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토우(Barstow) 를 그리며 …
유리병과 골동품으로 만든 독특한 목장을 둘러보고 유서 깊은 기차역 한쪽에 자리한 박물관에서 루트 66이 이 도시를 지나던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냉정히 말해 바스토는 대단한 볼거리를 기대할 만한 여행지가 아니다. 1800년대 이 지역에 불어닥친 골드러시는 이미 끝난 지 오래고, 고속도로와 항로가 발달하면서 ‘서부 철도의 중심지’라는 옛 명성도 퇴색했다. 하지만 루트 66에 관해서라면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
루트 66은 당시 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길이었다. 무려 8개 주를 관통하며 북동부와 중서부를 연결했다. 자동차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의 상징이자 대공항을 경험한 미국인에게 새로운 희망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루트 66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루트 66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각 지역에서 이 도로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2000년에는 1,000만 달러(한화 115억 원)를 들여 루트 66을 복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말하자면, 루트 66은 미국 로드 트립의 영원한 고전이며, 바스토우는 그 고전의 한 챕터쯤 되는 도시이다.
루트 66 머더 로드 뮤지엄(Route 66 Mother Road Museum)은 여러모로 이 국도를 추억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일단 바스토우에 있고, 지역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탄생한 박물관이라는 점, 100%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라는 점이 그렇다. 과거 기차역과 호텔,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던 유서 깊은 건축물 하비 하우스(Harvey House) 한구석, 번듯한 간판은 없지만, 덕분에 부담 없이 문을 열 수 있고, 규모는 보잘것없고 전시는 다듬어지지 않았을지라도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책과 지도부터 도로 표지판, 빈티지 자동차와 주유기까지 각종 소품에 둘러싸인 방문객은 박물관을 나서기 전 ‘루트 66’이 새겨진 기념품을 뭐라도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곳이다.
바스토우에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 하나 더 있다. 엘머스 보틀 트리 렌치(Elmer’s Bottle Tree Ranch)다. 차창 밖으로 유리병을 주렁주렁 매단 나무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신기루처럼….
목장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 색색의 유리병을 그득 매단 철 기둥이 숲을 이루고 있다. 오래된 도로 표지판, 칠이 벗겨진 낡은 자동차, 스티커가 잔뜩 붙은 우편함, 남북전쟁 때 사용했을 법한 소총도 보인다.
버려진 물건과 골동품을 재활용하는 데 타고난 솜씨를 발휘하는 주인공은 엘머 롱(Elmer Long씨의 작품들이다.
그가 처음 아버지와 함께 유리병을 수집한 건 1952년, 여섯 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모은 사막의 쓰레기로 2000년부터 나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은퇴 후에는 목장을 새로운 직장으로 삼았다며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목장 주인이 진지한 얼굴로 “목장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길 위의 여행자를 반긴다.”고 말한다.
바스토우(Barstow)는 외딴 사막 도시로 서부 이주 시대의 부산물로 탄생했다. 1950년 대의 특이한 소품들이 여행자들에게 캘리포니아 드림을 꿈꾸며 서쪽으로 향하는 20세기 개척자들에 대한 추억을 오랫동안 불어 넣어 주기에 충분한 여정이었다.
Sandy