괘금) 상전벽해 천지개벽이 잠깐 사이의 일이니 / 靑海黃塵彈指事(청해황진탄지사) 목로집에서 주머니돈 아낌없이 털어 마시세 / 壚頭莫惜倒囊金(로두막석도낭금) 현애초식(懸崖樵蝕) 기러기 줄 고기 비늘처럼 나란히 열을 지어 / 雁齒魚鱗隊隊排(안치어인대대배) 슬픈 노래 호쾌한 피리로 나루를 함께 이르네 / 哀歌豪笛渡頭偕(애가호적도두혜) 책 뜯어 먹는 좀벌레가 붉은 절벽을 타고 오른 듯 / 齮書小蠹緣丹壁이서소두연단벽) 뽕잎 갉아먹는 봄 누에가 푸른 비탈을 오른 듯 / 蝕葉春蠶上翠厓(식엽춘잠상취애) 등 뒤에 붉게 쌓인 건 새 싸리나무이고요 / 背後赤攢新楛矢(배후적찬신고시) 손 끝에 늘어진 푸른 빛은 늙은 소나무 가장이라네 / 指端靑落古松釵(지단청낙고송채) 해마다 산간 초막집에 머무는 날이면 / 年年草棲山日(년년초루서산일) 맑은 이슬 가을 바람 기후가 변함없구려 / 玉露飊金氣不乖(옥로표금기불괴) 또, 잡초는 말끔하여 머리를 막 깎은 듯하고, 나뭇짐은 때로 반쯤 기운 비녀 같기도 하네 [雜草淨如新剃髮 橫槎時有半欹釵]. 둥그런 흔적은 마치 용린 거울을 대한 듯하고, 두 길은 때로 연미의 가장귀처럼 나누이네 [圓痕宛對龍鱗鏡, 兩路時分燕尾釵]. 석계완의(石溪浣衣) 하늘은 청명하고 해는 중천에 떴는데 / 玉宇澄明日未西(옥우징명일미서) 모든 집이 빨래하러 일제히 이르러라 / 千家洴澼到來齊(천가병벽도래제) 열 폭의 옷은 온 바위를 덮어 펼쳐져 있고 / 十綪衣鋪包全石(십천의포포전석) 수많은 방망이 소리는 온 시내를 부술 듯하네 / 百杵聲高碎一溪(백저성고쇄일계) 분주한 붉은 다리는 빈사의 여자종이요 / 赤脚亂行貧士婢(적각난행빈사비) 고개 숙인 검은 머리는 장사꾼의 아내로세 / 鴉鬟低首賈人妻(아양저수가인처) 황혼에 빨래통 이고 늦게야 돌아오노라면 / 黃昏戴白携歸晩(황혼대백휴귀만) 사립문 안 홀만한 방에서 아이가 울어대네 / 蓽戶兒啼小似圭(필호아제소사규) 사정쇄망(沙汀曬網) 은하수 새벽에 하늘 가득한 별 옮기어라 / 明河曉轉滿天星(명하효전만천성) 해 뜬 어부의 집에 버들잎이 푸르른데 / 日出漁家柳髮靑(일출어가류발청) 발 틈으로는 맑고 푸른 물이 환히 비치고 / 麂眼映開澄綠水(궤안영개징록수) 고기 비린내는 실바람 백사장에 진동하누나 / 魚腥吹動細風汀(어성취동세풍정) 희미한 그물 그림자는 지나는 나비를 놀래키고 / 熹微絲影驚過蝶(희미사영경과접) 선명한 모래빛은 반딧불처럼 반짝이어라 / 的歷沙光閃亂螢(적역사광섬난형) 낮엔 말리고 밤엔 담그며 세월을 보내노니 / 晝晒宵沈銷歲月(주쇄소침소세월) 이 가운데서 꽤나 심령을 기를 만하네 / 此中多小養心靈(차중다소양심령) [秋日海尉至前江泛月] 가을에 해거 도위가 왔으므로 달밤에 앞 강에서 배를 띄우다 달을 내고 나서 강을 내었으니 / 生月乃生江(생월래생강) 하늘의 의사가 분명하도다 / 天公意分明(천공의분명) 금물결 갑자기 번쩍번쩍 빛나니 / 金波忽瀲灩(금파홀렴염) 그 누가 놀라 부르짖지 않으리오 / 何人不叫驚(하인불규경) 바람 물결이 벽옥을 갈아 내니 / 風漪碾碧玉(풍의연벽옥) 비루한 사내가 당장 청수해지네 / 鄙夫立地淸(비부입지청) 황제가 처음 배를 만들 때에 / 黃帝作舟時(황제작주시) 작은 배를 응당 먼저 만들어 / 艓子應先成(접자응선성) 이 경쾌한 물건을 물에 띄우고 / 泛此輕快物(범차경쾌물) 용이하게 선경에 당도했으리 / 容易抵瑤京(용이저요경) 왕성엔 십만 가호나 모여 살아 / 王城十萬家(왕성십만가) 연기가 늘 자욱이 끼어 있으니 / 煙火常相縈(연화상상영) 아무리 좋은 관현악이 있은들 / 縱有絲與竹(종유사여죽) 어떻게 맑은 소리를 낼 수 있으랴 / 何能發淸聲(하능발청성) [次韻李淸風 復鉉 秋日相過之作] 이청풍 복현 이 가을에 찾아와 지은 시에 차운하다 서루에 홀로 서니 생각이 아득했는데 / 獨立書樓思渺然(독립서루사묘연) 나루터 석양 아래 나그네가 배를 돌려라 / 渡頭殘照客回船(도두잔조객회선) 단풍잎 한 숲 속엔 소가 걸어다니고 / 一林黃葉牛行路(일림황엽우행로) 만 조각 찬 구름 아랜 기러기 울며 날아가네 / 萬片寒雲雁叫天(만편한운안규천) 늙은이 필력 신기하여 흐린 눈 닦고 보고 / 老筆有神揩病眼(노필유신개병안) 가을 산은 그림 같아 읊는 어깨 솟구쳐라 / 秋山如畫聳吟肩(추산여화용음견) 도주의 시구를 누가 능히 화답하리요 / 道州詩句誰能和(도주시구수능화) 산음의 이현편에 부끄럽기 그지없네 / 慚愧山陰理縣編(참괴산음리현편) [九月二日惺叟至] 구월 이일에 성수가 오다 단풍잎 국화꽃 아래 홀로 누각 기대 있는데 / 病葉寒花獨倚樓(병엽한화독의루) 조용히 노 저어라 황혼에 남주를 들렀네 / 黃昏柔櫓過藍洲(황혼유로과람주) 풀벌레는 산창의 밤에 함께 울어대고 / 草蟲同語山窓夕(초충동어산창석) 벼논의 게는 멀리 택국의 가을이 생각키네 / 稻蟹遙憐澤國秋(도해요련택국추) 상락주는 새로 빚어 초하룻날 마셨건마는 / 桑落新醅聊朔飮(상낙신배료삭음) 유랑하는 행색은 또 남녘으로 발길 돌려라 / 蓬飄行色又南輈(봉표행색우남주) 인생의 떠돌이 생활 원래 정처가 없으니 / 人生契闊元無定(인생계활원무정) 몇 번이나 협곡에 내린 배를 맞이할런고 / 能幾重迎下峽舟(능기중영하협주) 흰구름[白雲] 갈바람이 흰구름에 불어 / 秋風吹白雲(추풍취백운) 하늘에 가려진 것 하나 없네 / 碧落無纖翳(벽낙무섬예) 이 몸도 갑자기 가벼워져서 / 忽念此身輕(홀념차신경) 훌쩍 날아 세상을 나가고 싶어 / 飄然思出世(표연사출세) 오징어 노래[烏鰂魚行]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 烏鰂水邊行(오즉수변행)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 忽逢白鷺影(홀봉백로영)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 皎然一片雪(교연일편설)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 炯與水同靜(동여수동정)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 擧頭謂白鷺(거두위백로)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 子志吾不省(자지오불성)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 旣欲得魚噉(기욕득어담)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하는가 / 云何淸節秉(운하청절병)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 我腹常眝一囊墨(아복상저일낭묵) 한 번만 뿜어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 一吐能令數丈黑(일토능령수장흑)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 魚目昏昏咫尺迷(어목혼혼지척미)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 掉尾欲往忘南北(도미욕왕망남북)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 我開口呑魚不覺(아개구탄어불각)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 我腹常飽魚常惑(아복상포어상혹)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 子羽太潔毛太奇(자우태결모태기) 위 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 하겠나 / 縞衣素裳誰不疑(호의소상수불의)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 行處玉貌先照水(행처옥모선조수)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 魚皆遠望謹避之(어개원망근피지)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 子終日立將何待(자종일입장하대)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 子脛但酸腸常飢(자경단산장상기)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 子見烏鬼乞其羽(자견오귀걸기우)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 和光合汙從便宜(화광합오종편의)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 然後得魚如陵阜(연후득어여능부)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 啗子之雌與子兒(담자지자여자아)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 白鷺謂烏鰂(백로위오즉)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 汝言亦有理(여언역유리)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 天旣賦予以潔白(천기부여이결백)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 予亦自視無塵滓(여역자시무진재)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 豈爲充玆一寸嗉(기위충현일촌소)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 變易形貌乃如是(변이형모래여시)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 魚來則食去不追(어래칙식거불추)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 我惟直立天命俟(아유직립천명사) 오징어가 화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 烏鰂含墨噀且嗔(오즉함묵손차진)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 愚哉汝鷺當餓死(우재여로당아사) [遷居八趣] 금호자고(金壺字考) 귀양살이에서의 여덟 가지 취미생활에, 천인(遷人)은 적객(謫客)을 이른 것이라고 하였음 서풍은 집을 지나서 오고 / 西風過家來(서풍과가래) 동풍은 나를 지나서 가네 / 東風過我去(동풍과아거) 바람 오는 소리만 들릴 뿐 / 只聞風來聲(지뭉풍래성) 바람 이는 곳은 볼 수가 없어 / 不見風起處불견풍기처) 위는 바람을 읊은 것[吟風](음풍) 밝은 달이 동해에 떠오르면 / 明月出東溟(명월출동명) 금물결이 만리를 일렁이는데 / 金波盪萬里(금파탕만리) 어찌하여 강 위에 뜬 달은 / 何如江上月(하여강상월) 적막하게 그 강물만 비춰줄까 / 寂寞照江水(적막조강수) 위는 달을 노래한 것[弄月](롱월) 뜻이 있어 구름을 보는 것도 아니며 / 有意不看雲(유의불간운) 뜻없이 구름을 보는 것도 아니라네 / 無意不看雲(무의불간운) 뜻이야 있거나 없거나 간에 / 聊將有無意(료장유무의) 석양이 되도록 바라본다오 / 留眼到斜曛(유안도사훈) 위는 구름을 보는 것[看雲](간운) 고향이 예서 팔백 리나 되어 / 家鄕八百里(가향팔백리) 개거나 비오거나 그게 그거로되 / 晴雨無增損(청우무증손) 갠 날은 왠지 가깝다 싶고 / 晴日思如近(청일사여근) 비오는 날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 雨日思如遠(우일사여원) 위는 비를 대했을 때[對雨](대우) 북극이 땅 위로 솟은 것이 / 北極之出地(북극지출지) 천리에서 사도가 틀린다는데 / 千里差四度(천리차사도) 그래도 망향대에 올라 / 猶登望鄕臺유등망향대) 서글픈 심사로 해 지도록 있다 / 怊悵至日暮(초창지일모) 위는 산에 오르는 것[登山] 흐르는 물 저절로 흘러가며 / 流水自然去(유수자연거) 가도 가도 막힘이 없누나 / 活活無阻礙(활활무조애) 생각하면 천지가 창조될 때 / 憶得鴻荒初(억득홍황초) 산이 무너져 사태가 났던가보지 / 丘陵有崩汰(구능유붕태) 위는 물에 갔을 때[臨水] 백 가지 꽃 다 꺾어서 봐도 / 折取百花看(절취백화간) 우리집 꽃만은 다 못하네 / 不如吾家花(불여오가화) 그는 꽃이 달라서가 아니라 / 也非花品別(야비화품별) 다만 우리집에 있기 때문이야 / 秪是在吾家(지시재오가) 위는 꽃을 찾는 것[訪花] 실버들 천 가지 만 가지 / 楊柳千萬絲(양류천만사) 가지마다 모두가 청춘이로세 / 絲絲得靑春(사사득청춘) 그 가지들 봄비에 젖으면 / 絲絲霑好雨(사사점호우) 가지가지 사람 괴롭게 만든다네 / 絲絲惱殺人(사사뇌살인) 위는 버들을 찾는 것[隨柳] [菊花同徯父无咎竹欄宴集 국화 시절에 혜보ㆍ무구와 함께 죽란사에서 모임을 갖다 옛날의 국화주를 / 舊日黃花酒 금년에는 조금만 기울이네 / 今年只細傾(금년지세경) 남쪽 언덕에서는 예를 익히고 / 南皐猶讀禮(남고유독예) 동쪽 산협으로 밭 갈러 왔다오 / 東峽已歸耕(동협이귀경) 성중의 풍류 맛은 떨어지고 / 城邑風流減(성읍풍류감) 산 속이래야 기상이 원만하지 / 山林氣象贏(산림기상영) 국화 향기 아직은 남아 있어도 / 幽香雖未歇유향수미헐) 계절은 이미 겨울로 가는구나 / 亦旣歲崢嶸(역기세쟁영) [花下獨酌憶金正言 商雨 簡寄] 꽃 아래서 혼자 마시며 정언 김상우를 생각하며 시를 써 부치다 국화 아래서 혼자 잔질하며 / 獨酌黃花下(독작황화하) 머나먼 곳 사람 생각하네 / 迢迢憶遠人(초초억원인) 궁벽한 땅 누구와 함께 있을까 / 地偏誰共住(지편수공주) 해 저물어 국화 너를 가까이하리 / 歲暮汝爲親(세모여위친) 살짝 취해 시름 잠시 잊었더니 / 薄醉排愁暫(박취배수잠) 밝은 가지 새롭게 눈에 비치네 / 明枝照眼新(명지조안신) 전해 듣기에 많은 백발들이 / 傳聞多白髮(전문다백발) 쓸쓸히 강가에 가 누웠다네 / 寥落臥江濱(요낙와강빈) 꽃 아래서 홀로 잔질하다[花下獨酌] 오모 차림으로 갈바람 속에서 / 烏帽秋風裏(오모추풍리) 국화 앞에 쓸쓸히 앉아 있네 / 蕭然坐菊花(소연좌국화) 그윽이 풍기는 너무 예쁜 색이 / 絶憐幽艶色(절연유염색) 고적한 사람 위로를 해 준다 / 能慰寂寥家(능위적요가) 빛나는 태양 아래 누렇게 널려 있고 / 黃擺輝輝日(황파휘휘일) 담담한 석양 놀에 분홍빛 간들거리네 / 紅吹澹澹霞(홍취담담하) 석공은 지금 보이지 않고 / 石公今不見(석공금불견) 맑은 그림자 제멋대로 누워 있구나 / 淸影任橫斜(청영임횡사) 음주(飮酒) 국미는 취하게 만들어 좋고 /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운화는 안기를 비스듬히 하지 / 雲和抱更斜(운화포경사)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 않아 /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만물 형태도 변함이 없겠으랴만 / 物態寧無變(물태영무변) 어이하여 우리 인생 한계가 있을까 /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뜰에 옮겨 가는 해 그림자를 보게 /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꽃 그림자 몇 가지로나 갈라지는가 /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좋은 말들 앞 다투어 들어오고 /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고관들 와 집에 가득하면 /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짐짓 술집 곁으로 간다네 /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마셔도 끄떡없어야 비범한 자이지만 / 牢落聊全性(로낙료전성)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지 /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자기 만족이 그저 제일이니 /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우묵한 잔이라도 웃질랑 말게 /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自溫臺下汎月] 자온대 밑에서 달밤에 뱃놀이를 즐기며 이처럼 맑디맑은 강 위의 달을 / 江月淸如此(강월청여차) 인간 중에 그 뉘와 구경을 할꼬 / 人間誰與看(인간수여간) 푸른 하늘 너무도 아름다운데 / 碧天容宛轉(벽천용완전) 가을 강물 똑같이 어우러졌네 / 秋水共闌干(추수공란간) 오늘밤에 호방한 놀이 이루어 / 廓落成今夜(곽낙성금야) 타향에서 잠시 잠깐 즐거움 누리네 / 飄零得暫歡표령득잠환) 끼륵끼륵 바다로 가는 기러기 / 一聲歸海雁(일성귀해안) 어인 일로 구름 끝 지나 가나 / 何事度雲端하사도운단) 산중에서 지은 절구[山中絶句] 바다 하늘 서릿기운 산 어귀에 들어오니 / 海天霜氣入山門(해천산기입산문) 자줏빛에 분홍빛 비단폭이 어우러져 / 紫錦紅羅點綴繁(자금홍라점철번) 북한산의 백운대만 좋다고 말을 마소 / 莫說白雲臺上好(막설백운대상호) 그곳 풍경 오로지 고향이 가까울 따름 / 風光秖是近鄕園(풍광지시근향원) 고마 해가 지자 저녁 조수 밀려드니 / 姑麻日落暮潮來(고마일낙모조래) 갈바람에 돛단배 쌍쌍이 돌아오네 / 蒲帆秋風兩兩廻(포범추풍양양회) 너희들은 한양성 그곳에서 왔을 텐데 / 爾自漢陽城下發(이자한양성외발) 요사이 국화꽃이 몇 가지나 피었더뇨 / 菊花能見幾枝開(국화능견기지개) 백마강 물줄기는 하늘가에 비꼈는데 / 白馬江流天畔橫백마강류천반횡) 부여라 옛 나라에 저녁 연기 깔렸네 / 扶餘故國暮煙平(부여고국모연평) 눈을 들어 천여 리 산하를 바라보니 / 山河擧目千餘里(산하거목천여리) 비바람 치던 삼한 전쟁이 사라졌네 / 風雨三韓小戰爭(풍우삼한소전쟁) 가을이 되어[秋至] 작은 시내 시든 버들 산들바람 일어나니 / 小溪衰柳有輕風(소계세류유경풍) 서재의 새벽꿈에 가을 기운 들어오네 / 秋入書樓曉夢中(추입서루효몽중) 흘러가는 세월은 어찌할 도리 없거니 / 無可奈何徂歲月(무가내하조세월) 빈궁 영달 벗어나 내 취향을 따르리 / 從吾所好外窮通(종오소호외궁통) 술 끊으란 아내 요구 술 한층 더 마시고 / 妻要止酒彌崇飮(처요지주미숭음) 시 삼가란 벗 충고 시 구상을 더 한다네 / 友戒耽詩愈刻工(우계침시유각공) 세상만사 생각하면 모든 것이 환상이니 / 萬事商量都是幻(만사상량도시환) 도성문 밖 저 동쪽에 푸른 종산 드높다네 / 鍾山靑出國門東(종산청출국문동) [秋夜同南皐] 가을밤 남고와 함께 덧없는 세월 속에 반백 머리 안타까워 / 荏苒流光惜二毛(임염유광석이모) 가을 회포 설레이지 않는 날이 없다오 / 秋懷無日不蕭騷(추회무일불소소) 돌길 봉한 구름에 세 산이 아련하고 / 雲封石路三山逈(운봉석로삼산형) 출렁이는 은하수 오경밤이 깊어간다 / 風動銀河五夜高(풍동은하오야고) 은어 태운 학사는 오히려 세속 그리고 / 學士焚魚猶戀俗(학사분어유연속) 말을 탔던 산공은 수고로움 마다했지 / 山公騎馬枉辭勞(산공기마왕사노) 세밑에 외로이 읊는 시름을 뉘게 말하랴 / 孤吟歲暮愁誰語(고음세모수수어) 차가운 잔 홀로 잡아 수고에게 권한다네 이때 남고(南皐)가 수고라고 자칭하였다./ 獨把寒杯勸瘦皐(독파한배권수고) 단풍을 읊다. 절구[詠紅葉絶句] 기울어진 암벽이 중천에 높이 솟아 / 側壁欹嵒到半天(측벽의암도반천) 날다람쥐 건너려도 의지할 게 전혀 없네 / 蒼鼯欲度絶攀緣(창오욕도절반연) 어느 누가 빨간 연지 듬뿍 묻은 붓으로 / 誰將颯沓臙脂筆(수장삽답연지필) 서시의 눈썹 가에 아름답게 찍어놨나 / 細點西施翠黛邊(세점서시취대변) 크고 넓은 바윗돌 구름 기운 배었는데 / 盤陀老石飽陰霏(반타노석포음비) 뻗은 덩굴 그윽하고 이끼 자라 두툼하다 / 風蔓幽幽土蘚肥(풍만유유토선비) 한 장의 붉은 일산 밑에 앉아 즐기노니 / 坐愛一張紅傘子(좌애일장홍산자) 석양에 빛난 빛이 사람 옷에 가득하네 / 夕陽輝映滿人衣(석양휘영만인의) 윗가지는 붉어 곱고 아랫가지 누르스름 / 上枝紅艶下枝黃(상지홍염하지황) 병중의 단장인가 누런 모습 쓸쓸하다 / 黃暈蕭條病裏妝(황운소조병리장) 하늘이 단비 이슬 아낀 것이 아니라 / 不是天心慳雨露(불시천심간우로) 약한 가지 모진 풍상 견디지를 못해서지 / 無緣弱質冒風霜(무연약질창풍상) 해묵은 도랑가에 시들어진 가을풀 / 秋草離離古澗邊(수초이리고간변) 외론 꽃가지 하나 사랑겹기 그지없네 / 一枝孤艶更堪憐(일지고염갱감련) 여보게들 이걸 꺾어 운대 향해 가지 마소 / 且休折向雲臺去(차휴절향운대거) 자줏빛에 붉은 비단 눈앞에 널렸거니 / 紫錦紅羅滿眼前(자금홍라만안전) 둥글넓적 나비 나래 뾰족한 제비 꼬리 / 蝶翅翩燕尾尖(접시편선연미첨) 온갖 모양 가위로 섬세하게 오려낸 듯 / 交刀剪出巧纖纖(교도전출교섬섬) 잎사귀마다 이처럼 기묘함을 이뤘으나 / 雖令葉葉成如許(수령엽엽성여허) 일만 섬 붉은 서리로 어찌하며 물들일꼬 / 那得紅霜萬斛霑나득홍상만곡점) [秋雨 期南皐不至 簡邀] 가을비가 내리는 날 남고를 기다려도 오지 않으므로 쪽지를 보내 초청하였다 저번에 풍우칠 때 만나잔 약속 / 夙昔期風雨(숙석기풍우) 다정하게 지키어 어기지 마소 / 殷勤戒莫違(은근계막위) 자주자주 못 만남 또한 아는데 / 亦知無數數(역지무수수) 이제 또 비 뿌리니 어찌하리까 / 其奈又霏霏(기내우비비) 못가의 집 차가운 꽃이 고요코 / 池館寒花靜(지관한화정) 시냇다리 낙엽이 흩날리누나 / 溪橋落葉飛(개교낙엽비) 다행히도 찾아온 손님이 없어 / 幸稀車馬客(행희차마객) 작은 서실 단정히 앉아 있다오 / 端坐小書幃(단좌소서위) 가을 마음[秋心] 부슬부슬 산중 비가 차가운 못에 뿌리니 / 霏霏山雨落寒塘(비비산우낙한당) 가을 풀 가을꽃이 작은 담에 누웠구나 / 秋草秋花臥小牆(추초추화와소장) 설령 푸른 하늘이 깨끗하게 갠다 해도 / 縱使碧天澄霽了(종사벽천징제료) 시든 화초 그 어찌 오경 서리 대항하랴 / 殘芳那抵五更霜(잔방나지오경상) 우물가 차가운 연기 푸른 오동 감쌌는데 / 金井寒煙鎖碧梧(금정한연쇄벽오) 두레박 소리 끊기자 우는 까마귀 지나간다 / 轆轤聲斷度啼烏(록로성단도제오) 해가 지고 별 나올 적 천금이나 다름없는 / 偏知日沒星生際(편지일몰성생제) 황혼 무렵 한 시각이 사그라짐 느끼겠네 / 銷得黃昏一刻殊(소득황혼일각수) 우수수 가을바람 버들가지 불어대니 / 秋風摵摵柳彊彊(추풍색색류강강) 가지마다 잎 떨어져 춤사위가 볼품없네 / 拂盡千條舞不長(불진천조무불장) 귀공자여 찾아와서 말고삐 매지 마소 / 莫敎王孫來繫馬(막교왕손래계마) 병든 허리 자줏빛의 고삐가 부끄러워 / 病腰羞殺紫絲韁(병요수살자사강) 곱디 고운 월계화 한 떨기 꽃나무가 / 月季嬋娟一瓣團(월계선연판단) 한쪽에는 떨어지고 한쪽에는 싸늘하다 / 半邊虧落半邊寒(반변휴낙반변한) 생각난다 지난날 봄바람에 좋게 피어 / 憶曾好發春風裏(억증호발춘풍리) 자줏빛에 붉은빛을 우리 함께 보았지 / 時紫時紅許共看(시자시홍허공간) 산골 석류 옹골차고 해변 석류 둥글둥글 / 山榴磅礴海榴團(산류방박해류단) 바람에 가지 흔들려 편안치를 못하구나 / 搖蕩風枝耐却安(요탕풍지내각안) 어이 애써 시고 쓴 물속에 가득 머금고서 / 何若滿含酸苦汁(하약만함산고즙) 요염하게 붉은 뺨 사람 눈길 끄는지 / 巧將紅頰媚人看(교장홍협미인간) [秋風八首次杜韻] 가을바람을 주제로 두보의 운을 차한 여덟 수 온 누리의 구멍에 일제히 이는 바람 / 衆竅齊吹雜嘯吟(중규제취잡소음) 높은 하늘 휘몰아쳐 가을 음기 밀어내네 / 長天捭闔盪秋陰(천장벽합탕추음) 일만 골짝 찬 구름에 교룡이 조화부리고 / 寒雲萬壑蛟螭變(한운만학교리변) 일천 숲 안개비에 제비 참새 자취 없어 / 煙雨千林燕雀深(연우천림연작심) 이슬 받던 손바닥 푸른 연잎 꺾이었고 / 綠藕摧垂承露掌(록우최수승로장) 서리 견딘 굳은 마음 붉은 파초 끊어졌구나 / 紅焦鬪斷耐霜心(홍초투단내상심) 꽃다운 초목 점차로 세밑으로 달려가니 / 冉冉群芳趨歲暮(염염군방추세모) 시름 생각 어지러워 거문고를 의지하네 / 幽愁撩亂倚枯琴(유수료난의고금) 서산 위의 누런 구름 저녁 까마귀 일어날 제 / 西嶽黃雲起暮鴉(서악황운기오아) 시내 건넌 차가운 비 모래알이 날리누나 / 度溪寒雨定飛沙(도계한우정비사) 음산한 첩첩 산중 외론 나무 흐릿하고 / 陰霏疊嶂迷孤樹(음비첩장미고수) 겹성에 밥짓는 연기 집집마다 싸늘하다 / 煙火重城冷萬家(연화중성냉만가) 지붕에 매인 늙은 오이 시든 덩굴 남았고 / 縋屋老瓜餘敗蔓추옥노과여패만) 섬돌에 덮인 연한 이끼 꽃무늬가 바래졌네 / 緣階弱蘚洗團花(연계약선세단화) 창가에 홀로 취한 술 무엇으로 해소할꼬 / 當牕獨醉憑誰解(당창독취빙수해) 향로 연기 사라질 때 저녁 차를 맛본다오 / 金鴨銷時點晩茶(금압소시점만다) 운길산 산기슭에 누런 잎이 흩날리니 / 雲吉山前黃葉飛(운고산전황엽비) 소양강 이북에서 철 이른 기럭 돌아오네 / 昭陽江北早鴻歸(소양강북조홍귀) 낮은 무논에 자란 벼 이제 붉게 익었고 / 汚邪水稻紅初熟(오사수도홍초숙) 팔딱 뛰는 냇물 고기 희뿌옇게 살쪘구나 / 撥剌溪魚白正肥(발랄계어백정비) 장한은 진정으로 순채 생각 이뤘거니 / 張翰眞成憶蓴菜(장한진성억순체) 전군 어찌 반드시 마의를 저버리랴 / 錢君豈必負麻衣(전군기필부마의) 세속에서 물러남은 실로 좋은 일이건만 / 世間休退誠能事(세간휴퇴성능사) 절반은 남에 의해 절반은 자신이 어겨 / 半被人牽半自違(반피인견반자위) 상쾌한 강호에는 해와 달이 한가론데 / 瀟洒江湖日月遲(소선강호일월지) 한 장이라 홍패에 마음 기약 틀려졌네 / 紅牌一面誤心期(홍패일면오심기) 뱀비늘에 숨은 신세 끝내 누굴 기다릴꼬 / 蛇蚹避景終誰待(사부피경종수대) 모기 눈썹에 지은 둥지 그 또한 위태로워 / 蚊睫營巢也自危(문첩영소야자위) 저문 계절 처마끝은 구름 속에 아스랗고 / 歲晏觚稜雲裏逈(세안고능운리형) 몸 한가해 주렴을 빗속에 드리웠네 / 身閑簾幕雨中垂(신한렴막우중수) 계자 또한 어쩌면 좋은 계책 없으리니 / 唯應季子無長策(수응계자무장책) 영예가 굶주림을 구제한다 아니 믿어 / 不信榮名解救飢(불신영명해구기) 드높은 산 큰 도읍 철관이 웅장한데 / 華嶽名都壯鐵關(화악명도철관) 오문이라 대궐 길 구산에 곧장 닿았네 / 午門輦路直緱山(오문련로직구산) 푸른 하늘 돌기둥은 무지개 타 달아나고 / 靑天石柱騎虹迸(청천석주기홍병) 넓은 바다 유람선은 달빛 몰아 돌아온다 / 滄海樓船駕月還(창해루선가월환) 기중가가 들어오니 보는 자가 놀라고 / 起重架來觀者愕(기중가래관자악) 유형차가 굴러가자 일꾼들이 한가롭네 / 游衡車轉役夫閒(유형차전역부한) 지난 봄에 길을 가다 중령포를 지났는데 / 前春路過中泠浦(전춘로과중령포) 삼나무며 전나무들 울창하여 올라볼 만 / 杉檜森森尙可攀(삼회삼삼상가반) 삼일포란 이름난 호수 십주속에 들었는데 / 三日名湖列十洲(삼일명호열십주) 머언 옛날 영랑이 술랑 짝해 노닐었지 / 永郞云伴述郞游(영랑운반술랑유) 깊은 못의 신룡은 요초 갈기 서투르고 / 湫龍不慣耕瑤草(추용불관경요초) 둥지의 학 놀잇배 떠가는 소리 들을 뿐 / 巢鶴唯聞駕綵舟(소학유문가채주) 상전 벽해 도리어 눈앞의 일이라면 / 碧海桑田還卽事(벽해상전환즉사) 백제 소언 그 또한 풍류가 아니었나 / 白隄蘇堰也風流(백제소언야풍류) 신선이 벽곡한 일 뉘라서 믿을 건고 / 神仙辟穀能誰信(신선벽곡능수신) 가을철에 백 두락의 메벼를 거둔다네 / 秔稻秋天百頃收(갱도추천백경수) 태액지 동쪽에 홍화문이 드높은데 / 弘化門臨太液東(홍화문임태액동) 겹지붕의 복도가 안으로 서로 통했구나 / 橑棼閣道內相通(로분각도내상통) 들창문에 동방 햇살 거꾸로 내리쏘고 / 罘罳倒射蒼龍日(부시도시창용일) 날쌘 바람 버드나무 살랑살랑 불어오네 / 楊柳徐吹駿馬風(양유서취준마풍) 당 나라 때의 사신은 모두 책부 관리였고 / 唐代詞臣皆策府(당대사신개책부) 한 나라 때의 훈척은 전부 원수들이었지 / 漢家勳戚摠元戎(한가훈척총원융) 건양문 서쪽 가에 대궐문이 열렸는데 / 建陽西畔開閶闔(건양서반개창합) 오색 안개 그 안에 옥서 은대 들어 있네 / 玉署銀臺彩靄中(옥서은대채애) 오경밤 촛불 아래 시 쓰기 게으른데 / 五更殘燭懶題詩(오경잔촉뢰제시) 꼬끼오 어린 숫닭 새벽 소식 더디네 / 腷膊雛鷄報曉遲(픽박추계보효지) 맑고 찬 가을 기운 야윈 뼈를 침범하고 / 秋氣澄寒侵瘦骨(추기징한침수골) 쓸쓸할사 취한 시름 눈썹 위에 오르누나 / 醉愁牢落上疏眉(취수로낙상소미) 해국이라 문장이 정교해도 진부하고 / 文章海國工猶朽(문장해국공유후) 세속길에 명예 규범 깨끗해도 위태롭네 / 名撿塵途潔亦危(명검진도결역위) 일만 가닥 얽힌 생각 그 모두 허무할 뿐 / 萬緖縈紆皆妄耳(만서영우개망이) 아무쪼록 헌호따라 흉금을 펼쳐야지 / 須從軒昊展心期(수종헌호전심기) 가을밤에 지은 절구[秋夜絶句] 남고(南皐)와 함께 지었다 아침 구름 시꺼멓고 저녁 구름 누런데 / 朝雲揫黑暮雲黃(조운추흑모운황) 짙은 그늘 깊은 골짝 온 숲이 쓸쓸하다 / 脩壑層陰萬木荒(수학층음만목황) 까막까치 깃든 뒤에 차가운 못 지나가며 / 叵耐鵲棲鴉定後(파내작서아정후) 슬피 우는 기럭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 一聲哀雁度寒塘(일성애안도한당) 석류 열매 흔들려 종려 잎을 때리는데 / 榴顋搖蕩打棕髥(류시요탕타종염) 가을비 가을바람 작은 주렴 침범하네 / 秋雨秋風鬪小簾(추우추풍투소렴) 깊숙한 방 단정하게 숙녀처럼 앉았으니 / 端坐曲房如靜女(단좌곡방여정여) 한 가닥 향로 연기 가녀리게 피어난다 / 一爐香縷上纖纖(일로향루상섬섬) 서울거리 삼경 밤 시간은 깊어가는데 / 紫陌三更漏報闌(자맥삼경루보란) 징소리 낭랑하고 북소리 낭랑하며 / 金聲鏗戛鼓聲寒(금성갱알고성한) 문밖 길에 우르릉 수레가 굴러가니 / 闐闐轍跡門前路(전전철적문전로) 서리맞은 신발 차림 높은 관리 달려가네 / 一對霜靴走達官(일대상화주달관) 가을밤[秋夜]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는데 / 情結林泉愛(정결임천애) 문 밖에는 오가는 거마의 소리 / 門臨車馬音(문임차마음)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 맞추나 / 竹欄勤點綴(죽란근점철)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기만 / 花木强蕭森(화목강소삼) 찬 이슬 가지마다 빛깔 다른데 / 涼露枝枝色(양로지지색)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을 우네 / 秋蟲喙喙吟(추충훼훼음) 혼자 걷다 다시금 혼자 앉을 제 / 獨行還獨坐(독행환독좌) 밝은 달이 그윽한 흉금에 비춰 / 明月照幽襟(명월조유금) 온천에서 느낌을 쓰다[溫泉志感] 경진년 과거사를 또렷하게도 / 歷歷庚辰事(역력경진사) 유민들이 이제껏 얘기를 하네 / 遺黎說至今(유례설지금) 복성이 세자 행차 따라왔는데 / 福星隨鶴馭(복성수학어) 한밤중 높고 맑은 노래 들렸네 / 中夜聽龍吟(중야청용음) 쌀 주어 망가진 밭 보상하였고 / 賜米酬殘圃(사미수잔포) 조세 감면 장마의 피해 위문해 / 蠲租問苦霖(견조문고림) 내린 분부 사신이 따르지 않아 / 使臣違敎令(사신위고령) 울분에 찬 백성들 마음 보겠네 / 扼見群心(액완견군심) 저물녘 수원에 당도하여[暮次水原] 살랑바람 길손 길 날이 저문데 / 客路輕風暮((객로경풍모) 관가 누각 단청한 기둥이 밝네 / 官樓畫棟明(관루화동명) 지난날 마을 주막 길이 아련코 / 閭閻迷舊店(려염미구점) 새 진영 고각소리 웅장하여라 / 鼓角壯新營(고각장신영) 객창의 잠자리에 성주 그리고 / 旅宿懷明主(여숙회명주) 편히 사는 시골의 백성 부러워 / 安居羨野氓(안거선야맹) 주구를 가까이서 우러러보니 / 珠丘瞻密邇(주구첨밀이) 승냥이 범 어찌 감히 밟을까보냐 / 豺虎敢縱橫(시호감종횡) [秋日游門巖山莊] 가을 문암산장에 노닐며 필마라 간단한 차림 한양을 벗어나니 / 匹馬輕裝出漢陽(필마경장출한양) 푸른 산 붉은 나무 또다시 선향이로세 / 靑山紅樹又仙鄕(청산홍수우선향) 이 걸음은 태반이 천석 구경 위한 거라 / 此行强半爲泉石(차행강반위천석) 본디 마음 벼베기 때문만이 아니라네 / 本意不全謀稻粱(본의불전모도량) 묵객이라 풍류는 활달한 게 본색이니 / 墨客風流須曠達(묵객풍류수광달) 야인이 속이는 것쯤 아랑곳 아니하네 / 野人欺蔽任毫芒(야인기불임모망)蔽 =(초두+弗)=풍성할불. 금년에도 전원의 언약 이미 어긋나니 / 今年已敗田園約(금년이패전원약) 한마당의 꿈 언제나 대궐에 감돈다네 / 一夢尋常繞肅章(일몽심상요숙장) [秋日門巖山莊雜詩] 가을에 문암산장에서 지은 잡시 서까래 두서너 개 호젓한 초가집에 / 茅棟蕭條只數椽(모동소조지수연) 뜰에 가득 향그런 벼 흐뭇하게 바라보니 / 恰看香稻滿階前(흡간향도만계전) 동방삭의 장안 쌀이 절로 생각나는구나 / 試思方朔長安米(시사방삭장안미) 구양수의 영미 전원 그것과는 어떨는지 / 爭似歐陽穎尾田(쟁사구양영미전) 골짝 깊고 샘물 차서 기온 아니 고른데 / 谷深泉寒氣未平(곡심천한기미평) 구월이라 동풍이 너무도 무정하네 / 東風九月太無情(동풍구월태무정) 금년에 찰벼 심어 후회가 막심하니 / 今年悔種緗毛稬(금년회종상모나) 내년에는 아무쪼록 메벼를 심어야지 / 來歲須栽坼背秔(래세수재탁배갱) 산속이라 풍경은 늦가을에 접어들어 / 山裏煙光屬晩秋(산리연광속망추) 온 가족 빠짐없이 돌밭머리 나와 있네 / 全家都在石田頭(전가도재석전두) 볕에 말린 목화는 아이에게 줍게 하고 / 棉花日晒敎兒拾(목화일쇄교아습) 서리 맞은 콩깍지는 할멈 시켜 거둔다네 / 豆莢霜凋倩媼收(두협상조청온수) 서쪽으로 오 리쯤에 어시장과 서로 통해 / 水市西通五里纔(수시서통오리재) 늦가을 강어귀에 장삿배가 들어오네 / 高秋穴口賈船來(고추혈구가선래) 아침상의 새우국 이상하다 하였더니 / 朝盤怪有紅鰕漿(조반괴유홍하장) 어젯밤 숯을 팔고 돌아왔다 이르네 / 聞道前宵賣炭廻(문도전소매탄회) 나무꾼이 앞산에서 노루 잡아 돌아오니 / 樵叟前林打鹿歸(초수전림타록귀) 온 마을 환호소리 산중 사립 술렁이네 / 一村讙賀動山扉(일촌훤하동산비) 흙화로에 구워내고 파 마늘 곁들이니 / 地爐燒炙兼蔥蒜(지려소자겸총산) 농가에선 고기맛 못 본다고 뉘 말하리 / 誰道農家未齧肥(수도농가미설비) 청제봉 북쪽으론 칠원과 접해 있어 / 靑帝峯陰接潻園(청제봉음접칠원) 아름다운 산수가 무릉도원 흡사한데 / 溪山恰是武陵源(계산흡시무능원) 금년에는 쌀독 빌까 걱정할 게 없으렷다 / 今年不患罌無粟(금년불환앵무속) 팔구 뿌리 인삼을 이제 방금 캐냈으니 / 新採人蔘八九根(신체인삼팔구근) 삼경 밤 울타리에 사나운 범 들어와 / 籬落三更猛虎來(리낙삼경맹호래) 우레 같은 한 소리에 온 산중이 고요터니 / 萬山寥寂一聲雷(만산요적일성뢰) 소년 하나 사립문을 밀치고 빠져나가 / 少年獨出柴門去(소년독출자문거) 시내까지 쫓아가서 개 빼앗아 돌아오네 / 趕到前溪取狗廻(간도전계취구회) 석문이라 동쪽에는 절간이 그윽한데 / 禪房窈窕石門東(선방요조석문동) 산중 잎 서리 맞아 일만 나무 빨갛네 / 山葉經霜萬樹紅(산엽경상만수홍) 어찌하면 지둔같은 고승을 한 번 만나 / 安得僧如支遁者(안득승려지둔자) 시냇물과 구름 속을 나귀 타고 왕래할꼬 / 騎驢來往水雲中(기려래왕수운중) 가을날 회포를 적다[秋日書懷] 동녘으로 향해가면 우리 집 수운향이라 / 吾家東指水雲鄕(오가동지수운향) 생각하니 가을이면 즐거운 일 많았었지 / 細憶秋來樂事長(세억추래락사장) 밤밭에 바람 불 제 붉은 열매 떨어지고 / 風度栗園朱果落(풍도율원주과낙) 어촌에 달이 뜰 제 자줏빛 게 향그로웠지 / 月臨漁港紫螯香(월임어항자오향) 마을길 잠시 걸어도 모두가 시의 소재 / 乍行籬塢皆詩料(사행이오개시료) 구태여 돈 들여서 술 마실 필요 없어 / 不費銀錢有酒觴(불비은전유주상) 객지 생활 여러 해에 돌아가지 못하고 / 旅泊經年歸未得(여박경년귀미득) 고향 편지 올 때마다 남몰래 마음 아프네 / 每逢書札暗魂傷(매봉서찰암혼상) 가을날 배를 타고 두모포로 나가다-[秋日乘舟出豆毛浦] 지는 햇살 강촌을 내리비칠 때 / 落日臨江屋(낙일임강옥) 맑은 가을 두메골 올라가는 배 / 淸秋上峽船(청추상협선) 돛을 높이 달고서 가지 못하고 / 不成揚帆過(불성양범과) 쓸쓸히 등불 벗해 잠을 이뤘네 / 聊作伴燈眠(료작반등안) 산골짜기 은거할 높은 뜻 지녀 / 丘壑懷高志(구학회고지) 시서 익힌 젊은 날 애석할 따름 / 詩書惜壯年(시서석장년) 명예 마당 하찮은 이해와 득실 / 名場小得失(명장소득실) 약한 아내 동정을 도리어 받네 / 還被弱妻憐(환피약처련) 월파정에 올라[登月波亭] 낙동강 위에 있는데 곧 선산(善山) 땅이다 누관은 인물 따라 세워졌는데 / 樓館從人設(루관종인설) 풍연은 지방마다 서로 다르네 / 風煙逐地殊풍연축지수) 빈 강물엔 옥토가 잠기어 있고 / 水虛涵玉兎(수허함옥토) 솟은 산은 금오와 잇닿았고녀 금오산성(金烏山城)은 부상(扶桑)과 약목(若木) 사이에 있다. / 山聳接金烏(산용접금오) 뱃길은 남쪽 바다 멀리 통하고 / 舟楫通南海(선접통남해) 관방되어 도성을 보호한다네 / 關防護上都(관방호상도) 아내가 그런대로 정분이 있어 / 細君頗有分(세군파유분) 산천 유람 어울려 함께 한다오 / 遊覽與之俱(유람여지구) 웅진에서 고적을 회상하며[熊津懷古] 공산(公山)은 백제의 옛 도읍지이다 서리맞은 숲 너머 하얀 성이요 / 粉堞霜林外(분첩상림외) 금강이란 강에는 붉은 배로세 / 紅船錦水中(홍선금수중) 들판은 넓디넓은 금마 잇닿고 / 地連金馬闊(지연금마활) 산봉우리 웅장한 계룡 마주해 / 山對碧鷄雄(산대벽계웅) 서글퍼라 도읍지 자주 옮기어 / 都邑悲遷變(도읍비천변) 나라의 지도 서적 어지럽기만 / 圖書憶混同(도서억혼동) 공연히 천험 요새 버려 던지어 / 無端棄天險(무단기천험) 용을 낚는 공적을 이루게 했네 / 成就釣龍功(성취조용공) [行次公州逢李丈偕行] 공주에 당도하여 이장을 만나 함께 길을 가면서 이장은 소암(蘇巖)이다 금릉을 향해 가던 도중에 / 知向金陵道(지향금능도) 금강이라 강변에 함께 만나서 / 相逢錦水邊(상봉금수변) 바람 앞에 한쌍의 검정색 일산 / 風前雙早蓋(풍전쌍조개) 흰 눈 속에 하나의 붉은 배로세 / 雪裏一紅船(설리일홍선) 꾸준히 길을 걸어 쉬지를 않고 / 行邁仍無倦(행매잉무권) 시를 지어 스스로 읊음도 좋아 / 詩篇好自傳(시편호자전) 병속에는 죽력이 들어 있기에 / 壺中有竹瀝(호중유죽력) 돈을 쓰지 않고도 실컷 마시네 / 取醉不須錢(취취불수전) 하담에서 유숙하며[宿荷潭] 서글퍼라 서로 돌아온 배는 / 惆悵西歸櫂(추창서귀도) 어느새 칠년 세월 까마득한데 / 微茫已七年(미망이칠년) 이제는 치포관을 드높이 쓰고 / 緇冠今突爾(치관금돌이) 당당할사 화개가 펄펄 나네 / 華蓋獨翩然(화개독편연) 해묵은 풀 첫눈에 얽히어 있고 / 宿草纏初雪(숙초전초설) 저녁 연기 삼나무 감싸 덮었다 / 高檆冪暮煙(고삼멱모연) 깃들인 참새들이 짹짹거리니 / 啁啾有棲雀(조추유서작) 흐르는 눈물방울 어찌 거두리 / 那禁涕漣漣(나금체련련) 실제(失題) 맑은 새벽 옛 우물에 양치하니 / 淸晨漱古井(청신수고정) 옛 우물이 붉어 타는 듯하구나 / 古井紅如燃(고정홍여연) 복사꽃 만발한 걸 알지 못하고 / 不知桃花發(부지도화발) 단사천 있지 않나 의심을 하네 / 疑有丹砂泉(의유단사천) 뭇 꽃다움 시내 집에 비추이는데 / 群芳照澗戶(군방조간호) 아침 해에 조각 노을 불그레하네 / 朝日片霞紅(조일편하홍) 숲의 새는 짓궂게도 꽃잎 쪼으니 / 林禽啄花蕊(임수탁화예) 이따금 술잔 안에 떨어뜨리누나 / 時時落酒中(시시낙주중) 약 캐는 길 외딴 곳에 뚫리었는데 / 藥徑通幽窅(약경통유요) 등라 얽힌 마루에 운무가 쌓였네 / 蘿軒積雲霧(라헌적운무) 산사람 홀로 앉아 술 따를 적에 / 山人獨酌時(산인독작시) 나는 꽃과 더불어 다시 만나네 / 復與飛花遇(부흥비화우) 시내를 타고 가다 살짝 앉으니 / 緣溪行且坐(연계행차좌) 인정을 사로잡는 곱고 푸르름 / 芳綠近人情(방록근인정) 사랑에 겨워 원심처에 이르니 / 愛到源深處(애도원심처) 꽃과 버들 밝아 마을이 있네 / 有村花柳明(유촌화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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